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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elboso Aug 20. 2020

[플랜트 산업 쉽게 접근하기] 국제 유가 #3

2020년 현재 석유 시장

지난 3주 동안, 석유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기본적인 개념과 1차 석유파동 이후의 석유시장의 역사를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국제유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에 의한 영향을 비롯하여 2020년 현재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의 시작..

올해 초, 걷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사망하는 도시괴담 같은 중국 발 짤이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녔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중국이 중국하네’ 정도로 중국에 국한된 문제 정도로만 생각했지,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 고통을 가져다 줄 코로나19의 시작으로 보셨던 분은 많이 없으셨을 것 같습니다.

올해 1월부터 들불처럼 퍼져 나간 코로나19는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석유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에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될 만큼의 최악의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중 석유 시장이 받은 영향만 짚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유가

올해 초, 석유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중국의 경제가 코로나19에 의해 마비되면서 소비 감소 -> 생산 감소 -> 소비 감소의 악순환으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 6일 배럴당 63.27달러로 올들어 최고점을 찍었던 유가가 이 후 지속적으로 하강 곡선을 그립니다. 


이 때부터 국제유가는 미중무역전쟁, 이란제재 등 국제 정세보다 중국 발 코로나 소식에 더 민감한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1월 이후 2월 10일까지 코로나 사태에 대한 우려로 떨어지기만 하던 유가는 2월 12일 중국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둔화되고 있다고 발표하자 잠깐 올랐다가 중국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2월 24일부터 다시 하락합니다. 
  

이라크 반정부 시위 / 미중 무역합의 /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피격 (아래)

그 사이 1월 중순부터 말까지, 미중 무역합의, 리비아 원유 감산, 이라크 반정부 시위, 사우디의 감산 검토, 게다가 사우디 석유시설의 드론 피격 등 유가가 반등할 요소가 차고 넘쳤지만, 모두 코로나에 묻혔죠. 


동양인만 걸릴 것 같았던 코로나 때문에 세계 각지의 동양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코로나는 인종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2월 말부터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중동, 남미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하고 유가는 폭락을 거듭했습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치킨게임

물론 OPEC+가 감산에 제대로 합의했다면, 코로나19에 의한 유가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원유 감산을 두고 OPEC의 대장인 사우디와 비OPEC의 대장인 러시아가 ‘누가 먼저 죽나 해보자!’며 감산에 갈등을 빚고 치킨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790239

결국, 3월 9일 사우디와 러시아의 치킨게임에 의해 유가가 하루에 30%나 폭락하는 “역오일쇼크”가 발생했습니다.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를 포함한 OPEC은 러시아에 석유 생산량을 줄여서 유가를 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 역시 국가 살림의 상당 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노빠꾸 푸틴러시아는 재정이 파탄나는 것보다 유가가 올라서 미국이 이득보는 상황 (배럴당 생산 단가가 전통적인 석유보다 높은 셰일오일/가스의 채산성이 좋아지는 상황)이 더 싫었기 때문에 감산을 거절합니다. 여기에 사우디는 회유가 아닌 맞불을 놓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고 아시아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석유의 가격을 낮추겠다고 ‘유가전쟁’을 선포합니다.


왜냐면, 유가가 떨어질수록 러시아는 물론 다른 중동 산유국들은 채산성이 나빠지지만, 사우디는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에 비해 배럴당 생산 단가가 월등히 낮기 때문에, 결국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다른 산유국보다 조금 더 버틸 수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셰일업체들은 치킨게임에는 끼지도 못하고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됩니다.


역오일쇼크

전문가들이 OPEC+의 감산합의 실패에 의해 역오일쇼크가 일어났다고 난리를 친 이유는 코로나19에 의한 현재 경제상황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떨어지면, 물가도 안정되고 생산단가가 낮아지면서,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의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코로나에 의해 소비를 비롯한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현재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는 중국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데,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80%는 중국에서 재가공해서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 경제에 악재가 생기면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도 하고, 중국을 통해서 수출하기도 하는 우리 나라의 수출에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현재 코로나, 감산 합의 실패 등에 의한 유가 폭락이 미국 경제에 악재인 이유는
 ① 유가 폭락이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②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빚을 겁나 쌓아 둔 미국 정유사들은 빚을 갚을 수 없게 되고, 
 ③ 당연히 돈을 겁나 많이 빌려준 은행이 타격을 입고, 
 ④ 미국 금융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미국 경제에는 엄청난 악재입니다. 실제로 3월 9일의 유가 폭락에 의해 미국 주식시장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매매가 일시 정지되었습니다. (이걸 ‘서킷브레이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다난다난(多難多難)한 2020년

이 후로 유가 상황은 앞서 시리즈 1편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럴당 마이너스로 거래되는 일이 발생할 만큼 자고 일어나면 최악의 상황이 더 최악으로 갱신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후로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감산에 돌입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게 되었고, 마이너스 유가의 원인이 되었던 미국 내 저장 공간 부족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의 국제 유가 시장을 전에 없던 난세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을 시끄럽게 했던 미중 무역갈등이 올해 초에 해결되는 것 같더니,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후에 더욱 격해지고 있고, 항상 시끄러웠던 중동 지역의 다양한 문제, 그리고 최악의 역병, 코로나19에 의한 경제활동 마비 등 그 어느 해보다 전쟁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석유 시장에 난세의 간웅들이 날뛰든, 치킨들이 싸우든, 플랜트 시장-특히 우리 나라의 플랜트 시장이 지금 상황을 잘 버텨내고 다시 호황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모자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이 많이 벌고 많이 쓰고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즐기는 좋은 날이 겁나 빨리 다시 오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고 유익한 내용으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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