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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영화 <줄스>

엄청 재밌다던가 충격적인 결말이 있어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 반면 그냥 지내다가 문득 장면들이 기억나는 영화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줄스>는 뭐 그리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이 남았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나이가 들어 자신을 잃어가는 한 할아버지의 뒷마당에 UFO가 떨어졌고 거기서 나온 외계인과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 혼자 남게 된 밀튼은 넓은 집에 혼자 살고 있고 틈틈이 시청에 나가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에 자그마한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해 주기를 원했다. 그런 그에게 날아든 외계인은 UFO를 타고 어디선가 왔지만 엄청난 기술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지구인과 이야기를 눈치껏 알아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계인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 부분은 외계인(이하 줄스)이 밀튼이나 그의 친구 샌디, 조이스가 뭔가 말하기를 시작하면 뭔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바라본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지만 극 중 인간들은 그런 그에게 평소에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던 속마음도 꺼낸다. 그리고 줄스를 중심으로 평소에는 밀튼에게 관심만 갖고 있던 샌디와 조이스가 뭉치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어떤 걸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외계인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조차도 고해성사를 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themioviedb 출처

고른 스틸컷은 공감 못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신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조금은 진심으로 가까운 가족부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방법 하나를 얻은 느낌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


- 나의 이야기보다 상대방 먼저.

- 내가 이야기 5분이 잘 전달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 30분 잘 들어주기.

- 말하는 상대방의 눈과 입을 바라보기


고민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필요 없다. 어떤 방법도 상대에겐 좋지 않다. 결국 자신이 방법을 찾거나 결정을 할 테니까 그냥 들어주는 연습을 하자. 그 상대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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