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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Jun 11. 2019

선한 블록체인이라면 미래가 있다

왜 미디어 블록체인인가 (6)

미디어 블록체인은 미디어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정부나 대기업, 금융기관 등이 아니더라도, 즉 중앙화된 기관의 중개 없는 개인과 작은 조직이라 할지라도 기록이 위조되지 않았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특성을 트러스트리스라고도 표현한다.


미디어는 그 용어 자체가 중개 개념을 내포한다. 그렇다면 미디어 블록체인은 형용 모순인가? 그렇지 않다. 미디어 블록체인은 여전히 다양한 행위자들을 중개한다. 다만 다른 블록체인이 그렇듯, 미디어 블록체인은 미디어를 극단적으로 탈중개화한다.


사실 미디어의 탈중개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신문과 같은 전통 미디어에서 기자 개인이 생산한 기사는 데스크와 편집기자, 교열기자, 편집국장 등 신문사 조직에 의해 게이트키핑되어 유통된다. 이를 통해 사실 검증(fact checking)을 거치기도 하지만 사실이 선별되고 의견이 가감되거나 관점이 변경되기도 한다. 그러나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콘텐츠가 생산자로부터 사용자로 인위적인 게이트키핑 없이 전달된다.


사실 기자와 언론사는 분리돼야 한다. 기자는 콘텐츠 생산자다. 언론사는 플랫폼이다. 인터넷 등장 후 언론사의 플랫폼 기능은 감소하고 포탈이나 검색엔진, 소셜미디어 등 IT 기반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기능을 대체한다. 이들 플랫폼 사업자는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용자 행동과 알고리즘에 의한 제한된 기계적 중개를 지향한다. 즉 보다 탈중개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한 대항품행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은 기존의 IT 기반 미디어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블록체인이라는 IT 기술을 이용하여 플랫폼의 탈중개화를 더 진전시킨다. 언론사에서 네이버로, 구글로, 페이스북으로 발전해 가는 여정을 이어 미디어 블록체인이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은 여전히 플랫폼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헤게모니를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돌려준다. 미디어 산업의 중심을 플랫폼의 비즈니스인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의 비즈니스인 저작권으로 이동시킨다. 바로 블록체인에 의해 가능해진 암호화폐를 통해서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는 물론 심지어 잠재적인 콘텐츠 생산자이자 콘텐츠 유통에 기여하는 사용자도 이제 블록체인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은 보상 시스템이 핵심이다. 그런데 보상이 왜 현금이 아니라 암호화폐인가? 현금은 중앙화된 현재다. 현금은 중앙화된 기관으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그 현금은 지금 갖고 있어야 한다. 극히 한정된 자원이다. 현금으로 보상하면 보유 현금이 고갈된다. 어떤 미디어 스타트업이, 어떤 콘텐츠 생산자가 미래에 양질의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미래를 갖고 있다. 만일 어떤 양식의 콘텐츠와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 사용자들, 콘텐츠 생산자들은 암호화폐를 통해 공통의 미래를 좀 더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초기에 암호화폐는 포인트나 쿠폰, 디지털화된 표식 정도 이상의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생태계가 성장한다면, 그 생태계에서는 그 암호화폐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고유의 재화와 용역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그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면, 그 암호화폐는 그 생태계의 고유 가치 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을 담은 재화와 용역의 가치와 등가가 될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가 법정통화의 완전한 대체제가 되기 전에도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가상화폐를 생각해보자. 당장은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용도가 없다. 그러나 게임이 충분히 재미있다면,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위해서 사용자들은 가상화폐를 현금으로라도 구입하고자 할 것이다. 갑옷이나 칼 같은 아이템을 가상화폐로만 살 수 있게 돼 있다면, 아무리 현금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 현금으로 가상화폐를 사야 한다. 즉 그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기존의 온라인 게임에서 가상화폐는 중앙화된 게임사가 발행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임 내 가상화폐가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이 앞으로도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미디어 블록체의 가치는 미래에 있다. 미래가 없는 순간 가상화폐의 가치는 사라진다.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 블록체인에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모이고, 더 많은 좋은 콘텐츠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단지 현금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주는 것이라면, 그 누구도 암호화폐를 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박대민, 명승은(2018). <플랫폼리스 미디어 블록체인>"에서 분량 문제로 빠진 부분 등을 보완한 것이다. 아래는 링크.

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BASE_201812100208347330.pdf&rs=/synap/result/mediap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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