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의 파괴적 혁신 (3)
사실 신문과 방송에 한정하지 않고 미디어 전체로 본다면, 파괴적 혁신은 초기이지만 이미 시작되고 있다.
첫째, 신문과 지상파TV의 사용자가 대거 떠나고 있다. 미디어 이용 시간도 감소하고 신문의 경우 구독도 줄고 있다. 아무리 다른 매출로 상쇄한다고 해도 본질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둘째, 미디어 광고 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는 파괴적 혁신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전체 시장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다. 산업효과로 대부분의 매체 광고 매출이 증가한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신문과 지상파 TV, 그리고 PC의 매출은 소폭 감소한다. 즉 2011년 대비 2017년 예측치 기준으로 지상파 방송은 18.62%, 신문은 15.05%, PC는 17.25%가 줄었다. 반면 모바일은 같은 기간 350배나 성장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2017년에 모바일이 지상파TV를 넘어서 광고 매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주류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인 주요 신문과 지상파TV는 현상 유지를 하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을 인지하지 못한다. 기존 미디어는 주류 시장에서 매출이 현상 유지되는 것에 만족하고 파괴적 혁신 시장의 성장을 외면한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만드는 콘텐츠는 저품질이라면서 외면한다.
그 결과 미디어 스타트업은 기존 미디어가 외면하는 파괴적 혁신 시장에서 급성장한다. 즉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을 가져간다.
그러나 PC가 스포츠신문을 사라지게 했듯이, 모바일의 파괴적 혁신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른다. 모바일에서 기존 포털이 영향력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는 PC 시대보다 언론사의 포털 종속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상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플랫폼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론 경쟁 구도 덕에 콘텐트 공급자로서 매체의 위상은 조금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전통 매체에 비해 플랫폼별로 최적화된 뉴스 스타트업과 미디어 스타트업이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딩고(Dingo)를 운영하는 메이크어스(2014년 10월 창업)나 위키트리는 네이버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페이스북에서만 2017년 기준 각각 월 3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딩고의 페이스북 채널을 종합하면 누적 채널 구독자 수는 2017년 11월 현재 1,343만 명이나 된다. 위키트리도 단일 채널만 해도 172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출처: the VC.com (재가공), 2017년 8월 기준.
이들 스타트업이 연성 콘텐트에 집중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성 뉴스를 다루는 ㅍㅍㅅㅅ(2014년 창간)나 슬로우뉴스(2012년 창간)는 각각 페이스북 구독자가 12.5만 명, 5만 명에 달한다. 미디어 전문 엑셀러레이터 메디아티의 투자사들로 정치, 여성, 과학, 영문 뉴스, IT 등을 다루는 쥐픽처스, 닷페이스, 긱블, 코리아 엑스포제, 디에딧, 디퍼 등 5개사는 페이스북 구독자 수를 합치면 28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길어야 1년여 전에 각각 4,000만원의 투자를 받은 5명 안팎의 팀으로 이러한 성과를 냈다.
경성 콘텐트만으로 웬만한 기존 매체보다 더 성공적으로 유료화한 경우도 있다. 2016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퍼블리는 온라인 책으로 2017년 9월 현재 월 매출 6,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IT 전문 매체인 아웃스탠딩은 유료화 전환 1년 만에 2017년 8월 기준 월 9,900원의 구독료를 내는 유료 독자 수가 누적 4,000명이 넘었으며 이 중 절반 정도가 정기 구독자이다.
플랫폼 경쟁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있다. 소셜 오디오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마이쿤은 음성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발굴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한다. 마이쿤은 아프리카TV와 유사한 방식으로 저작권 모형을 BM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창작자와 사용자를 모으는 단계로 성장성에 초점을 두고 창작자에게 유리하도록 수익 배분을 하고 있다. 향후 플랫폼 성장 여부에 따라 광고 BM을 추가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스(FROGRAMS)는 아시아 시장을 놓고 넷플릭스와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