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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Hyun Kim Mar 26. 2023

제목없는 소설(8)

지구라는 고향을 쫒겨나듯 도망쳐 나온 인류의 수는, 번성했던 시절의 인류에 비하면 한줌의 모래만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 한줌밖에 안되는 소수중, 그래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비범함을 지니고 있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달 한구석에 모여있었다. 그들의 일원중 한명이 정체불명의 무언가에 끌려간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그 미확인 물체가 우리 인원을 끌고간것이 의도된것인지 아님 우연인지는 사건 보고서만으로는 단정지을수 없겠군."

반백의 노신사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8명의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러자 노신사의 왼쪽 두번째에 앉아있는 사람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우리게엔 '일어난 사건'이라는게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대응이 중요한것입니다."

"하지만 의도를 모른채 대응하는것은 위험한일 아닙니까?"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반문하였다.

"그점은 맞습니다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죠. 적극적 대응이냐 수동적 대응이냐로 나눌수 있으니까요. 납치된 인원을 찾아서 어떻게 할지 부터는 정말로 고민해야 하지만, 일단 우리는 찾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수색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우주공간은 수색하기엔 너무 넓은 범위입니다. 그 미확인 물체의 대락적인 이동방향만으로 수색하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만."


"저....이렇게 해보는것은 어떻겠습니까."

9명중 가장 젊어보이는 여성이 손을 들었다. 회의실안의 시선이 집중되는것을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쪽 사람을 데려갔다는건 최소한 그 사람의 가치가 어느쪽으로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폭력만을 행사하는 존재였다면 발견즉시 바로 죽여서 없앴겠죠. 의도가 무엇이든, 정말로 필요한것이 무엇이든,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납치된 사람의 정보를 우주공간에 발송하면 됩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그사람을 통해 우리와 접촉하라고 말이죠. 데려갔다면 뭔가 알아내야 할것이 있을것이고, 그것을 제공받으려면 제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하는겁니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이야기라는 뜻이리라.


맨처음 입을 열은 노신사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존재라면, 우리를 순식간에 없애는것은 일도 아니겠지....선택지가 없는건 우리인 셈이군. 그럼 방금말한 그 안을 실행해보도록 합시다."

회의장에 모인 9명은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방침이 결정난 이상, 실무에서는 오로지 실행만 하면 된다. 인류는 지구에서 도망치듯 나왔지만 그래도 뭔가를 실행하려는 의욕까지 두고 나오지는 않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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