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무엇으로 사는가 (3)
첨단기술 기업도, 자영업자도, 대기업도 아닌 작은 신생기업이면서도 첨단 기술로 무장한 1등 기업을 무력화하는 파괴적 혁신을 수행하는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우선 스타트업은 혁신 창업가이다. 드러커는 혁신 창업가를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고객가치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경영 기술을 적용하고, 상품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종업원을 훈련하고, 자원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이들로 보았다. 드러커는 혁신 창업가의 정신을 과학도 기예도 아닌 실천(practice), 내지 행동 양식이라고 정의한다 [1].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의 구체적인 모습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루어지는 스타트업의 수행(performance)에 의해 매 순간 다시 구성된다.
스타트업은 무엇보다 스스로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해 스타트업으로서 활동하고자 해야 한다. VC로부터 투자를 받았는지 여부, 성공적인 BM을 만들었는지 여부, 성장해서 혁신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어떤 조직이 스타트업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수행을 중단하지 않는 한 실패는 극복해야 할 난관(hard thing)이고 과정일 뿐이다 [2].
앞서 스타트업의 시장은 결국 파괴적 혁신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파괴적 혁신 시장은 시장이나 고객, 상품, BM 모두 불확실하다 [3]. 즉 스타트업은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이다 [4]. 좀 더 구체화하면 스타트업은 신규시장이 갖는 불확실성 속에서 고유 가치 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을 담은, 수익 창출 및 반복과 확장이 가능한 BM 가설을 검증해 가치 혁신을 달성하고자 하는 한시적 조직이다 [5].
스타트업은 소수의 목표 고객을 상대로 고유 가치 제안을 담은 최소 기능 상품을 빠르게 내놓고 개선한다.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검증된 스타트업의 BM 가설을 다음 단계로 확장해 검증하는 것에 동의한 투자자들이 스타트업과 함께 마일스톤을 세우고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한다. 시드(seed) 투자에서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그리고 기업공개나 인수합병을 거칠 때까지 확장된 시장에서 BM 검증이 계속된다. 가설이 기각되면 다른 BM로 끊임없이 전환(pivoting)한다. 다음 단계로 가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실패는 계속된다. 한 단계에서 성공한 BM이 다음 단계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실패는 스타트업의 가장 흔한 행동 양식일 수도 있다.
한편 스타트업 내부는 크게 이사회와 경영진으로 구성된다. 스타트업은 투자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창업자의 지분이 크게 감소한다. 이에 따라 이사회를 통한 의사결정 과정이 잘 발달해 있다. 한편 경영진은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다양한 임원, 즉‘C-레벨’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최고 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다. 다음으로 최고 기술 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와 최고 재무 책임자(chief financial officer, CFO)가 중시된다. 이 밖에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 최고 콘텐츠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 CCO), 최고 운영 책임자(chief operation officer, COO) 등 다양한 역할이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예컨대 CTO는 즉시 기술 개발을 하려 하지만, CFO는 이를 다음 투자 라운드 이후에 진행함으로써 개발비를 사실상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5].
[1] Drucker, P.(1985).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이재규(역)(2004).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 서울: 한국경제신문.
[2] Horowitz, B.(2014).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building a business when there are no easy answers. 안진환(역)(2014). <하드 씽>. 서울: 36.5.
[3] Christensen, C. M.(1997). The Innovator's Dilemma: When New Technologies Cause Great Firms to Fall. 이진원(역)(2009). <혁신 기업의 딜레마>. 서울: 세종서적.
[4] Ries, E.(2011). The Lean Startup. 이창수·송우일(역)(2012). <린스타트업>. 서울: 인사이트.
[5] Blank, S. & Dorf, B.(2012). The Startup Owner's Manual: The Step-By-Step Guide for Building a Great Company. 김일영•박찬•김태형(역)(2014). <기업 창업가 매뉴얼>. 의왕: 에이콘.
[6] Berkery, D.(2007). Raising Venture Capital for the Serious Entrepreneur. 이정석(역)(2013). <스타트업 펀딩>. 서울: e비즈북스. 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