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플랜트 산업의 정의에 대해 설명 드리면서 플랜트 산업의 중심 축인 EPC에 대해서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 E (Engineering) 설계하고, P (Procurement) 구매하고, C (Construction) 시공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괄로 진행하여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을 EPC 사업이라고 합니다.
EPC 사업은 플랜트 건설을 발주하는 발주사 (Project Owner)에서 돈을 받는 시점과 EPC 사업을 주관하여 진행하는 건설사가 돈을 써야 하는 시점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EPC 사업을 진행하려면 아주 큰 자본을 융통할 수 있는 몸집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EPC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건설사는, 아파트 건설을 통해 큰 규모의 공사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고, 큰 자본을 융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재벌 그룹에 속한 건설사들이 주가 됩니다.
오늘은 국내 대형 건설사 중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서 이름을 날린 대형 건설사들의 플랜트 사업/EPC 사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성격이 조금 다른 해양 플랜트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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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정리한 기준은 수주금액이 아닌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행 프로젝트 수입니다. 수주금액 만으로 플랜트의 가치를 구분하면, 작은 규모 (천억단위)의 플랜트여도 정말 간절히 필요한 곳에 지어진, 값진 역할을 하는 플랜트의 가치를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수주금액이 아닌 건설한 플랜트의 숫자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행 프로젝트 기준)를 기준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말씀 드리는 건설사의 순서에는 아무 의미 없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제가 작성했습니다.
홈페이지에 표시된 수주 실적만보고 판단했을 때는, 성적이 유독 좋은 특정 지역을 한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큰 플랜트 건설 회사인만큼, 국내 경쟁사보다 더욱 다양하고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이점은 같은 그룹의 삼성물산이 발전플랜트 EPC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발전플랜트 관련 실적이 없습니다. 또, 다른 주요 건설사들은 아파트 등 국내 건축 및 토목사업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에서 아파트도 짓고 토목사업도 진행하기 때문에 플랜트 건설만 수행한다는 점이 다른 건설사와 다른 점입니다.
대림산업
이 것도 제가..
대림산업은 EPC 사업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설회사입니다.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각지와 아프리카에서 성공적으로 플랜트 사업을 수행했고, 한화솔루션과 합작 형태로 여수에 보유하고 있는 여천NCC를 비롯해 울산, 여수, 서산 등의 석유화학공단 건설과 증축에도 많은 참여를 했습니다.
대림산업의 특이점은 이란에서의 사업 실적이 국내 경쟁사에 비해 특히 좋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림산업이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80년대 내내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대림산업만 철수하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다른 한국 건설기업들이 모두 철수했고, 대림산업의 직원들이 전쟁에 의해 사망하는 상황에서도 대림산업은 이란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줬던 대림산업에 대한 이란의 신뢰가 대림산업의 이란내 EPC 사업에 대한 수주 기회를 높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GS건설
실적을 하나하나 다 헤아려서 작성했습니다..
GS건설은 특정 시장에 편중되지 않고 플랜트 시장 전 지역에서 고르게 수주를 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같은 그룹의 계열사인 GS칼텍스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내 수주 건도 많지만, GS 칼텍스 공사와 관영공사를 비롯한 그룹 외부에서 수주한 비율은 비슷합니다.
GS건설의 가장 큰 특징은 환경사업의 비중이 다른 플랜트 건설사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행한 환경플랜트는 하수처리시설, 광역소각시설, 자원회수시설, 음식물 자원화시설, 전자제품 리싸이클링 센터 등으로 다양한 환경플랜트를 설계하고 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GS건설이 플랜트 산업에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진행한 프로젝트도 쿠웨이트에서 오염토를 조사하고 복원하는 환경사업이었습니다.
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조금 편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아프리카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지리아에는 가스 플랜트,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소 등 플랜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플랜트를 건설하면서 나이지리아의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우건설의 특별한 능력은 아주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LNG 액화 플랜트 건설에 있습니다. (LNG 액화 플랜트 시공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 10%). 작년에 대우건설은 major player (방귀 좀 뀌는 글로벌한 EPC 건설사)와 컨소시엄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수행하지 않고 여러 건설사가 업무와 수익을 나눠서 같이 진행하기도 합니다)을 구성해서 나이지리아의 LNG 액화 플랜트를 수주했습니다. 대단한 점은 원청사 (대빵)로서 LNG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LNG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시공만 하는 하청사였거든요.
게다가, LNG 플랜트 건설 시장은 마약처럼 카르텔이 존재해서 독점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부 글로벌 플랜트 건설사들만 LNG 플랜트 건설 시장을 독점했었는데, 이번 수주로 대우건설도 LNG 카르텔의 멤버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회사의 매각과 관련된 여러 잡음이 있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는 LNG 플랜트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는 LNG 카르텔에 입성할만큼 기술력 있는 건설사입니다.
SK건설
앞으로 자료는 참조해서 쓸 겁니다..
SK건설은 전 세계 각지에서 플랜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에서는 쿠웨이트에서의 수주 실적이 특히 뛰어나고, 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남미에서도 꾸준히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고, 작년에는 벨기에의 플랜트 프로젝트 (아직 EPC 사업 단계는 아니고 EPC 전의 설계 단계입니다)에 참여하면서 국내 최초로 서유럽 플랜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SK건설은 SK 이노베이션, SK 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 버프를 받기 때문에, 다른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유 플랜트와 석유화학 플랜트에서 유독 국내 프로젝트가 많은 것은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의 건설/증축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이고, 산업플랜트는 SK하이닉스를 인수하는 시점부터 하이닉스 버프를 받아서 하이닉스 인수 후에는 수주한 프로젝트의 약 70%가 하이닉스 관련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닉스 인수 전에는 (이 때도 SK 계열사 공사가 많았지만) 다양한 산업플랜트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SK 건설은 다른 국내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플랜트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 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의 61%가 플랜트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많은 계열사 공사를 진행하면서 실력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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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 이름이 알려진 건설사 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본문에서 꼭 상세하게 설명드려야 할만큼 유명한 EPC 사업자이지만, 홈페이지 정보가 부족하여 별도 분석은 못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지역 별로 어떤 EPC 플레이어들이 있고,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