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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Sep 30. 2018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는 솔루션

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가

“베이조스 같은 사람을 찾으세요.” 
이 무슨 맥 빠지는 답인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으로 참석한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장. 기자의 ‘전설’ 밥 우드워드가 끈질긴 투지, 발로 뛰는 취재와 같은 저널리즘의 정석을 역설한 뒤 객석의 한 젊은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미디어의 살림살이와 저널리즘 사이에서 어떻게 타협해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 이인숙(2018.6.19.) [기자칼럼]우리에게는 제프 베이조스가 없다. <경향신문>.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6182036001


언론사란 무엇인가?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한 마디로 언론사는 광고주의 돈을 받아서 정부를 견제하는 조직이다. 기업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시장을 통해 달성하는 전형적인 미국 모형의 산물이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의 플랫폼 경쟁에서 언론사가 밀려나고 비즈니스 기반도 무너지면서, 언론사는 점점 더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 결과 기자들은 언론사를 떠나고, 독자들은 언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Amazon) 창업자이자 2018년 세계 최고의 부자에 등극한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WP)는 얼마나 부러운가? 돈 걱정 없는 기자는 전력을 다해 세계의 문제를 탐사할 것이다. 베조스가 인수한 덕분에 WP는 제2의 밥 우드워드가 재림하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베조스가 준 것은 돈인가? 2013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2억 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2011년 출범한 4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자본금은 가장 많은 JTBC가 4220억 원, 가장 적은 TV조선이 3100억 원이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94458

종편이 WP보다 비싸다. 베조스가 WP 인수 후 얼마나 추가 투자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베조스는 WP를, 한국 언론사는 종편을 택한 것뿐. 이제 한국 최초의 근대 신문 한성순보(1883년 창간)보다도 오래된 WP(1877년 창간)는 개발자를 200명 이상 고용한 테크 기업이 됐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 뛰어난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을 통해 온라인 독자 수를 크게 늘렸으며, 오픈소스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인 Arc을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개발해 다른 언론사에게 판다. 


어떻게 WP는 테크 기업이, 국내 메이저 언론사는 종편이 되었을까? 사실 1등 기업은 기존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존속적 혁신만 할 수 있고 파괴적 혁신엔 실패한다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책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떠올려본다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성공한 WP가 극히 예외적이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WP는 베조스 때문에 되고, 우리는 베조스가 없어서 안 된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뉴스 미디어 혁신은 오직 스타트업 방법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2]. 크게 네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소위 사내 혁신가(intrapreneur)를 키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3]. 사내혁신가란 쉽게 말해 혁신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법론으로 무장한 직원이다. 기존 인력을 사내 혁신가로 키울 수도 있지만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 여하튼 편집국 인력의 절반을 개발자로 채우고, CTO(Chief Technology Officer), CMO(Chief Marketing Officer) 직을 신설해 업계 최고 대우로 모시고, 이들에게 최고 콘텐츠 책임자(Chief Content Officer)인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과 동등한 권한을 주고, 린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하고 애자일 개발(agile development)하면 된다. WP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원샷 원킬에 가깝다. 즉 조직은 전체 규모로 진행되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만 수행한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동의도 필요하다. 


아니면 사내 벤처 형태의 미디어 스타트업을 만들어 자회사로 분사시키고, 이를 테헤란로나 판교, 성수동에 있는 위워크(WeWork)나 카우앤독(CowNDog), 또는 이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에 들어가게 하고 자력갱생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크리스텐슨이 말한 방법이다 [1]. 레거시 미디어의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고유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 이 사내 벤처는 스스로 투자 유치해야 하고, 모회사는 단지 투자자로서 경영에 간섭하지 말고 외부 투자자의 후속 투자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일례로 애틀랜틱 미디어(Atlantic Media)가 설립한 경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인 쿼츠(Quartz)는 설립 5년 만에 일본 기업에 1억1000만 달러(약 1200억 원)에 매각됐다. 그러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만일 성공하려면 여러 개의 스타트업을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역시 근본적으로는 원 샷 원 킬이다. 쿼츠 역시 극히 예외적인 사례인 셈이다. 이 방식은 앞선 방식에 비해 작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혁신 자원의 원천이 사내로 한정된다. 


일례로 Y콤비네이터 투자로 2009년 창업한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2015년 악셀 슈프링어에 4억4200만 달러의 가치로 매각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6년 9월 기준 자신들의 월 순 방문자(unique monthly visitor) 수가 3억2400만 명, 월간 뷰는 35억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businessinsider.com/its-time-to-go-beyond-comscore

문제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처럼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테랑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야구팀처럼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이지만 누가 봐도 미래가 불투명한 핵심 사업이라도 비전에 맞지 않으면 매각하고, 그 돈으로 이미 기하급수 성장 궤도에 오른 검증된 스타트업을 십고초려해 웃돈 주고 인수하고, 20-30대 스타트업 창업자를 편집국장보다 직급이 높은 자회사 대표 이사이자 부자로 인정하면 된다. 단, 이 방법은 언론사가 배포가 커야 하고 돈도 많이 써야 한다. 


