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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Dec 15. 2017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오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4)

앞서 스타트업은 딜레마를 갖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은 자영업자도 대기업도 아니다. 작은데 작으면 안 되고 커지려 한다고 해서 크게 움직이면 안된다. 



그렇다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도 딜레마가 있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딜레마이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미디어가 아니라 차라리 스타트업이다. 뉴스 미디어가 2할이라면 8할은 스타트업이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행동 양식으로는 우선 하드 씽이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은 탄환은 없다(no silver bullet)". 이식하기만 하면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BM은 없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해 버즈피드나 쿼츠, 그밖에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의 BM을 전부 검토한다고 해서 실제로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BM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잘 되는 스타트업의 BM을 기존 미디어가 따라 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 없다. 최소 기능 상품을 들고 직접 고객을 만나 면박을 당하면서도 콘텐츠를 개선하고 끊임없이 실패하고 벼랑 끝에 내몰리는 하드 씽을 해나가야 한다.



성장 문제도 있다. 1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중국의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비롯해 바이스 미디어나 버즈피드와 같은 미디어 유니콘의 기하급수 성장은 한국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장이 불가능한 이유로 시장 규모가 작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국내 뉴스 미디어 시장 규모는 작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가장 좁은 기준인 한국 언론산업 규모로 따져도 2015년 기준 9조 2211억 원에 달한다 [1]. 같은 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 10조 7223억 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



게임산업과 달리 언론산업 전체가 저성장이라는 문제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신규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재구획하거나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예컨대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근 1%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3].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 5년간 생산량은 7배 늘고, 주가는 11배 이상 올랐다. 사실 스타트업은 미국과 같은 저성장 선진국 시장에서 고성장하는 모형이다.



시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화일 수도 있다. 영어가 아니어서 세계화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세계화는 어렵다. 하지만 코리아 엑스포제(KOREA EXPOSÉ) 같은 영문 뉴스 스타트업도 있다. 문자가 아닌 영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전통 미디어의 경우 글로벌 전략만 수립했다면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한 ≪니혼게이자이 신문사≫처럼 외국 언론사나 외국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저널리즘 가치 등이 중요하고 성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즉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을 사회적 기업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장 없이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업 형태로는 대안 미디어를 만들 수는 있지만, 뉴스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혁신할 수 없다. 기하급수 성장 없이는 파괴적 혁신도 불가능하고 사회 혁신으로서 저널리즘 혁신도 어렵다.


네이버 등 포탈에 종속되어 있어서 혁신이 무용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실제로 국내의 MCN이나 위키트리와 같은 인터넷신문, 그리고 규모는 작지만 슬로우뉴스나 ㅍㅍㅅㅅ와 같은 뉴스 스타트업도 사실상 포탈을 떠났다.


자금이 없어서 개발자를 뽑지 못한다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다. 스타트업은 더 작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확립된 BM조차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고객 개발과 상품 개발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린 스타트업의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많은 개발자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레거시 미디어는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을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이미 진르터우탸오나 버즈피드, 바이스 미디어와 같은 미디어 유니콘은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2016.12). <2016 한국언론연감>.                                                      

[2]한국콘텐츠진흥원(2016.11).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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