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치성, 스타트업의 합리성 (1)
지난 2017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 페이스북(Facebook)의 개발자 콘퍼런스인 F8 [1]이 열렸다. F8은 페이스북이 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로 2007년 시작해 올해 11회째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CEO를 비롯해 각 부문 총괄 VP(vice president)와 핵심 개발자가 SNS, 메신저, VR, AI 등 페이스북의 최신 기술과 미래 전략, 서비스를 직접 소개하며 각종 서비스 데모도 시연한다.
첫날 키노트 스피커로 나선 저커버그는 키노트 스피치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공동체의 붕괴를 지적하고 페이스북의 향후 10년 미션으로 ‘공동체의 건설(Building Community)’을 제시했다 [2]. 이는 앞으로 10년 간 페이스북의 모든 활동이 최종적으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가인 저커버그가 미션으로 시장 가치 제고가 아니라 사회 가치 지향, 공동체의 건설을 내건 이유는 무엇일까?
저커버그는 2002년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다 [3]. 당시 미국은 물론 세계 사회과학계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었다. 사회자본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로버트 퍼트남(Robert D. Putnam)이 책 ‘나 홀로 볼링: 미국 공동체의 붕괴와 재생(Bowling Alone: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에서 강조한 개념이다 [4]. 퍼트남은 미국에서 사회자본이 감소하면서 정치 참여는 물론 사회적 유대가 해체됐으며 그 상징적 사례로 과거엔 볼링장에서 이웃들이 함께 볼링을 쳤지만, 지금은 혼자 볼링을 즐기는 ‘나 홀로 볼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들었다.
마크 저커버그의 F8 2017 키노트 스피치
퍼트남 책 출간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자원 전체를 투입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공동체의 붕괴와 재건은 여전히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다만 저커버그의 방식은 퍼트남과 같은 사회과학자의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공동체 붕괴의 문제를 기업가, 더 나아가 정보 기술에 바탕을 둔 기술 기반 혁신 창업가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공동체 건설’이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제안한 핵심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연결성(connectivity),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및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다.
페이스북은 공동체를 연결성이라는 기술로 개념화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연결성은 아프리카 오지나 재난 지역에 저가로 빠르게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아퀼라(Aquila) 프로젝트를 핵심으로 구현된다. 아퀼라는 통신망 기지국 역할을 하는 너비 42m의 초대형 무인비행기이다. 태양전지로 동력을 공급받으면서 3개월 이상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아퀼라는 기존의 인터넷 망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망 중립성 원칙 구현에 더 적합한 기술로 발전시키면서 기존 망 사업자가 제공하는 고가의 통신망을 대체할 파괴적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연결성은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의 장벽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뇌파와 피부의 신경 자극을 이용해 인간과 기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혁신 개발팀 빌딩 8(Building8)을 이끄는 레지나 두간 부사장은 F8 2017에서 뇌파로 1분에 100글자를 입력하고 피부로 사물의 기하학적 형태와 위치를 파악하는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5].
이러한 기술은 단기적으로는 AR/VR 기기의 인터페이스에 이용되는 컨트롤러나 음성, 눈 깜빡임과 같은 움직임을 뇌파 인터페이스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 역시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어로 생각하고 스페인어로 출력하는 식의 소통, 더 나아가 무의식을 코딩해 침묵으로 대화할 수 있는 언어의 종말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페이스북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기업공개 후 10여 년 만에 전 세계 수십억 명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이나 스타트업 및 개인 개발자가 기술을 통해 시장과 사회의 혁신을 돕기 위한 디벨로퍼 서클(developer circle)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은 연결성을 구현하는 핵심 수단이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미셸 푸코에 따르면 권력이 사회와 시장을 다스리는 합리성인 통치성(governmentality)은 지식을 매개로 작동한다 [6]. 페이스북을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는 이러한 지식을 컴퓨터 코드를 통해 구현한다. 인공지능이란 연결성을 실현시키는 코드화된 지식, 코딩된 지성인 셈이다.
과거 구글은 웹을 점(node)으로, 하이퍼링크 관계를 연결(edge)로 하는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웹 연결망 분석알고리즘을 통해 검색엔진을 혁파했다. 페이스북은 사람과 기관을 점으로, 친구 관계나 참여(engagement) 여부를 연결로 하는 사회연결망 분석에 기초해 서비스를 만들었다. F8 2017에서는 페이스북이 다음 단계로 사회연결망의 의미론적 맥락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기반 영상처리 기술인 컴퓨터 비전(computervision, CV)[7]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 중이다.
특히 페이스북의 AI 전략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어디에서나 구현 가능한 자유주의적 인공지능, 모바일 AI이다. 즉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모바일폰의 CPU와 그래픽 성능으로 구현 가능한 인공지능, 선진국의 5G 통신망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2G 통신망에서도 구현 가능한 인공지능, 시니어 개발자가 아닌 노인이나 아이들, 저학력자나 저소득층도 조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인공지능 프레임워크 카페 2(Caffe2)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인공지능이 코딩된 지능, 코드화된 지식이라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코드화된 지식이 구성하는 코딩된 현실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기술은 2016년 아바타를 불러오는 기술에 이어, 2017년에는 공간을 입출력하고 그러한 가상공간 속에서 앱을 구동하는 서비스인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를 내놓았다. 개인을 현실의 친구는 물론 가상의 친구와 연결할 뿐만 아니라, 가상의 장소와도 연결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소셜 VR(Social VR)이다. 특히 저사양 모바일폰 및 통신 환경에서도 구현 가능하도록 만들어 세계적 규모의 소셜 VR을 구축하고자 한다.
페이스북 스페이스
증강현실은 디스플레이 기술과도 접목된다. 사실 애플, MS,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스마트폰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고 모바일 전략만 세웠다. 대신 페이스북은 F8 2017에서 카메라와 글라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페이스북은 글라스를 통해 스마트폰의 종말은 물론 TV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디스플레이의 종말을 초래하는 파괴적 혁신을 구상 중이다. 페이스북은 글라스 이전의 증강현실 플랫폼으로 스마트폰과 결합된 360도 카메라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더 나은 성능을 위해 직접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1] ‘8’은 무한대 표기(∞)를 상징한다. 빌딩 8 은 무한대에 도전하는 혁신 개발팀을 의미한다.
[2] https://goo.gl/3CQJyT
[3] 2005년 페이스북 창업을 위해 중퇴했다.
[4] Putnam, R. D.(2001). Bowling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정승현(역).(2009). <나 홀로 볼링: 사회적 커뮤니티의 붕괴와 소생>. 서울: 페이퍼로드.
[5] 참고로 F8 2017 시연 며칠 전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인간 뇌에 초소형 칩을 심는 방식의‘뉴럴 링크’를 소개했다. 이를 의식한 듯 두간 부사장은 페이스북의 방식은 뉴럴링크와 다른 비침투적 방식임을 강조하며 관련 분야 기술 경쟁을 천명했다. https://goo.gl/4YDDBs
[6] Foucault, M.(2004). Sécurité, territoire, population: cours au Collège de France, 1977-1978. 심세광, 전혜리, 조성은(역).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79년>. 서울: 난장.
[7] 의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영상처리의 핵심 기술은 영상변환, 영상분석, 영상인식으로, 선 과면 등을 인식해서 적절한 의미 단위로 분할한 뒤, 분할된 영상 내에 있는 개체들을 유형화 (인간인지 동물인지 사물인지, 사물이라면 어떤 사물인지)하고 식별(인물의 이름은 무엇인지)하고, 최종적으로 관계를 정의하고 중요도를 계산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단계를 거친다(박대민, 오세욱,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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