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블록체인의 크립토이코노미 (4)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형은 크게 저작권 모형, 광고 모형, 부가서비스 모형, 그리고 이들을 조합한 모형들로 나눠볼 수 있다. 조합된 모형을 저작권을 기본으로 놓고 광고나 부가서비스가 추가된 광고 추가 모형과 부가서비스 추가 모형, 저작권 사업 없이 광고와 부가서비스를 영위하는 혼합모형이 있다. 저작권 모형에 다양한 변형 모형이 있고, 저작권, 광고, 부가서비스의 매출 비중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뉴스 미디어 비즈니스 모형은 이 6개 모형으로 수렴된다(박대민 등, 2017).
국내 뉴스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뉴스 미디어는 물론이거니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역시 콘텐츠를 제작하는 광고 모형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박대민 등, 2017). 반면 해외의 경우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데이터 저널리즘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저작권 모형과 기술 기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다 . 문제는 광고 모형의 경우 1000만 명 이상의 월간 순 방문자(MAU, monthly active user)를 보유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MAU를 갖고 있더라도 플팻폼 사업자가 아닌 일반적인 콘텐츠 사업자는 플랫폼에 종속되면서 플랫폼 알고리즘 변화 등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암호화폐의 종류와 교환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스팀잇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은 광고 모형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것이다. 대신 저작권 모형과 데이터 기반 부가서비스 모형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미디어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모델 개념도이다. 거래소는 현재의 중앙화된 거래소가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로 정의했다.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은 암호화폐를 발행한 뒤, 선 판매(pre‐sale)나 IEO나 ICO를 진행해 참여자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발행한 암호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암호화폐만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다른 미디어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모델도 저작권 모형, 부가서비스 모형, 광고 모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창작자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가로 암호화폐를 보상받는다. 저작권료로 받은 암호화폐는 DEX에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 창작자는 사실상 장기 지속 가능한 저작권 모형을 실험할 수 있다. 사용자는 암호화폐로 미디어를 구독할 수 있다. 동시에 사용자는 ‘클릭’을 하거나,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거나, ‘댓글’을 남김으로써 많지 않지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는 카카오페이지와 유사한 방식의 리워드 마케팅(reward marketing)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 역시 DEX를 통해 암호화폐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
여기서는 데이터 판매 모형을 소개한다. 뉴스 기사의 예를 들어보자. 뉴스 기사는 클릭당 1원의 광고비를 나눠 받는다고 가정하자. 뉴스 기사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종 메타 정보가 부착된 문장 단위로 분할한 뒤 논문이나 보고서, 소셜 미디어, 블로그, 동영상 등 등 다른 콘텐츠와 조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이러한 의미 데이터 판매가 어려웠다. 결제 수수료에 비해 개별 콘텐츠의 가격이 너무 쌌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나의 기사가 20개의 문장으로 구성된다면, 1개의 문장 가격은 한 번 이용될 때 0.05원 밖에 되지 않는데, 이 정도면 건당 결제 수수료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수익화를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의미데이터의 과금 체계는 기사의 과금 체계와 동일할 수밖에 없었다. 즉 데이터 건당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사처럼 월 단위 또는 연 단위, 그리고 매체 단위로 이루어졌다. 스팀에서는 소액 결제(micropayment)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비롯해 많은 암호화폐가 소수점 단위의 소액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초소액 저작권료를 계산해 원저작자에게 정산해줄 수 있다. 사용 내역도 완벽하게 추적 가능하다. 때문에 플랫폼 내에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큐레이션한다고 해도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콘텐츠의 저작권자를 의미 단위 수준(예컨대 문장)으로 찾아내어 0.01원 단위까지 건별로 계산해 암호화폐로 데이터 사용료를 받아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의미 단위로 분할하고 자연어처리 등 자동화된 방식으로 메타데이터를 만드는 빅데이터 기술, 저작권 정보 및 사용 이력과 함께 층화(layered)된 블록체인에 올리는 온체인(onchain) 기술, 그리고 의미데이터를 빠르게 분리하고 조합하는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와 같은 탈중앙화된 분산 저장 기술 등의 조합도 필요하다.
광고주는 미디어 블록체인 BM 개념도에서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미디어 블록체인에서 광고주는 창작자 중 한 명이 된다. 광고주가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나 단순한 광고 수준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만 담아낸 브랜디드 콘텐츠 등이 활성화된다. 만일 광고 영역이 전혀 없는 미디어 블록체인의 경우, 좋은 광고를 만드는 광고주는 심지어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능 지원만 된다면 광고주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창작자 보상을 전부 사용자에게 이전시킬 것이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처럼 광고 영역을 만들고 광고를 집행할 경우보다 정교화된 타겟팅 광고를 집행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좋은 광고는 생태계의 가치도 높여준다. 생태계 안에서 통화량은 동일한데 좋은 콘텐츠를 공짜로 공급받았기 때문에 재화량은 늘어난 것이 되어 암호화폐의 실질 가치도 증가한다. 설계에 따라서는 구별되는 광고 영역을 만들 수도 있다. 광고 게재 시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구입하게 할 수도 있고, 미디어 플랫폼에 암호화폐를 지불하게 할 수도 있다. 전자는 암호화폐의 수요를 늘리는 방식으로, 후자는 여기에 덧붙여 암호화폐를 소각시키고 암호화폐의 사용처도 늘리는 방식으로 암호화폐 가치를 재고한다. 광고주가 광고 영역에 광고비를 집행하면 플랫폼은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와 같은 도구를 제공해 타겟팅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창작자는 개별 토큰 단계에서는 댑이라고 해도 사실상 중앙화된 앱으로 작동한다. 왜냐하면 탈중앙화된 메인넷을 활용할 뿐, 앱 자체는 토큰을 발행한 창작자가 전권을 갖고 책임지고 운영하고 발전시키기 되기 때문이다. 토큰 스왑과 바스켓, 인터체인, 플랫폼리스를 거치면서 토큰 경제는 점점 탈중앙화되는 동시에 규모도 커진다. 하나의 앱을 공유하게 되면서 앱은 탈중앙화된 응용프로그램, 즉 댑이 된다.
미디어 블록체인 플랫폼은 미디어 플랫폼과 블록체인 플랫폼의 결합이다. 따라서 미디어 블록체인의 핵심 댑은 미디어와 암호화폐 지갑이다. 암호화폐 측면에서 생각하면 댑 생태계는 앱스토어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보다는 페이스북이나 게임기에 가깝다. 창작자들의 댑은 일단 페이지나 게임 타이틀과 같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자신들의 미디어 플랫폼을 자신들의 메인넷과 함께 만들어 갈것이다.
출처: 박대민(2018). 미디어 블록체인의 크립토이코노믹스 : 스팀잇 비판과 대안 모형.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