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누더기 옷이 나의 옷이라면 기꺼이.

by 댕그르르

너무 큰 옷, 너무 작은 옷을 입어본 적이 있는가. 너무 큰 옷은 내 모습을 감추고 너무 작은 옷은 나를 옭아맨다. 나는 지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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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은 많다. 어쩌면 내가 유별난 걸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말. 그 말을 입에서 쓴 약초처럼 곱씹으며 살아가는 거다. 우리가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생존과 직결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는 쉽게 무시된다. 그렇지만 맞지 않는 옷은 분명히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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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바꿔 입으라고 말하고 싶은가. 이 옷은 삶의 옷이라 쉽사리 벗을 수 없고 사실 이 옷이 맞지 않다는 것만 알지 어떤 옷이 나에게 맞을 지는 알지 못한다. 옷은 입어봐야 안다. 직접 내 몸에 걸쳐봐야 안다. 우리 모두 온라인 쇼핑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듯이. 그래서 이건 도박이다. 약간 불편하지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그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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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사람마다 다른데 나의 경우는 전공이다. 학생 때의 나는 그저 '좋아 보이는 것'을 골랐다. 이과가 좋다더라. 공대가 취업이 잘 된다더라. 이런 말들에 지금의 과를 선택했다. 내 전공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좋은 전공이라고. 그러나 과연 나에게도 좋은 전공일까.


대학에 온 후 나는 항상 평균 혹은 평균 이하였다. 대학의 기준에 의하면 말이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학사경고를 받았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채로 휴학을 했다. 복학한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평균 이하의 학점이다. 그렇다고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다. 기분이 좋을 때 생각해보면 언젠가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갈망하는 다른 전공이 없다. 이 애매한 상황이 계속 나에게 생각을 멈추라고 한다. 그냥 이 옷을 입으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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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어렸을 때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물론 지금은 전혀 다른 전공을 하고 있지만 그 꿈은 내 마음 깊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옷을 수선할 생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행복한 것들을 하나하나 기우면서 나에게 맞는 옷으로 만들 생각이다. 비록 나는 입고 있는 옷을 던져버리지는 못하지만 이 불편함에 저항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수선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선택이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나는 그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내고 싶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기를. 그렇지 못하더라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모든 고뇌하는 이들에게 이 글이 전해지기를.





작가의 말:

저는 여전히 많은 고민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저만의 바느질을 이어가고 있어요.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옷을 찾으시길, 수선하시길, 만들어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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