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사례 (1)
국내에는 미디어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아직은 메디아티 한 곳뿐이다. 그러나 미디어 생태계 혁신을 위해 더 많은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해외에서 보다 다양한 미디어 액셀러레이터 사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어떤 기관이 미디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지, 어떤 기관과 협력해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지, 어디에 투자를 하는지를 브레인스토밍해볼 수 있다. 미디어 액셀러레이터 사례를 검토해보면 운용사 내지 GP의 성격이나 미디어 업계와의 관계, 투자 대상 등에 따라 다양하게 유형화할 수 있다.
우선 GP가 언론사와 레거시 미디어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따져볼 수 있다. 즉 뉴스를 생산하는 신문사나 방송사, 뉴스 미디어 그룹, 뉴스 통신사,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있다. 뉴스를 제외한 교양, 오락, 영화 콘텐츠 제작사, 케이블TV 업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메신저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일 수도 있다. 이상은 기관이 영리 추구를 하지만, 비영리 기관의 액셀러레이팅도 가능하다.
언론사 협회, 저널리즘 스쿨과 같은 언론학계, 미국 나이트 재단과 같은 공익 재단, 미국 뉴욕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공공기관도 직접, 또는 협력해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메디아티 같이 기존 미디어와 협력만 하는 독립적인 액셀러레어터도 있을 수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투자한 Y콤비네이터처럼 레거시 미디어와 어떠한 협력도 없이 순수한 투자 목적으로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투자 대상도 세분화될 수 있다. 디인포메이션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곳은 비교적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 메디아티는 미디어를 통한 기술 기반 사회혁신으로 저널리즘을 넓게 정의하고 저널리즘 가치를 추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처럼 주로 미디어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도, 악셀 슈프링어 플러그앤 플레이처럼 콘텐츠든 플랫폼이든 미디어 스타트업 전 분야에 투자할 수도 있다. 미라클랩처럼 대략 절반은 미디어 스타트업을 나머지 절반은 미디어 이외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재원은 팁스나 모태펀드와 같은 공공 성격의 자금에 민간 자금이 결합한 혼합 형태가 많다. 비영리 자본은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사례가 대다수다.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미디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나 미디어 그룹 또는 성장한 미디어 스타트업, 미디어 관련 학과나 미디어 플랫폼, 공적 재단이 액셀러레이터를 직접 설립하거나 관련 전문 미디어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할 수도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팁스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모태펀드 계정 출자 등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방법론을 응용하는 편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악셀 슈프링어 플러그 앤 플레이 액셀러레이터(Axel Springer Plug and Play Accelerator, ASPnP)는 독일을 비롯해 전세계 40개 국가에서 언론사를 비롯해 다양한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 악셀 슈프링어(Axel Springer SE)와 1990년에 설립되어 구글 (Google)과 페이팔(Paypal), 드롭박스(DropBox) 등에 초기 투자를 했던 액셀러레이터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플러그 앤 플레이 테크센터(Plug and Play Tech Center)가 함께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마이크로소프트 비즈스파크(Microsoft BizSpark), T모바일(T-Mobile),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베를린 파트너스(Berlin Partners), 망고페이(Mangopay), 스트라이프(Stripe), 삼정회계법인(KPMG) 등 각종 지원 기업의 수준도 세계적이다.
ASPnP는 기본적으로 인큐베이팅과 시드 단계의 투자를 제공한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2만 5000유로를 투자해 5%의 지분을 가져간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2차 투자(secondary investment)까지 진행하는데 이 경우 최대 1000만 유로(미화 1137만 달러)까지 투자 가능하다.
