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디어 블록체인인가 (3)
2018년 3월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 이로 인해 페이스북의 주가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17.75% 하락하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곤욕을 치뤘다.
특정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 등을 이용해 사생활 정보를 동의 없이 공개한다거나, 자신이 쓴 게시글이나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 문제 역시 개인 정보 문제와도 관련된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특정인에 대한 나쁜 댓글을 다는 소위 악플이나, 메신저 창에서 특정인을 공격하는 왕따 문제도 개인정보 유출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상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다.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디어 플랫폼을 향한 가장 전형적인 대항품행(counter conduct)이다. 대항품행이란 프랑스 사회철학자 미셸 푸코의 개념으로 한 시대를 지배하는 합리성인 통치성(governmentality)에 반발하는 일련의 행위 양식을 의미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에 입각한 스타트업 담론에 의해 사회와 시장, 주체, 시간과 공간 등을 재구성하는 정보통치성(informational governmentality)의 시대가 대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페이스북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주가가 폭락하고 의회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정보통치성 시대의 전형적인 대항품행이다. 정보 기업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져 있다는 거품론,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간을 지배하려 든다는 디스토피아론 등에 따른 대응도 수많은 대항품행 중 하나이다.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서 몰카나 성폭력이 자행되거나 , 과도한 비용 청구가 이뤄진다는 비판을 비롯해, 급성장한 우버(Uber)에서 성추행이 문제시된 것도 넓은 의미의 대항품행에 속한다.
현 단계의 정보통치성 시대에서 최대 승자인 미디어 플랫폼을 향한 대항품행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지 않는다. 아래 그림은 미디어 플랫폼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바로 대항품행을 구성한다.
우선 개인정보 문제와도 연관된 빅 브라더(big brother) 문제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이다. 미국 국토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이 프리즘(PRISM)이란 감시 시스템을 통해 구글 등의 협조를 받아 대테러 방지를 넘어서는 정보 수집을 일반 대중을 상대로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점 문제도 있다.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MS, Microsoft)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익스플로러(Explorer)를 사전 탑재해 독과점 지위를 남용했다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
이는 2018년 7월 18일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구글(Google)에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이유로 약 43억 유로(약 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밖에도 광고료 인상이나 중소업체의 사업 영역 침범 , 아마존의 저주(The Curse of Amazon)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업체의 파산 등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도 제기된다.
때문에 플랫폼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무엇보다 독점은 무엇보다 독점 이익 문제를 낳는다. 그러나 논란은 있다. 상당수의 플랫폼 경제학자들은 적당한 수준의 플랫폼 독점 이익은 사용자 편익으로 보상된다고 본다 . 즉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색을 하거나 이메일을 쓰고, 블로그를 만들고, 뉴스 콘텐츠를 볼 때 사용자는 돈을 내지 않는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의 경우 사용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면시장 특성을 가진 플랫폼의 독점은 사용자의 편익이 크기 때문에 독점을 용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즉 플랫폼 독점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독점 이익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플랫폼의 다면시장 특성에 따라 독특한 면이 있다. 즉 한 플랫폼이 독점을 통해 침해하는 이익은 다른 경쟁 플랫폼의 것이 아니라 다면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의 것이다. 우선 플랫폼이 콘텐츠 생산자에게 충분한 이익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비난 받는다. 포털과 언론사 간의 갈등이나 과거 음원 시장에서 이익 배분 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언론사의 비즈니스 기반이 잠식되면서 어뷰징(abusing)과 피싱(fishing)을 통한 클릭 베이트(clickbait)와 연성화 등으로 인한 뉴스 품질 저하 및 이에 따른 언론 신뢰도 하락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터넷신문의 배너 광고나 동영상의 강제적인 15초 광고처럼 과도한 광고가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침해하면서 사용자의 불만도 높아졌다.
사용자들이 콘텐츠 생산과 큐레이션을 통해 플랫폼의 가치 제고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림자 노동 , 플랫폼 노동, 크라우드 워크 등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사용자 생성 행동 데이터를 플랫폼이 독점한다는 데이터 독점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에 대한 보다 일반적 비판도 있다. 예컨대 아마존이 제프 베조스는 세계 1위 부자이지만, 물류 노동자는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 국내에서는 쿠팡에서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우버 등이 개발자를 공격적으로 채용하는 탓에 인건비가 급등하는가 하면, 실리콘밸리 소득이 높아지면서 주거 비용이 급등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플랫폼의 독점이 규제 대상이라고 해도 어려움은 남는다. 플랫폼 사업은 글로벌화돼 있는데 규제는 국가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세(google tax)는 이에 대한 대항품행이다 . 즉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화된 상황에서 일종의 글로벌한 규제 거버넌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논의이다. 이는 과거 신자유주의적인 금융통치성(financial governmentality)의 시대에 해지펀드 같은 금융자본에 토빈세(Tobin tax) 를 부과하자는 주장과도 결을 같이 한다.
미디어 관점에서는 특히 여론독과점도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뉴스 이용점유율은 2015년 기준 네이버가 55.4%, 다음이 22.4%에 달한다 . 신문 및 방송사 134곳의 점유율(14.8%)을 합쳐도 2위 업체 다음에 미치지 못한다.
http://www.korea.kr/common/download.do?fileId=186238070&tblKey=GMN
여론독과점은 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예컨대 검색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기술을 악용한 검색 순위 조작이 논란이 됐다. 특정인 또는 조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댓글을 대규모로 작성하는 댓글 조작 문제도 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 사건 ,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 은 정치적인 파급력이 컸던 사례다.
