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블록체인이 그리는 미래, 플랫폼리스 (2)
미디어 블록체인은 그 자체로는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을 혁신하는 플랫폼리스 기술이다. 탈중앙화된 플랫폼리스 생태계에서는 플랫폼은 존재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는 따로 없다. 플랫폼 사업자가 없이 플랫폼만 존재하는 탈중개화된 상태에서 콘텐츠 생산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개발하고 관련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들을 모은다. 이는 사실 미디어 업계의 유물 같은 모형과도 닮았다. 방송사는 방송 설비를 구축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그들이 만든 뉴스, 드라마, 예능 때문이다. 신문사 역시 윤전기를 구입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뉴스 덕분이다. 다만 미디어 블록체인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자기가 만든 플랫폼에 다른 콘텐츠 생산자가 자유롭게 진입하거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며, 동등한 조건으로 다른 콘텐츠 생산자와 품질 경쟁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보상과 연계시키도록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을 설계한 뒤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간 중개수수료를 포기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몫을 다른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이들을 자신의 생태계로 유인할 수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최고의 콘텐츠 생산자가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을 최초로 개발하지만 일정 단계를 지나면 운영에서 손을 뗀다. 대신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원하고 오픈소스 생태계와 함께 플랫폼을 운영, 관리, 개선한다. 미디어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보급되고 쉬워지면서 수많은 미디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양산될 수 있다.
이들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기존의 중앙화된 플랫폼과는 다른 양식의 콘텐츠를 생산해야만 한다. 예컨대 동영상이 아니라 1인 동영상, 15초 1인 동영상, 중국에서 통용되는 15초 1인 동영상과 같은 식으로 세분화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15초 동영상 앱 틱톡(Tik Tok)과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을 보유한 바이트댄스(ByteDance)가 450억 달러 가치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듯이, 때로는 “전체는 그 부분보다 작다”('The whole is always smaller than its parts'. (Latour, et al. 2012)).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 블록체인은 저작권 모형에 최적화돼서 콘텐츠 스타트업은 광고 모형보다 더 적은 사용자를 모아도 유지될 수 있다. 최소한 달라서 작은 것도 작은 채로 살아갈 수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저널리즘 가치는 미디어를 통한 사회 혁신이다. 미디어 블록체인의 저널리즘 가치 역시 마찬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을 통한 사회 혁신.
미디어 스타트업은 콘텐츠 스타트업,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나눌 수 있다. 미디어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콘텐츠 생산자이지만 플랫폼리스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현해 어느 정도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러나 결국엔 플랫폼 사업자가 되지는 않는다. 콘텐츠 생산자는 암호화폐를 발행하지만 암호화폐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 안에서 다른 콘텐츠 생산자와 같은 위치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에 돈을 번다. 이는 마치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지만 돈을 찍어냄으로써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시켜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그 세금을 담보로 다시 화폐량을 늘리는 것과 같다.
플랫폼리스 플랫폼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없기 때문에 책임질 이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최고의 콘텐츠가 생산되도록 다른 콘텐츠 생산자들을 독려하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더 많은 저작권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자신들이 받게 되는 암호화폐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는 자신의 콘텐츠는 물론 다른 콘텐츠 생산자의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의 개발, 관리, 운영, 개선의 주체로서 공동 책임을 진다.
이 글은 박대민, 명승은 공저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리스의 기술>(2018)에서 분량 문제로 빠진 부분 등을 보완한 것이다. 아래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