ASPnP는 1년에 두 번, 100일 동안 진행되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데모데이에는 200개 이상의 투자사들을 상대로 아이디어를 피칭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졸업한 스타트업(alumni)의 네트워킹을 통해 노하우도 공유한다. ASPnP는 2017년 9월까지 13번째 배치 프로그램(Program 13)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키워냈다. 주요 투자사로는 영화와 비디오를 거래하는 온디맨드 장터(on-demand marketplace)를 개발한 미디어 101(Media 101), 각종 브랜드와 이벤트, 퍼블리셔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퍼블리싱 플랫폼인 소시우스(Socius), 언어분석과 스마트 분류법 등을 이용해 구직을 용이하게 해주는 잡스팟팅(Jobspotting) 등이 있다.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포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칭 연습(Pitch Training): 매주 무대 전문가의 도움으로 소규모의 청중 앞에서 연습하는 기회
워크숍(Workshop):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주간 세션
멘토링 데이(Mentoring Day): 성공적인 기업인들의 경험과 조언을 공유하는 순서
C-레벨 방문(C-level visit): 기업 고위 경영진들이 방문하는 순서
전문가의 날(Expert Day): 스타트업들이 작업하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는 기회
CP 미팅(CP Meeting): 파트너 기업들과의 만남
BM 리뷰(BM Review): 담당자들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작업
투자자 미팅(Investors):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스스로가 2013년 창업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지만, 동시에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디 인포에이션 액셀러레이터(The Information Accelerator)도 운영한다. 구독료 모델로 빠르게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도와주고 있다.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하나의 기업으로서 “의미있는 매출(meaningful revenue)” 수준인 연간 10만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는 지점까지 돕는다 . 투자액은 보통 2만 5000달러이지만 가져가는 지분은 매우 적다.
디 인포메이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디 인포메이션 신병교육대(The Information Boot Camp)’이다. 이 교육대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디 인포메이션 팀의 전문지식을 동원해서 구독 모델 비즈니스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여기에는 구독을 늘리는 기사 작성법, 자체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의 요구조건, 뉴스룸에 필요한 기술 자문 등이 포함된다. 디 인포메이션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프리미엄 컨텐츠의 구독자를 찾아 유통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 도움을 준다. 디 인포메이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비즈니스 모델로 구독 모델을 고집하는 이유는 광고 모델로는 언론사가 저널리즘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뉴스 비즈니스에서 독자가 아닌 광고주에 맞춰진 컨텐츠가 지배적이라면 양질의 저널리즘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는 것이 디인포메이션의 창업자이자 편집장 제시카 레신의 주장이다.
디인포메이션은 팀 선발에서 미국과 해외의 언론사를 특별히 구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많은 투자를 받았거나 받을 계획인 업체는 선발하지 않으며 자체 기사를 생산하지 않는 뉴스 큐레이션 스타트업도 제외된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요 업체로는 연예 뉴스를 전달하는 디 앵클러(The Ankler)가 있다. 버라이어티 지(Variety)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연예 분야를 20년 이상 취재해온 리처드 러쉬필드(Richard Rushfield)가 이끌고 있다. 또 다른 곳으로는 투자 관련 뉴스를 전하는 임팩트알파(ImpactAlpha)가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기자로 활동한 데이비드 뱅크(David Bank)가 이끄는 언론사다. 중국어로 테크 소식을 전하는 다우두닷테크(Daodu.Tech)는 대만의 하드웨어 기업의 변호사로 일하다가 테크 기사를 쓰기 시작한 마이클 추(Michael Chu)가 구독 모델과 “단독 기자 모델”로 운영하는 언론사이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Disney Accelerator)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 미디어 스타트업 발굴에 그치지 않고,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웨어러블, VR/AR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투자 지역도 미국에 국한되지 않으며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투자 기업으로는 스피로(Sphero)가 있다. 스피로는 디즈니에서 제작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VII에 등장하는 드로이드 BB-8의 미니버전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든 기업이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는 이처럼 자신들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 아이들이 직접 드로이드를 개발하게 해주는 리틀비츠(Little Bits)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물론, 온라인 퍼블리셔들을 위한 CMS (content management system)을 만드는 플레이버즈(Playbuzz), 서라운드 오디오 기술을 개발하는 앰비디오(Ambidio) 같은 스타트업이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지적재산(IP)은 디즈니가 아닌 스타트업에 귀속된다. 다른 영화사들과 공동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임용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개발한 에픽 게임즈(Epic Games), 기술 미국에서 영화관 티켓 판매를 장악하고 있는 팬댕고(Fandango)의 대항마가 될 아톰 티켓(Atom Tickets)에는 디즈니뿐 아니라, 20세기 폭스, 라이온스게이트가 함께 투자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는 1년에 한 번, 3개월 기간의 액셀러레이션 과정을 진행하며 각 배치(batch)는 “클래스(class)”라고 불린다. 2017년 현재 4번째 클래스를 배출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디즈니의 막대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디즈니의 “상품숍을 통한 엑시트(exit-through-the-gift-shop)”을 할 수도 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는 재정적 투자 외에도 디즈니 캠퍼스의 코워킹 공간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디즈니 경영진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와 테크 분야의 기업인,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을 주선한다.