상업적으로는 파워블로거가 협찬을 빌미로 돈 받고 맛집이나 상품평을 써주는 사례 , 자동 댓글 프로그램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몰이나 맛집 , 블로그나 카페 의 순위 조작, 영화, 공연, 음악 평점 조작 등이 논란이 됐다.
뉴스 콘텐츠의 경우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위해 낚시성 제목을 다는 경우나 실시간 검색어를 사용해 기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어뷰징 등이 나타났다. 뉴스가 아닌데 뉴스 형식을 띄면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가짜 뉴스(fake news) 를 비롯한 유언비어 확산도 일어난다. 실제로 2018년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저커버그 CEO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
문화제국주의적인 우려도 있다. 예컨대 2016년 페이스북이 무료 인터넷망 서비스 프리베이직(Free Basics)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인도 정부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위배라는 이유로 거부했는데, 이 때 반식민주의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으로 플랫폼은 막대한 비용을 절감한 반면, 망 사업자는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망 중립성이 폐지되기도 했다.
에ㄴ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검색 없이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추천(recommendation)을 핵심 기능으로 한다. 따라서 검색 순위 조작 문제는 소셜 미디어에서 상대적으로 적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가짜 계정을 만들어 클릭 수나 팔로우 수를 늘려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만들거나 마케팅 효과를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 기준으로 2018년 9월 현재 일 700-800만 개의 가짜 계정이 세계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또한 2019년 1분기에는 22억 개의 가짜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279849
사용자 맞춤 정보만 제공됨으로써 사용자의 정치적 성향에만 맞는 콘텐츠만 제공되어 관점의 다양성을 잃어버리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필터 버블에 따라 특정한 여론이 증폭되는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도 나타난다. 이는 온라인 여론이 진보와 보수로 양극화(polarization)되고 다양성을 훼손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어떻게 현재의 검색 결과와 추천 결과에 노출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필터 버블이나 반향실 효과는 특히 과거에는 침묵했던 극우의 목소리가 결집해 확산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즉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이 깨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온라인 게시판이나 댓글, 소셜 미디어 상의 인종 및 성적인 혐오 발언(hate speech)도 확산되고 있다. 일베(일간베스트)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슬람국가(IS, Islam State)와 같은 극우 집단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을 홍보하거나 트위터를 통해 대원을 모집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우 집단은 특히 가짜 정보를 뉴스 형식으로 게이트키핑(gatekeeping) 없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유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짜 뉴스(fake news)는 2016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Allcott & Gentzkow, 2017).
다른 한편 혐오 발언이나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플랫폼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선정성도 문제시된다. 예컨대 구글이나 텀블러(Tumblr) 는 성인 콘텐츠가 쉽게 검색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성년자의 자살이나 성폭행 장면이 생중계되거나, 아마존이 인수한 게임 스트리밍 미디어인 트위치에서 게임 토너먼트 과정 중 총기 난사 현장이 생중계된 사례도 있다. 선정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미디어 플랫폼 상에 유통되는 콘텐츠가 오락물 위주로 연성화됐다는 비판도 흔하다 .
요컨대, 플랫폼에 대한 수많은 대항품행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항품행은 그 시대의 통치성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푸코에 따르면 오히려 통치성은 대항품행에 대응함으로써 강화된다. 통치성을 넘어서는 것은 지배적인 통치성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통치성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만 가능하다.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 국가 단위를 넘어 유럽 단위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실행되자, 페이스북을 비롯한 플랫폼들은 더욱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책을 내놓았다.
구글은 잊혀질 권리 주장을 받아들였다.
위키리크스가 플랫폼이 NSA 프리즘에 협력했음을 폭로한 이후, 구글을 비롯한 플랫폼은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를 발간하고, NSA의 정보 제공 요청 실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 중소상공인 재단에 500억원의 기금을 출연했다.
네이버는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로 알려진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 적도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를 지원하거나 네이버 D2를 설립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기도 하고, 투자하기도 한다.
어뷰징, 피싱, 클릭바이트, 혐오발언, 욕설, 극우 결집, 가짜뉴스, 선정성 등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내규를 정비하고 자율 규제 협회를 운영한다.
페이스북은 자살 생중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등 콘텐츠 생산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기도 한다.
https://www.bloter.net/archives/251816
관련 기술을 공유하기도 한다.
저작권료는 인상해주는가 하면, 각종 저널리즘 지원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https://newsinitiative.withgoogle.com/
다양한 콘텐츠 생산자를 양성한다.
과도한 배너광고를 대신 UX에 부합하는 네이티브 광고(native ad)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오픈데이터와 오픈소스를 지원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망 중립성을 폐지하자 자체 망 구축 기술을 쌓기도 한다. 그림자 노동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이나 POD를 지원하는 브런치처럼 사용자가 전문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는 방향이 모색된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되물어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일까? 대항품행으로 플랫폼의 잠재된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할 수 있지만, 그 문제 해결이 규제와 같은 반동적인 권위주의적 메커니즘으로 해결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즉 정보통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는 문제가 플랫폼의 손에서 해결된다면 그것은 대안적이지 않다.
당장 정보통치성을 넘어서는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면, 차선의 해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첫째, 합리적이어야 한다. 즉 정보통치성에 부합하는 방향, 규제가 아니라 정보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 둘째, 플랫폼 사업자의 손이 아닌, 사용자와 콘텐츠 생산자의 손으로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글은 "박대민, 명승은(2018). <플랫폼리스 미디어 블록체인>"에서 분량 문제로 빠진 부분 등을 보완한 것이다. 아래는 링크.
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BASE_201812100208347330.pdf&rs=/synap/result/mediap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