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2)
투자자와 연락해 미팅을 잡고 만나는 순간부터 다양한 문서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 정도인 30초 동안 사업을 소개하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 한 쪽짜리 요약본인 원 페이저(one pager)와 같은 짧은 문서부터, 본격적인 투자 검토 단계에서 제출하는 사업계획서, 발표용으로 사용하는 피치덱(pitch deck), 사업계약서와 피치덱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실사 문서, 주요 조건 합의서인 텀시트(term sheet), 계약서 등이 포함된다 [1].
이러한 문서 중 투자 유치 중인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피치덱이다. 피치덱은 투자자 앞에서 피칭할 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대신하기도 한다. 피치덱을 요약해 엘리베이터 피치와 원 페이저를 만들 수도 있다. 피치덱과 함께 중요한 문서가 텀시트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의 중요한 계약 조건이 텀시트에 담긴다. 텀시트를 바탕으로 실사가 이뤄지고, 텀시트에 기초해 최종 투자계약서가 작성된다. 문서 작성에 법률가의 도움은 꼭 받아야 하지만, 창업자는 피치덱과 텀시트에 대해서는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위해 일종의 투자 설명회인 피칭을 할 때 사용하는 문서가 피치덱이다. 피치덱은 보통 PPT 형태로 만든다.
PPT 작성 원칙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애플 마케터 출신인 가이 가와사키가 제시한 10/20/30 규칙(10/20/30 rule)이다. PPT는 10장으로, 20분 이내 발표하고, 폰트 크기는 30으로 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와사키는 PPT에 글자 수를 줄이고 압축적인 단어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잡스 스타일이다.
실제 사용되는 피치덱은 이보다 분량은 더 길고, 내용은 좀 더 상세한 경향이 있다. 이는 피치덱이 발표용만이 아니라 투자자와 연락할 때 보내는 약식 사업계획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는 몇 가지 사업계획서 작성 팁을 제시했는데, 피치덱과 사업계획서의 중간 형태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① 파워포인트 문서 기준 15쪽 이내. ② 글자 크기는 32 정도. 지나친 표나 형상화된 구조화는 필요 없다. 그림이나 사진은 인트로 등 1~2페이지만. 잡스 스타일로 도배하면 안 된다. ③ 국내 투자자면 쓸데없이 영문으로 작성하지 말 것. PPT 15쪽에 들어가는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라.
세계 최고의 VC인 세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이 제시한 피치덱 항목은 아래와 같다.
회사 소개: 회사 혹은 사업을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
문제: 고객(혹은 고객의 고객)이 겪는 문제를 서술하라. 고객이 문제에 대해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요약 해라.
해결책: 당신의 회사가 그 고객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주는지 증명하라. 당신의 제품/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줘라. 사용 사례를 제공하라.
왜 지금이고 당신이 이 일을 해야 하나?: 해당 제품/서비스의 카테고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하라. 왜 당신의 제품/서비스가 지금의 트렌드에 맞는지 설명하라.
시장 규모: 자사 서비스에 맞는 고객 조사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으로 분석
경쟁: 경쟁사 리스트 자사의 경쟁 우위 리스트
제품: 제품 라인업( 기능, 아키텍처, 특허 등) 개발 로드맵
사업 모델: 수익 모델, 가격 정책, 고객당 평균 매출액, 고객 생애 가치 영업, 유통 모델 고객/파이프 라인
팀: 창업자 및 경영자 이사회 및 고문
재무현황: 손익 자산 및 부채 현금 흐름 지분구조 희망 투자액 및 지분율
출처: https://www.sequoiacap.com/article/writing-a-business-plan/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유튜브나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냅챗, 버즈피드, 위워크 등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 유치 때 사용한 피치덱이나 링크드인이 시리즈 B 투자 유치한 피치덱, 500 스타트업(500 startups)이나 Y콤비네이터, 세퀴아 캐피탈 등 유수 투자자가 제공한 템플릿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피치덱 템플릿이나 기존 샘플, 제작도구 등을 제공하는 곳으로는 피치엔비(www.pitchenvy.com), 베스트피치덱(bestpitchdecks.com), 슬라이드빈(slidebean.com) 등을 들 수 있다.
아래는 스냅챗의 피치덱 샘플이다.
텀시트는 주요 조건 합의서를 뜻한다. 텀시트에는 채권이나 주식 발행 주체, 제공되는 담보 종류, 스타트업 평가 가치, 투입 금액, 지분의 양과 가격, 유동화나 IPO를 진행하는 조건, 의결권, 이사회 의석 수, 전환 옵션, 희석 방지 조항, 정보에 관한 투자자의 권리, 창업자의 의무, 법률 비용 부담 주체, 기밀 준수 의무, 후속 투자에 대한 권리, 서명 등이 포함된다.
텀시트는 계약서가 아니다. 따라서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함께 텀시트에 서명하더라도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법적 구속력 없음’을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내용이 있다. 실사 내용과 배타적 협상권이다.
실사는 스타트업의 회계적, 법률적 상태를 조사하고 피치덱에 담긴 내용을 검토해 회사 가치를 적절하게 산정하고 투자 위험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배타적 협상권이란 투자자가 스타트업과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일 때 스타트업은 다른 투자자와 투자 협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타적 협상권을 위반하면 손해배상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보통주만 발행하기 때문에 텀시트가 1-2장으로 짧다. 그러나 우선주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아래와 같은 관련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제안 기본사항(Offering Terms)
우선주 발행 조건: 배당금(Dividends), 법인 청산(Liquidation Preference)의 경우 분배 방법, 청산 후 자산이 남는 경우, 환수(Redemption), 전환(Conversion), 자동전환(Automatic Conversion), 희박화 또는 희석화 방지(Anti-Dilution), 투표권(Voting Rights),
주식 매입 조건: 보증 내용(Reps and Warranties), 주식 현황(Capital Structure), 소요 경비(Expense) 처리
[1] Cremades, A. (2016). The Art of Startup Fundraising. Wiley. 서정아(역). <스타트업 펀딩의 기술>. e비즈북스.
* 이 글은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연구용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권유 등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는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스스로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고, 그에 대한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