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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Dec 20. 2020

인생에도 정비가 필요한 이유

일상에서 배우는 인생

주말 저녁, 아내가 그동안 먹고싶다고 이야기했던 ‘감자탕’을 사러 가기로 했다.

날씨가 추워 차를 타고 갈까 하다가 거리가 멀지 않아 오랜만에 자전거를 가지고 나왔다.

목도리와 장갑까지 챙기고 단단히 채비를 한 다음 현관문을 나섰다.


문득 춥다는 핑계로 한동안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었기에 바퀴에 바람을 넣어야 할까 고민이 됐다.

앞바퀴를 만져봤다.

살짝 말랑하긴 했지만 이정도면 30분 왕복은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왔다.

참고로 우리 집은 20층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퀴를 한번 더 만져봤다.


앞바퀴는 괜찮은데 뒷바퀴 바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심지어 손으로 누르면 쑥쑥 들어가기까지 했다.

순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올라가서 바람을 넣고올까?”


아니다.

아내가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1분이 아까운 시간이었다.


“괜찮겠지 30분도 안걸리는데 빨리 갔다오자”

 

걱정을 뒤로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페달을 밟는 순간 뭔가 직감했다.


아뿔싸. 뒷바퀴가 축쳐지는게 아닌가.

안장에 실린 내 무게 때문이었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하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로 진입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쭉쭉 나가야하는 길인데

페달을 밟을수록 힘이 많이 들어갔다.

바퀴의 바람이 너무 적었던거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바닥은 지난주말 첫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얼은 곳도 보였다.

마스크까지 쓴데다 페달 밟기에 힘을 너무 많이 써서 호흡도 빨라졌다.

“내가 빨리 가려다 오히려 발목이 잡혔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집에 돌아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래 묵혀둔 자전거를 타기 전에 정비가 필요한것처럼,

인생에도 정비가 필요한게 아닐까?


올 한해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잘 걸어가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때도 많았다.  


바람 빠진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는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일정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인생도 때론 기름칠도 하고 바람도 넣고 나사를 조이는 일종의 ‘정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올해가 나에게 주어진 ‘정비’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목적지를 향해 빨리 가려고 무작정 서두르기 보다는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건 없는지

살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일 지도.

무언가 삐걱거린다 느껴질 때 잠시 멈춰서 나,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 인생에도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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