더 콤바인(The Combine)은 뉴욕시 미디어랩(NYC Media Lab)이 뉴욕시에 속한 기업, 학교들을 연결해서 진행하는 미디어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다. 북미 미디어 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시의 이점을 살려 NBC유니버설, A+E 네트워크, AP, 매터(Matter.) 등의 매체와 미디어 투자자 그룹에서 선발된 멘토들로 구성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디어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고,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 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시 미디어 랩에는 뉴욕경제개발공사(The New York City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를 비롯해 콜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 코넬공대(Cornell Tech), 뉴욕대(New York University), 뉴욕시립대(CUNY),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 SVA), 더 뉴 스쿨(The New School), IESE 비즈니스 스쿨,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등의 뉴욕 소재 학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더 콤바인은 ‘코호트(cohort)’라고 부르는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치 당 5-10개 팀을 선발한다. 컴바인 참여 대학의 학생들의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많이 선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선정 자격이 해당 학교 소속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대학생 창업 팀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특성 탓에 스타트업 방법론을 포함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소비자 탐색, 시장확인모델형성 등의 학습 커리큘럼도 갖고 있다. 더 콤바인에 참여한 주요 스타트업으로는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찾아내주는 롤링 뮤즈(Rolling Muse), 인공지능을 이용해 뉴욕의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를 도와주는 큐레이터(CurAItor), 챗봇과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전자상거래를 도와주는 마케팅 플랫폼 애코허브(Akohub) 등이 있다.
나이트 뉴스 챌린지(Knight News Challenge)는 비영리 재단인 나이트 재단(John S. and James L. Knight Foundation)이 2007년 부터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데이터와 사회 연구소(Data & Society Research Institute),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 등 관련 기관과 협업한다.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진행하는 전형적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저널리즘 분야의 혁신 프로젝트에 지난 10년간 190개의 프로젝트에 4900만 달러, 한화로 약 5 27억 원을 투자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17년에도 8개 프로젝트에 405만 달러를 지원했다.
나이트 뉴스 챌린지 선정 팀 중에는 기존 언론사에 인수합병되거나 사업을 진행해 추가 투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실험적인 조직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가산점을 주어왔다. 또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물론, 정부, 비영리단체, 학교를 불문하고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려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팀들도 선정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2012년 뉴욕타임즈가 워싱턴포스트와 공동으로 미국의 선거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무료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열린 선거(Open Election)’ 프로젝트가 그러한 예다.
나이트 뉴스 챌린지는 각 회차별로 분명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2013년에는 ‘열린 정부 및 정부의 투명성(Open Government/Government Transparency)’을 2014년에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혁신’과 ‘건강 데이터 활용’을, 2015년에는 ‘도서관 혁신’을 주제로 잡았다 . 펀딩을 받은 대표적인 프로젝트들로는 다양한 언론사의 뉴스룸이 웹에서 쉽게 검색해서 탐사 저널리즘에 사용 할 수 있는 오리지널 문서 소스의 인덱스를 만드는 도큐먼트클라우드(DocumentCloud) 프로젝트와 대형 사건, 사고, 혹은 뉴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보도를 정리해서 지도와 타임라인에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우샤히디(Ushahidi) 프로젝트, 정치인들의 선거광고들을 트래킹해서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2016 폴리티컬 애드 트래커(Political Ad Tracker)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