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미지의 ‘아우라 없는 아우라’
벤야민이 기술 복제 시대 원본 숭배 아우라(originalen Kult-Aura)의 몰락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아우라 관련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심혜련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아우라는 크게 두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첫째, 아우라의 복원이다. 아우라의 복원은 반동적이다. 아우라의 복원은 원본 숭배 아우라가 사라진 작품에 의사 아우라 내지 가상 아우라를 만들어 예술성을 주장하고 이를 상품 가치 제고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오리지널 프린트는 아우라가 사라진 사진에 의사 아우라를 부여한다. 대량 생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직접 인화한 한정된 수의 사진에 일련번호를 부여함으로써 반복성은 유지하면서 원본성을 복원한다(Damisch, 1990/2003). 오리지널 프린트는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회화처럼 지각된다. 전시 가치는 숭배 가치로 전환된다. 더 많이 전시되는 작품이 더 우상화되고 더 비싸게 팔린다. 예술이 상품화되는 동시에 상품도 예술화되는 착시가 나타난다. 아우라의 원천은 이제 높은 가격이다.
둘째, 아우라의 귀환(Wiederkehr der Aura)이다. 아우라의 귀환은 작품 없는 작품(Werk ohne Werk), 아우라 없는 아우라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특히 미디어 이미지에서 두드러진다.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가까이 가져오는 미디어 아우라(Mediaura)를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이미지는 끊임없이 재매개되고 변형(morphing)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 없는 이미지가 된다.
아우라의 진화 관점에서 NFT 아트는 오리지널 프린트의 특징과 디지털 이미지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사실 NFT 아트는 NFT 기반 증서와 디지털 이미지가 결합된 형태다. 따라서 하나의 NFT 아트는 두 성격을 모두 갖는다. 다만 어떤 성격이 더 강조되는가에 따라 그 잠재력이 달라진다.
오리지널 프린트로서 NFT 아트에서 NFT 기술은 디지털 아트의 원본성을 강화한다. NFT 아트는 이 원본성에 따라 의사 아우라를 갖게 되고, 의사 아우라를 통해 높은 가격이 부여되고, 높은 가격에 의해 의사 아우라가 강화될 것이다. 오리지널 프린트로서 NFT 아트는 예술 경매 시장에서 고가의 예술품으로서 거래될 것이다. NFT 아트의 거래는 오리지널 프린트의 소유권 증서 거래와 유사한 방식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프린트로서의 NFT 아트는 주로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복원된, 시대착오적인 의사 아우라를 갖는데 그친다.
디지털 이미지로서 NFT 아트 역시 NFT 기술을 써서 원본성 자체는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원본성은 원본 없는 원본성, 끊임없이 변형되는 원본성이다. 예컨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훈민정음 해례본의 디지털 이미지를 100개의 NFT로 만들어 각각 1억원에 판매하는 사례를 생각해보자. 이를 구매할 때 소유하는 것은 해례본 원본이 아닌 그 디지털 이미지이다. 디지털 이미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 원본의 역사적, 시각적 흔적 정도가 담겨 있을 뿐이다. 게다가 훈민정음 해례본은 실물 복제본도 존재한다.
감상 측면에서도 NFT 아트는 원본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NFT 아트는 구매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도 여전히 작품을 사실상 동일한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예컨대 NFT 구입시 제공되는 간송 보유 해례본의 디지털 이미지가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된 실물 해례본 사본이나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한글박물관의 해례본 디지털 이미지보다 복원 수준 및 해상도 등 품질이 더 낫다거나, 이들 정부 기관이 보증하는 진품성보다 더 진품에 가깝다고 단언할 수 없다. 심지어 현재로서는 해례본 NFT를 구입했다고 해서 원본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출처:
박대민(2021). NFT 아트 : 예술계의 탈중앙화와 흔적의 아우라. <한국언론정보학회>. 109호. 127-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