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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min Park Dec 05. 2017

스타트업의 시장과 독점 전략-재구획과 파괴적 혁신

정보통치성, 스타트업의 합리성 (5)

저성장 선진국 시장의 기하급수 성장

기하급수 성장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저성장 국면의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국가가 저성장 상태인데 기업이 급성장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우선 급성장하고 수익률이 높은 산업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산업 효과(industry effect) 때문에 성장할 수 있다 [1][2].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셈이다 [3].

다음으로 같은 산업에 속하지만 기업마다 성과가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기업 효과(firm effect)가 있을 수 있다 [2].


기하급수 성장은 굳이 말한다면 산업 효과보다는 기업 효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흔히 기업 효과는 마이클 포터가 주창한 경쟁 전략(competitive strategy)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2][4]. 반면 스타트업 담론에서 기하급수 성장은 혁신 이론의 관점에서 기술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다 [5][6].


스타트업의 시장

스타트업 담론에서는 시장을 크게 네 종류로 구분한다. 기존 시장, 신규 시장, 재구획 시장, 복제 시장이다 [7]. 기존 시장은 이미 고객, 경쟁자, 상품과 서비스, 사업모형이 정해져 있는 시장이다. 신규 시장은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장이다. 상품도 고객도 경쟁자도 사업 모형도 없다. 때문에 기존 시장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복제 시장은 한 나라에서 성공한 사업을 다른 나라에서 시작하면서 생기는 시장이다. 일종의 글로벌화이다. 재구획 시장은 기존 시장의 틈새시장에서 가치혁신을 달성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사용한다.


많은 경우 거대기업이 이미 과점해버린 기존 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후발주자로 내놓는 전략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8]. 스타트업의 시장은 신규 시장, 재구획 시장, 복제 시장이다. 사실 재구획 시장과 복제 시장도 넓은 의미의 신규 시장이다. 다른 한편으로 완전히 새로운 신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는 신규시장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의 틈새를 노린 재구획 시장의 상품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스마트폰은 기존의 폴더폰 시장을 대체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복제 시장 역시 해당 국가에서는 처음 생겨난 신규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은 기존 시장과 신규 시장으로, 신규 시장은 다시 대체 시장, 재구획 시장, 복제 시장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신규 시장은 기존 시장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대체 시장은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장이다. 재구획 시장은 기존 시장을 재조합한 시장, 복제 시장은 외국의 기존 시장을 국내에 들여온 시장이다. 그런데 복제 시장은 다른 세 종류의 시장 중 하나의 성격을 갖는다. 결국 기존 시장을 제외한 시장을 겨냥하는 스타트업의 전략은 대체 시장의 파괴적 혁신 전략과 재구획 시장의 블루오션 전략밖에 없다.


파괴적 혁신 전략의 대체 시장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존속적 혁신은 거대 1등 기업이 주도한다. 존속적 혁신 상품은 높은 성능, 높은 가격, 많은 이윤을 특징으로 한다. 해당 상품의 고객은 다수의 주류 고객이다.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크다. 1등 기업은 시장 조사를 통해 주류 고객과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존속적 혁신을 위한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가치와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

                 

반면 파괴적 혁신의 경우 처음에는 시장도 경쟁사도 고객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 조사도 경쟁 분석도 벤치마킹도 불가능하다. 고객의 요구도 알 수 없다. 오직 실패를 빠르게 반복함으로써만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 상품은 소수 고객의 특수한 요구사항만큼은 더 잘 반영한 핵심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특별히 반영한 상품에 열광하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된다. 파괴적 혁신 상품은 전반적인 성능은 떨어져도 핵심 기능은 구현하며 가격도 낮다. 시장이 작더라도 일단 기술 혁신에 필요한 자원만 조달할 수 있는 규모라면 혁신은 지속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파괴적 혁신 상품이 주류 고객을 만족시킬만한 품질을 갖출 때, 즉 파괴적 혁신 기술이 주류 시장에 부합할 때, 기존 시장은 파괴적 혁신 상품으로 급격히 대체된다.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대부분 소규모 진입 기업이다. 1등 기업은 주류 시장에 최적화된 우수한 자원 배분 프로세스 때문에 파괴적 혁신에 실패한다. 대체 시장은 처음에는 너무 작아서 투자할 가치도 없어 보이고, 파괴적 혁신 상품은 품질이 너무 낮아서 위협이 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품질이 높아지고 시장이 충분히 커지고 나면 이미 늦어버린다. 기존 기업이 파괴적 혁신에 성공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별도의 혁신 조직을 기존 조직 밖에 만드는 것이다. 별도의 혁신 조직은 인력이든 자본이든 시장이든 규모가 크면 오히려 안 된다. 혁신 조직은 별도의 자원 배분 프로세스를 갖춰야 하며, 설립 이외에 기존 조직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물리적 거리조차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5].


