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버거집
정확히 언제 한 영화제인지는 모르겠다. 영화를 너무 좋아했고 영화제라는 걸 경험해보고 싶었다. 부산까지 가진 못했지만 부천에서 영화제를 참여해 보았다.
영화제가 일주일간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예매도 힘들었었다. 그래서 겨우 하나 예약을 해서 봤는데 단편영화 컬렉션이었다.
대략 6편 정도 보여줬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출품된 영화를 실시간 자막을 입력해 주었다. 6편 중에 가장 기억 남는 영화가 달팽이가 나온 뒤 여자가 나체로 누워있고 그 몸 위에 음식이 올려져 있다. 그런 뒤 남자가 나와 게걸스럽게 소리를 내며 먹는다. 그리고 음식들이 각 부위별로 연관이 있어 보였다. 예를 들면 코 위에 올려진 것은 마치 콧물을 연상케 했다. 온몸 구석구석을 남자는 음식을 먹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아무런 대사도 없는 단편 영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제 다 먹었는지 화면이 바뀌면서 또 달팽이가 나오고 이젠 남자가 누워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 자막에는 "누군가에게는 산해진미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역겨운 음식이다."가 띄워진다. 영화를 보는 내낸 불편했을 사람이 있을 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봐도 그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니었나 한다.
얼마 전 내가 종종 가던 버거집이 문을 닫았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그 집 치킨 버거는 나에게 딱 좋았다. 고소하고 달콤했으며 두툼하니 식감도 좋았던 버거이다. 다른 메뉴는 맛볼 겨를도 없이 그 집으로 가면 무조건 치킨 버거였다. 튀긴 건 아닌 것 같고 불 맛도 나는 것을 보니 아주 제대로 구웠다. 그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정말 최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말 점심 혹은 저녁인데 사람이 없다. 가끔 배달 주문은 들어오는 것 같던데 막 바쁘지 않다.
오 이런 것이 나만 아는 맛집이란 것일까? 이렇게 여유롭게 나의 최애 버거를 한 입 베어 물어 먹을 수 있다니 행복했다.
기회가 되면 자주 오고 싶지만 1~2주에 한 번만 오기로 했다. 아껴먹고 싶은 마음에서다.
오래간만에 사진 연습을 한다고 다른 지역에 갔다가 저녁을 뭘 먹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람이 많아 혼자 먹기 좀 그랬다. 갑자기 번뜩하며 그 버거집으로 가야겠다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이 정도 시장함이면 뭐든 맛있겠지만 그 집 치킨 버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하며 도달했을 때 허망함을 느꼈다.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이다.. 어떠한 예고도 못 받았는데..
아니 이렇게 맛있는 버거집이 왜 문을 닫는 거 야한 약간의 분노도 올라오고 다른 사람들에게 홍보를 했어야 했나 하는 자책도 들었다.
앞서 영화 이야기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거집이 산해진미라거나 역겨운 음식이 나와 같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선택을 받지 못하는 그저 그런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젠 난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