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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elboso Sep 24. 2020

[플랜트 산업 쉽게 접근하기] EPC 플레이어 #2

해외EPC(1)

이번 주에는 한국의 EPC 사업자와 경쟁하고 있는 해외 EPC에는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한국 EPC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위치인지 먼저 말씀드리고 해외 EPC 건설사 중 유명한 업체들을 간략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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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 EPC 건설사들의 현재 위치

국내 주요 EPC 사업자 (해양플랜트 포함)

우리 나라의 EPC 사업은 글로벌 플랜트 건설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진입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저가 수주의 여파로 2010년대 중반부터 상당한 부침을 겪게 되었고,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던 한국 EPC 건설사들은 더 빠른 속도로 플랜트 시장의 선두 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도로, 항만, 교량 등 토목공사는 한국 건설사들이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플랜트 건설의 경우, 더 긴 시간 동안 글로벌 플랜트 건설 시장에서 굴러먹은 해외 건설사들에 비해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초대형 EPC 건설사인 벡텔 (좌)과 플루어 (우)

예를 들면, 미국의 벡텔 (Bechtel), 플루어 (FLUOR)는 플랜트 건설 역사만 100년이 넘은 회사고, 일본은 한국 건설사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한참 날아다니다가 한국 건설사들의 약진에 의해 날개가 꺾였음에도, LNG와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여전히 활개를 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EPC 건설사들은 2010년 중반 이후 매출액 순위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되지만, 중국 내수 시장 덕분에 몸집을 키웠을 뿐, 설계도 시공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외..) 

유럽의 주요 EPC 건설사인 TR, Technip, Saipem 등은 2000년 ~ 2010년대 초반 한국 EPC들의 폭주에 깜짝 놀란 후에, 한국의 저가 공세를 막아 내기 위해 인력구조를 개선하고 관리 (Management)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의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해서 인건비도 줄이고, 현지 (동남아시아, 인도)에 법인을 세운 덕분에 시차에 의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마친 업무를 유럽에서 이어서 진행하는 업무 시간 무한 루프가 가능해졌습니다. (런던과 뉴델리는 4시간 반, 런던과 마닐라는 7시간 차이 입니다). 인적자원 관리에 신경 쓰는 한편, EPC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프로젝트 관리에도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한국 EPC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시장을 다시 잡아먹었습니다.


반면 국내 EPC 건설사들은 2010년대 중반 기존에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의 엄청난 역풍을 맞은 후에도 해외 건설사들처럼 인적자원을 다양화하는데 소극적이었고, 플랜트 산업에 진입한 역사가 짧은 만큼 프로젝트 관리 역량도 해외의 경쟁사들보다 뒤쳐졌습니다. 저가 수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예전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십분 발휘하기도 어려워진 상태에서 체질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010년대 초반에 시장을 씹어 먹던 기세를 다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FLUOR – 미국 (1912~ )

휴스턴에 위치한 FLUOR 본사

위에서 잠깐 언급한 플루어는 1912년 스위스 이민자 출신의 플루어 형제가 캘리포니아에 건설회사를 세우면서 시작했습니다. 1920년에 냉각탑을 미국의 석유산업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니까 플랜트 사업에 뛰어든지 100년 된 회사입니다. 회사의 역사도 깊지만, 전세계의 건설회사가 벤치마킹을 시도하는 가장 성공적인 EPC 건설사이기도 합니다.


플루어는 단순히 건설 능력만으로 플랜트 건설 시장의 대장이 된 건 아니고, 생산기술 및 프로젝트 관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냉각탑 개발로 시작해서, 고급휘발유 (고옥탄 가솔린) 정제 기술, 합성고무 생산기술 등을 개발하면서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회사의 가치를 키웠고, 종전 후에는 세계 각지에 정유공장과 가스플랜트를 건설했습니다. 1960년대 초반, 울산에 우리 나라 최초로 건설된 울산정유공장도 플루어의 작품입니다. 1970년대에는 그 당시 매우 생소하던 컴퓨터를 이용해서 프로젝트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매출 규모도 수직 상승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플루어의 직원 수는 53,000여 명으로 아직 건재하지만 (코로나 이후는..??) 2019년에만 약 1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렇게 존재감 넘치는 굵직한 건설사도 설계 변경에 의한 비용 증가, 프로젝트 일정 지연에 의한 지체상금 (프로젝트 납기가 지연되면 계약에 따라 프로젝트의 주인에게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로 손해에 대한 보상을 하하게 됩니다), 공급업체와의 분쟁 등에 의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랜트 산업의 어려움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ecnicas Reunidas – 스페인 (TR, 1959~ )