파괴적 혁신 그래프

출처:Christensen(1997/2009)


블루오션 전략도 파괴적이다

파괴적 혁신 전략은 첨단 기술 업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상당 부분 설명을 할애하고 있다. 이에 반해 블루오션 전략은 기술 혁신보다는 BM 혁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 경쟁자를 분석해 경쟁 우위를 달성하는 레드오션 전략과 다르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기존 시장을 재조합한 틈새시장, 즉 재구획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재구획 시장은 대안산업, 동일산업 내 다른 전략 그룹, 구매자 체인, 보완 상품 및 서비스, 기능과 감성의 결합, 트렌드 등을 관찰해 찾아낼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 차별화와 저비용 중 하나를 선택하는 레드오션 전략과 달리 재구획 시장에서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달성함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시키고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독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6].


파괴적 혁신 전략과 블루오션 전략은 목표 시장의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다음처럼 종합할 수 있다.

첫째, 두 전략 모두 신규 시장을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신규 시장은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교체하는 대체 시장 또는 기존 시장을 재구성한 재구획 시장이다.

둘째, 따라서 두 전략은 기본적으로 기존 기업보다는 신규 진입 기업의 전략이다. 특히 혁신창업가, 스타트업의 전략이다 [7]. 기존 기업의 경우에도 신규 진입 기업처럼 행동해야만 이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스타트업은 기존 시장의 고객과 다른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 이 시장은 처음에는 작을 수 있지만 결국 주류 고객에 파고들면서 기존 시장 이상의 규모로 빠르게 성장한다. 만일 재구획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할 경우, 파괴적 혁신과 마찬가지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

넷째, 스타트업은 가치 혁신을 추구한다. 가치 혁신은 우선 BM 혁신이다. 다음으로 파괴적 혁신 전략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술 기반 혁신이다. 블루오션 전략 자체는 기술 기반 혁신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술 기반 혁신은 노동과 자본을 절약하고 한계비용 제로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저비용 전략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스타트업은 경쟁이 아니라 독점을 추구한다. 독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제로 투 원(zero to one)을 통해 만들어진다.

                                 

레드오션전략과 블루오션 전략 비교

[1] McGahan, A. & Porter, M.(1997). How much does industry matter, really?. StrategicManagement Journal, 18, 15-30.

[2] Montgomery, C. A.(2012). The strategist: be the leader your businessneeds. 이현주(역).(2014).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파주: 리더스북.

[3] 黎萬强(2014). 参与感: 小米口碑营销内部手册. 박주은(역)(2015). <참여감: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서울: 와이즈베리.

[4] Porter, M. E.(1998). Competitive strategy: Techniques for analyzing industries and competitors. 조동성(역).(2008).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 경쟁우위에 서기 위한 분석과 전략. 파주: 21세기북스.

[5] Christensen, C. M.(1997). The Innovator's Dilemma: When NewTechnologies Cause Great Firms to Fall. 이진원(역)(2009). <혁신 기업의 딜레마>. 서울: 세종서적.

[6] Kim, W.C. & Mauborgne, R.(2015). Blue Ocean Strategy(Expanded Edition). 김현정·이수경(편역)(2015). <블루오션 전략(확장판)>. 파주: 교보문고.

[7] Blank, S. & Dorf, B.(2012). The Startup Owner's Manual: The Step-By-StepGuide for Building a Great Company. 김일영·박찬·김태형(역)(2014). <기업 창업가 매뉴얼>. 의왕: 에이콘.

[8] Aulet, B.(2013). Disciplined entrepreneurship: 24 steps to a successful startup. 백승빈(역)(2014). <MIT 스타트업 바이블>. 서울: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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