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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Mar 08. 2023

제목없는 소설(7)

달 표면으로부터 5km 상공,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인류"를 잡아채고 날아오른 지점으로부터는 대략 8km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눈앞의 "인류"를 대면하고 있는 독립탐사자는 그저 그 "인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단 10분동안 일어난 일은 설명하기 힘든 사건이다. 인류가 남겨놓고 간것을 회수하려다 맞닥트린것은 그렇다 치자. 아니, 임무의 성격상 굳이 회수할 필요도 없는것을 확보하려한것 자체가 경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경솔함은 그렇다쳐도 시스템이 경솔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시스템은 현장에서 이탈할때 저 "인류"를 데리고 왔다. 대체 왜? 시스템의 오류인가? 


그러나 지금은 원인이 중요한것이 아니다. 시스템이 저 인류를 데리고 온 이상, 여기서부터는 나의 일이다. 선택지는 내손에 있다. 

그대로 저 인류를 우주공간에 버리는것도 방법이다. 우주선의 사출장치를 이용하면 우주공간으로 버리는것은 일도 아니다.

물론, 살리는것도 방법이지만.


어떻게 할까.

"인류"가 들어있는 무언가(아마 우주복일것이다)의 가슴부분에서는 아까부터 붉은 빛이 깜박이고 있었다.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만약 저 생명체라면, 저런 빛이 깜박인다는것은 불편할것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필요없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주는 것이라면 저것은 아마도....무언가에 대한 경고일것이다.

시스템에 저장된 인류의 정보를 다시 한번 살펴본다.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고 있음, 물이 많이 필요함, 잡식성 등등 여러 정보가 보이는데 그중 한가지 눈에 띄는것

"산소 호흡"

모든 생명체들에게 산소 호흡은 신진대사를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탄소기반의 유기물에겐 예외가 없으며 이는 독립탐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와 마찬가지로 "인류"도 비슷한 생명체라면, 산소를 필요로 할것이며 아마도 저 신호는 산소가 없다는 신호일 것이다.

독립탐사자는 조심스레 도구를 꺼내들었다. 일단 살리기로 한 이상,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구의 끝을 "인류"가 입고있는 우주복의 한쪽에 가져다 댄다. 다른 부분은 무언가 질기지만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있어서 밀봉이 어렵지만, 어째서인지 이부분만은 단단하게 되어있다. 

그 곳에 도구를 대고 작동시킨다. 작동시킨지 얼마안되어 단단한 부분에는 작은 구멍이 뚫렸다.

즉시 그곳에 관을 밀어넣고, 산소를 공급한다. 천천히, 한번에 많은 양을 투입하면 어찌될지 모른다.

이윽고 붉은 빛의 점멸은 멈췄다.


그리고 지구인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처음보는 얼굴이 보였다.

아니, 얼굴이라기보다는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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