아니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겸허하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몇 번 돈을 잃더라도 매년 꾸준히 10개 이상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10개 중 1개 정도로 나타나는 성장 기업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인수하면 된다. 비록 투자해도 지분을 20%도 확보하지 못하고, 대기업은커녕 중소기업보다도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해놓고도 경영에 거의 간섭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 중견 기자 1명 연봉이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닷컴 매체 하나 만드는 비용으로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언론사가 개별 투자에서 돈을 절약하고 싶다면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즉 뉴스 미디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가치 17억 달러에 달하는 미디어 유니콘이 된 버즈피드는 시리즈 A 단계에서 350만 달러에 투자를 받았다. 이것도 많다고 생각한다면, 국내 사례를 살펴보자. 

시리즈 B까지 4차례에 걸쳐 342억 원을 투자 받은 딩고의 메이크어스는 시드 단계에서 합계 10억 원(추정)을  받았다. 

https://thevc.kr/MakeUs

시리즈 B까지 3차례에 걸쳐 221억 원을 투자 받은 소셜 라디오 서비스 스푼 라디오의 마이쿤이 시드 단계에서는 2억 원을 투자 받았다. 

https://thevc.kr/Mykoon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인 긱블은 메디아티의 첫 투자에서 4000만원, 네이버가 참여한 두 번째 투자에서 8억 원을 투자 받았다. 

https://thevc.kr/Geekble

초기 단계에 투자하면 돈은 상대적으로 덜 들지 모른다. 다만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은 높기 때문에, 뛰어난 투자 안목을 갖춘 실력자를 모셨다고 해도 최소한 10개 이상에 투자해야 1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와 함께 하고 있다는 평판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만천하에 선포해야 창업팀들이 찾아온다. 1-2년 돈을 잃더라도 3년 이상 기하급수 성장이 기대되는 곳을 발로 뛰면서 25곳 이상의 창업팀을 찾아 투자하고 이 가운데 기하급수 성장하는 1-3곳을 인수하면 된다. 이게 가장 현실적이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보고서의 미션은 언론사의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설립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저널리즘 혁신과 이에 필요한 비즈니스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이에 따라 이 글의 제 1 독자는 언론사, 특히 대형 언론사이다. 이들은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할 재정적 여력이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해야 하는가?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려면 얼마나 필요한가? 스타트업에는 얼마를 어떤 식으로 투자하고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져가야 하는가? 1년에 몇 군데를 투자하면 되는가? 투자금은 어떤 방식으로 회수하는가? 특히 뉴스 미디어 분야에 투자한다고 할 때 어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미약하나마 답하고자 했다. 


디지털 전환을 원하는 소규모 언론사나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스스로를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이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받는 것이다. 그럼 누굴 찾아가야 하는가? 어떻게 투자받을 수 있나?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앞으로 쓸 글에서는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투자회사들을 맵핑할 것이다. 자금 조달 방식,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내용도 소개할 것이다. 기존의 액셀러레이터도 다른 투자 회사의 미디어 분야 투자 현황을 검토함으로써 이후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학계는 소속 대학교의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독립적 또는 연합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할 수도 있고,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강의 커리큘럼 자체를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처럼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 당국은 팁스 프로그램을 응용하거나 모태펀드에 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출자함으로써 언론사의 액셀러레이터 설립을 도울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믿는다(We are confident in the future). ”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1조 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용하는 소프트뱅크의 2016년 연례보고서에 담긴 말이다. 우리는 어디에 투자하는가? 미래에 투자한다. 왜 투자하는가? 더 나은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https://www.softbank.jp/annual-reports/2016/en/history-challenges/


이 글은 2014년 <스마트 미디어 뉴스 생태계의 혁신 전략>과 2017년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에서 다룬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연구의 연장 선상에 있다. 넓게 보면 2015년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연구>와 2016년 <사용자 참여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연구>, 2017년 <미디어 문화기술의 활성화 방안>, 그리고 2018년 출간 예정인 (가제) <미디어 블록체인>를 포함한 뉴스 미디어 혁신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1][4][5][6][7]


일곱 번의 뉴스 미디어 혁신 연구를 통해 언론사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몸 담은 채 뉴스 미디어 혁신을 시도하는 많은 창업자, 투자자, 개발자, 콘텐츠 생산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보상은커녕 온갖 조롱과 편견, 수많은 난관에 직면하면서도 뉴스 미디어 혁신을 위해 자신의 삶을 투자하고 있었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뉴스 미디어의 더 나은 미래, 뉴스 미디어 업(業)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1]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84073043&orderClick=LEA&Kc=

[2] 박대민, 임정욱, 손재권(2017a).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574374

[3] Ries, E. (2011). The lean startup: How today's entrepreneurs use continuous innovation to create radically successful businesses. 이창수, 송우일(역).(2012). <린 스타트업: 지속적 혁신을 실현하는 창업의 과학>. 서울: 인사이트.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6260577&orderClick=LAH&Kc=

[4] 박대민, 김선호, 양정애(2014). <스마트 미디어 뉴스 생태계의 혁신 전략>.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7016

[5] 박대민, 백영민, 김선호(2015).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연구>.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7662

[6] 박대민, 이중식, 서봉원(2016). <사용자 참여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연구>.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573977

[7] 박대민, 김규찬, 이소은(2017). <미디어 문화기술 활성화 방안>.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www.kpf.or.kr/site/kpf/research/selectMediaPdsView.do?seq=57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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