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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에 대해

얼마면 돼?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이런 말을 왕왕 듣게된다. "그렇게 다 퍼주면 애들이 버릇없어져~".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해달라는데로 다 해주면 그게 당연하단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는 건 결핍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대형 외국계 기업에 3개월간 파견을 나가 일을 한적이 있다. 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카페테리아 공간에 놓여진 큰 음료 냉장고와 스낵바였다. 파견 온 사람에게도 편히 꺼내 먹을 수 있게 배려했는데, 처음엔 틈만나면 가서 음료든 과자든 하나씩 집어 먹었다. 공짜로 이런 걸 먹게 해주다니 여기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하며. 항상 풍족했지만 다음 날이면 못 먹을 것 같은 조급함이 느껴졌다. 이렇게나 많은데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먹진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한달 쯤 지났을 땐 나도 정말 필요한 순간에 꺼내 먹게 되었다.


항상있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야 내가 필요한 양만큼 적당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굳이 넘치게 먹을 필요도 없고 더 많이 먹어 포만감에 일하는데도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욕심이 났던 것들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충분할 정도만을 취하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것에 욕심을 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동생이 조금 더 많이 더 큰 걸 가졌고 나도 더 달라하던가 나도 못 가지면 동생이나 형/오빠도 못가져라던가 하는 말들이 오간다. 부모의 입장에선 굳이 싸울 일도 아닌 것들로 투닥 거리다보니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부모라는 공간에서 이 아이들이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자신이 가진 걸 내어 주어도 그걸 충분이 보완하고도 남을 만한 보상이나 동일한 것이 조만간 채워 질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면 서로 많은 부분에서 배려를 배우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생긴다.


하지만 그 충분함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 것인지는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 대형 냉장고 속에 든 내가 좋아 할만한 음료들이 가득 들어 언제든 와서 꺼내 먹을 수 있으니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가지는 그 마음은 언제부터 생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소신으로 서로 다른 것을 선택했지만 상대의 것을 가끔은 부러워하며 질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러움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살아오면서 갖고온 생각과 철학들이 이 아이들에게 참고 할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하는 욕심이 있다. 그 선택과 책임은 아이들이 했으면 한다.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료와 스낵을 적당히 먹지 않고 계속 먹다보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일의 능률이 떨어지거나 다른 곳에 시간을 더 많이 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부분도 겪어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 대한 경고는 해야하는 것이 부모의 몫일 것이다. 그냥 책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만 알 지 못하지만 이건 무조건 나쁘니까 하지마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니까.. 그리고 그런 일들은 대게 달콤하니까.


예전 파견 나갔던 회사가 문득 생각이 나서 아이들과 나의 욕심과 절제 그리고 만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기 스스로가 욕심 부리지 않은 선을 만들고 만족으로 채워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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