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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넣은 질량 1그램은 등가교환이 안된다.

등가교환의 법칙

요즘은 잘 사용되진 않지만 대학시절 CD를 이용해 영상을 많이 봤다. 다양한 루트로 다운로드한 영상을 CD writer 기기로 저장을 해서 보관했다.


그 시절에 우연히 접한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강철의 연금술사"를 너무 감명 깊게 봤다. 대략 56편 정도를 CD 2장에 나눠 담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번에 다 보고야 말았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멋진 연출의 연금술이 아니라 오프닝 내레이션이다. 검색을 해봤는데 내가 원하는 대사는 아니었다.


사람은 그 무언가의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와 동등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연금술에서 말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이 대사 앞에 나오는 대사가 질량 1그램의 물질은 또 다른 1그램의 질량만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없을 수 없다는 말보다도 과학적인 멘트가 떠 끌렸던 것 같다.


결국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이지만.


질량 1그램을 들여 또 다른 1 그램을 꼭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은 "절대"만들 순 없지만 그 이하는 만들어질 수 있다. 1그램의 노력은 들였지만 0.3 그램의 결과를 얻는 경우이다. 타서 재가 되거나 공기 중으로 날아가거나..


브런치에 글쓰기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2년 가까이 만족할 만큼의 조회수가 나오진 않는다. 이렇게도 써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봤다.


모두들 꾸준히 하면 된다 했다.

나에게 긴 시간 이렇게 꾸준히 쓰는 걸 칭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은 피할 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에 내가 써 놓은 블로그를 훑어보았다. 혼자 일본 갔던 날,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맛있는 걸 먹었던 날이 담겨 있었다.


내가 만들고자 했던 건 블로그가 유명해져 조회수가 많아지는 거였지만 행복의 단편을 기록한 일기장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나와 함께 즐거워했고, 나는 길거리를 누비며 사진작가 놀이를 했다. 쓸거리가 없으면 영화도 보고 책도 읽었다. 기억을 더듬으며 영화, 책을 곱씹어 보았다.


그런 것들이 남아있었다. 내가 꾸준히 했던 것들에 대한 보상은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지만 충분히 받았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도 어머니를 되찾고자 했던 인체 연금술에 빠진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형제의 형은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었고, 동생은 몸 전체를 대가로 지불했어야 했다. 그런 형제는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끝에 동생의 몸을 되찾을 수 있었다. 동생의 몸을 돼찾으며 자신을 희생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대가의 지불은 물리적인 몸이 아니었다. 여태 했던 노력과 동생에 대한 마음으로 그 어마무시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정했던 목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질량 1그램을 넣어도 0.1 그램도 얻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사라진 0.9 그램의 대가는 언젠가 다른 형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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