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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움직이게 한 말

낫띵

서울에 온지 얼마되지 않는 동안 "도를 아십니까", "인상이 좋으시네요", "조상님 덕을 보셨네요"와 같은 도쪽? 사람들과 하나님 믿으라는 전도사 그리고 길거리에서 멀쩡하게 생긴 녀석이 지갑 잃어버렸다고 차비 좀 달라는 등 이상한 사람들이 자주 꼬였다.


어릴적에는 공원이나 야외 공연장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는 적이 많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자주 접근했었다. 그 땐 핸드폰도 할만한게 없었을 시절인데 왜 그런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접근해와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바쁜일이 있다던가 관심없다던가하는 변명 하는게 아려워서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는데 결국 죄송합니다~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가끔 말도 안되는 소리에 화도 내기도 하고 무서워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씨 좋던 날에 경희대 야외 공연장 같은 곳 계단에 앉아 멀리 바라보고 있는데 스윽 아저씨가 다가와서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몇 가지 질문을 했던 것 같은데 내 이야기를 한 30분 정도 했던 것 같다. 일면식도 없던 아저씨가 정말 몇 마디의 질문으로 나의 속마음을 말하게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다.


무슨 질문인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그 분은 계속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의 호응만 있을 뿐 특별히 조언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도 겪어봤던, 지나보니 다 부질없던 고민을 똑같이 하는 젊은 녀석에게 한마디 해 줄법도 했을텐데 다 이해한다는 표정과 간단한 말로 나의 이야기를 부추겼다.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뭔지 모를 신뢰가 생기고 30~40분이 지난 시점이 되서야 하나님 말씀을 전하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거창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고 이것저것 얘기해주면서 교회에 한 번 나와 줄 수있냐고 말씀하시길래 이상하게 거부감 같은 건 없었다.


뭔가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에 교회를 한 번 나가보겠다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고해성사를 왜 하게 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금도 잘 지켜지진 못하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아주 간단하지만 좋은 가르침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만큼 훌륭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야기를 들으며 잔잔한 호응을 곁들여 주면 더욱 좋다.

들어주면 나의 단어는 상대의 마음 속 잘 띄는 곳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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