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未戰而廟算勝者, 得算多也. 未戰而廟算不勝者, 得算少也.
이 글은 고전 전문가가 아닌 크라브마가 수련생의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그러므로 해당 글에는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
가급적 참고를 위한 서적을 읽어보시고 직접 수련하시기를 권합니다.
승산이 있을때 싸워야 이기고, 승산이 없을때 싸우면 진다.
0. 계편 마지막 글을 쓰기전에 잠깐 나의 어릴적 이야기를 하겠다. 내가 손자병법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중학교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그 계기가 황당한것이, 당시 인기가 있던 게임을 좀처럼 잘 하지 못해서 였다.
전쟁만 했다하면 매번 박살이 났던지라, 대체 어떻게 하면 이길수 있을지 모르겠던 나는 "전략서적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발상으로 손자병법을 한번 읽어보았다.
그때는 아직 모든것이 여물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을 이길수 있는 신묘한 계책이나 용병법이 병법서에 적혀있을거라 생각하던 때였다. 당연히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글 뿐이었고 그렇게 손자병법에 대한 첫 기억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1. 시간이 한참지나, 크라브마가를 수련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문득 손자병법이 다시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련에서 배우고 있는것을 간략하게 요약하라면 나는 아래와 같이 요약하겠다.
최대한 싸움을 멀리하되 지켜야 할것이 있을때만 싸우고,
맞붙기 시작한 순간부터 급소를 노리고 끝까지 항전하며,
이 모든것을 간결한 동작으로 만들어 끝없이 반복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손자병법과 크라브마가의 가르침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병법은 병법서 내내 끝없이 이야기한다. 전쟁은 힘든것이다, 준비를 많이 해도 힘들다, 속전속결로 끝내려 해도 힘들다, 상대방을 예측하는것도 힘들다, 온통 힘든일만 모여있는것이 전쟁이다, 그러니까 가급적 싸우지마라, 이길 승산이 있을때나 싸워라, 싸워야 하는 정당성이 있을때만 싸워라.
손자병법도 크라브마가와 마찬가지로 전쟁하지 말라는 말과 전쟁수행의 어려움을 책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한다. 마치 크라브마가 클래스가 하나의 기술을 클래스 수업 내내 반복하듯이.
2.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손자병법은 이기기 위한 병법서가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한 병법서가 아닌가 싶다. 손자의 가르침대로라면 무리해서 공격해온 적은 반드시 자멸한다. 적의 공세를 막아내기만 해도 적은 지치기 시작한다. 그 공세의 순간, 약점을 노려 제대로 적중하면 적은 무너질수밖에 없다. 이걸 지겹도록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병법서가 손자병법이다.
크라브마가도 그렇게 가르친다. 공격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방어하라 가르친다. 방어하다 적의 빈틈을 노려 급소를 친다. 급소를 치고 바로 자리를 이탈하든 상대를 제압하든 하여 스스로를 지킨다. 이걸 지겹도록 반복하는 수련이, 크라브마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