마드리드에 위치한 TR 본사

TR이라고 부르는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는 1959년 미국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루무스(Lummus)의 자회사로 시작했지만, 당시 스페인의 자본가들에 의해 설립된 스페인 회사입니다. 1972년 사명을 TR로 변경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TR은 우리나라 EPC 건설사들의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1980년대 말에 스페인 자국 시장에서 벗어나 중남미,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혔고, 1988년에는 유럽 건설사 중에는 최초로 중국에 깃발을 꽂고 그 후로 1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익을 올렸습니다. 플랜트 산업에서 가장 핫한 중동 시장에 진출한 시점은 우리 나라 EPC 건설사들과 비슷한 2000년대 초반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 2000년 중동 시장 진출). 한국의 EPC 사업자들과 다른 점은 중동에 진출한 후로 부침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TR이 중동 진출 시, 잡몹을 건너뛰고 극악한 난이도의 끝판왕인 사우디 아람코를 공략한 것이 먹혔다고 분석합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 드리면, 사우디 아람코 (Saudi Aramco)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입니다. 안전과 환경 문제 등에 의해 플랜트 산업의 요구사항은 매우 까다로운데, (생산하는 사람이 성능과 사양을 결정하는 자동차 산업과는 반대로 플랜트 산업은 주문하는 사람이 성능과 사양을 결정해서 하청업체인 건설사에 하달(?)합니다.) 사우디 아람코는 어나더 레벨입니다. 근데, 중동 시장에 첫 진출하는 TR이 극악무도한 사우디 아람코를 상대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단번에 명성을 올리고 이후 안정적으로 중동에서 매출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TR은 최근(코로나 이전)에도 잘 나갔습니다. 2019년 3분기 기준 34.3억 유로 (약 4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사우디의 대규모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여러 개 묶은 거대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이라고 부릅니다) UAE의 발전소, 싱가포르 정유공장, 그 외 기타 등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Technip FMC – 프랑스+미국 (1958 ~ )

파리에 위치한 테크닙FMC 운영본부

테크닙은 1958년 프랑스 국립석유연구소(IFP, Institute of French Petroleum)의 자회사로 시작했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프랑스 내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프랑스 정부의 발주를 받아 사업을 진행했지만, 1962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알제리 최초의 LNG 공장을 건설하면서 해외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1962년 알제리가 프랑스에서 독립했기 때문에 기껏 건설한 LNG 공장을 두고 튀어야 하는 프랑스가 “쌤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독립 당시 체결한 “에비앙 협정” 때문에 알제리에서 생산되는 오일에 대한 프랑스의 권리가 3년간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알제리를 시작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주했던 테크닙은 해외 사업 비중이 90% 이상이었던 만큼 1990년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천여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완수했습니다. 테크닙을 다른 글로벌 EPC 건설사와 비교했을 때 특이점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1999년에는 석유화학산업에 필수적이고 기초적 원료인 에틸렌 분해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KTI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같은 해에 독일 기업인 Demag의 에너지/환경/석유화학/정유 사업을 인수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현재 테크닙은 에틸렌 플랜트 시장 점유율이 35%가 넘고 서로 다른 2개의 에틸렌 분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에틸렌에 한해서는 독보적인 회사인데, 이 역시도 2012년에 에틸렌 기술 관련 경쟁자였던 미국의 쇼 스톤앤웹스터 (Shaw Stone & Webster)를 인수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육상에 짓는 플랜트를 인수합병으로 섭렵한 테크닙은 바다에 눈을 돌립니다. 해저에 설치할 수 있는 배관 전문업체인 Cofexip(프랑스 업체 중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등록한 회사라고 합니다)를 2001년에 인수하면서 해저에 욕심을 내더니, 2017년에는 해양 설비 및 시스템 전문업체인 미국의 FMC Technologies와 합병하면서 현재의 사명인 Technip FMC로 변경되었습니다. FMC와 합병하면서 파리와 휴스턴에 운영본부를 두고, 본사는 런던으로 옮겼습니다.


해저/해상/육상 서비스를 모두 제공할 수 있고, 에틸렌 원천기술도 보유했고, LNG 카르텔의 멤버이기도 한, 다 가진 테크닙FMC는 2019년 매출이 134억 달러 (약 15조 5천억원), 48개국에 3만 7천명의 직원을 보유한 묵직한 건설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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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해외 EPC 건설사들을 한 꼭지에 모두 말씀드리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전통적인 EPC 건설업계 강자들 위주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12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Bechtel (1898 ~), 1950년대 유럽최초 해상공사, 이탈리아 최초 핵발전소 건설 및 196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 플랜트를 건설한 이탈리아의 Saipem (1957~ ),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83년부터 시작하는 이탈리아의 Maire Technimont 등 미국과 유럽의 덩치 크고 힘 쎈 EPC 플레이어들은 많이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미국과 유럽 이외 지역의 EPC 건설사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 그들이 처했던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참고 사이트

https://www.wsj.com/articles/SB91424979696923000

https://www.tecnicasreunidas.es/en/about-us/

https://www.technipfmc.com/en/abou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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