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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만으로 살아가기엔..

오늘은 선물 같은 날

나이가 드니 새삼 걱정이 늘어만 간다.


걱정과 불안이 느닷없이 몰려와 내 달콤한 잠자리를 해친다. 잠을 자려해도 도통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이대로라면 멀지 않은 시점에 큰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주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다. 나름 계산된 걱정이다. 요즘 집안에 굴러가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다. 매달 얼마를 쓰는데 하나같이 이유가 완강하다. 이래서 필요하고 저래서 필요하다.


옛날이야 돈이 없으면 못쓴다. 아예 되질 않는다. 자판기에 100원짜리 커피를 마실려는데 80원뿐이라면 못 마시는 거다. 하지만 요즘은 20원을 보충해 주고 담달에 줘~ 하며 나의 경제관념에 심각한 혼란을 준다.


100원의 커피를 마신다. 부족한 돈을 갖고 있는대도 말이다.


참 이상하다. 돈은 벌수록 만족이라는 것을 모른다. 이젠 겨우 100원의 커피를 빌리지 않고 온전히 마실 수 있게 되어도 자판기의 다른 메뉴에 눈을 돌리거나 120원짜리 고급 커피를 마셔볼까 생각한다.


계속 결핍 속에서 쌓여만 가는 빚에 머지않은 미래의 어려움을 걱정한다. 우리들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이 걱정을 낳아 삶을 괜히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아니다. 나의 걱정은 조금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뒷일 생각 잘 안 하는 나조차도 이젠 걱정이란 걸 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언젠가 닥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걱정을 하는 건 미리 해결책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걱정만 하지 않을 것이다.


많을 걸 가지고 누릴 생각은 없다. 단지 딱 부족하지 않은 내가 매일 마시고 싶은 100원의 커피 한잔을 고민하지 않고 마시기 위해.


곁가지로,

아이언맨 3에서 위기에 봉착한 토니가 차를 몰고 가다가 공황이 찾아 온다. 미래에 언제 올지 모르는 외계의 침략에 대한 걱정이었으리라. 그때 통화 중이던 할리는 토니에게 "

정비공이라면 뭐든 만들어보면 어때요?"라고 말하자 토니는 자신이 하는 걱정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떠올린 것 같다. 현재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걱정이 현실이 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키워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3 한장면, 출처 film grab


걱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되 걱정에 매몰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나가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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