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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석 Nov 06. 2024

이야기를 담은 사진

사진을 배우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중에 살도 점점 오르다보니 아내의 운동에 대한 잔소리가 점점 심해졌다. 뚱뚱해진다는 것이 움직임이 적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꾸 먹다 보니 살이 오르는 악의 순환이 생긴다. 그걸 보는 아내도 얼마나 탐욕스럽고 게을러 보이겠냐만은 나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그 잔소리가 좋을 리가 없었다.


가끔은 혼나기 싫어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잠잠해지면 나가지 않다가 또 혼이 난다. 그중 등산도 있었는데, 가지 않겠다고 계속 거절해 오다가 가끔 억지로 등산을 하게 되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회사 부장님의 주말 등산 강요의 이야기처럼 정상에 가면 너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라가기 힘들고 올라가도 감흥이 없다. 물론 갔다 오면 힘든 운동을 했기에 자유시간을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다 해도 싫은 걸 계속했다간 몸은 건강해져도 내 마음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강요받은 일이 좋을 수가 있을까?

한 번 등산을 가게 된 후로 내가 싫든 좋든 주말에 등산 일정이 잡힌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짜증도 내고 화도 낸다. 그러다 크게 싸우고 나면 마음 아픈 소리를 서로 하게 된다.


그래 한 번 맞춰줘 보자. 운동을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이상하게 운동하고 등산이 조금씩 싫어졌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간절하게..


그 간절함 때문일까? 평소에 관심도 없던 사진을 취미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유튜브든 다양한 플랫폼에서 스마트폰만 있어도 사진을 시작할 수 있다고도 했고. 당연히 카메라 기기보다는 못한 부분이 있지만 배울 때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뭐든 시작할 때 가장 많이 설레고 재미가 좋다. 그걸 유지하는 건 조금 다른 영역지만. 처음 너무 하고 싶은데 그 막막한 상황을 헤쳐나가 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가 포기한 것들도 많지만, 욕심부리지만 않는다면 세상에 배울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땐 달리기는 하지 않아 동네 산책로를 습관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나가는 길에 어쭙잖게 배운 사진 기술로 풀이며 나무며 찍어댔다. 좀 찍는가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크게 반응이 없다. 가끔은 이걸 왜 찍은것인지 물어왔다. 응? 난 사진을 배웠으니까 예쁘게 나올만한 걸 찍는 거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진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아무튼 우선 사진에 대한 이해도 해보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조작법도 다양한 방법으로 배웠다. 조금 알아가다 보니 재미있었다.


등산도 이제 두렵지 않았다. 내 스마트폰만 있다면.


숨을 할딱대며 올라간 산 정상에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었다. 그냥 찍어도 아름다웠고 나의 숨 가쁜 노력이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왕 사진을 배웠으니 노출을 신경 쓰면서 이래저래 찍어보았다. 지금 보면 그리 잘 찍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산을 둘러보게 되었고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매번 같은 모습처럼 보였던 나무의 새로운 모습에 감탄을 느끼기도 했다.

검단산 정상 아침 등반

계속 배우다 보니 사진작가들의 사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처음엔 나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초심자의 건방짐이 아니었나 싶다. 더 많이 알 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진이었다. 사진이라는 게 많은 기술을 알아야하고 딱 한 장의 사진 속에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걸 안 것이 언젠가 아내와 누워서 스마트폰에서 아이들의 어릴적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대충 찍은 사진 같아도 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날 무엇을 했고,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에 대한. 그 사진 하나만으로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상대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내 가족 한정으로는 아주 훌륭한 사진이 된다.

첫째가 어릴 적 잠실 석촌호수 나들이

 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는데, 어느 날 구글 포토가 자동으로 필터를 씌운 사진이다. 가끔 포토 앱을 켜서 옛날 사진들을 보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시절의 장소들이 하나하나 기억이 나며 코끝이 찡해진다. 이 사진은 많이 배워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맑은 날 나의 아이가 기분 좋게 걸어 다니는 모습이 기억나면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겠지만.


 사진작가들은 글을 쓰는 작가처럼 공감의 이야기를 담는다. 순간의 모습을 찍지만 즐거움, 슬픔 같은 것들을 담는 것 같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찍는다 해도 그런 느낌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작가란 표현을 쓰는가 싶기도 하다. 그들은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힘이 있다.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인데, 동네 큰 공원에서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다. 양희은 선생님이 오셔서 노래를 했데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먼저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 선율이 그 이야기를 담아 깊은 슬픔과 아픔이 공감이 되는 것 같았다.


노래가 품은 속마음을 느낄 수 있는 듯 했다.


지금은 사진을 내 눈으로 본 아름다움을 담아 보려 하고 있지만 거기에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이 보고 내가 담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고 싶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 이 취미를 계속하게 된다면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기쁨과 슬픔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공유하고 힐링이 되게  것이다.


힘든 순간에 시작한 사진이지만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조금씩 세상의 아주 작은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진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사진 찍는 것을 배워나가지만 세상과 더 가까워진다는 기분이 든다.

대부도 아름다운 공원 옆 도로
대부도 한 카페에서

지금은 카메라 하나를 장만해서 더 즐겁게 나만의 여행을 다니는 중이다. 누구와 함께하든 다채로워진 나의 마음속 표현을 해보고자 한다.


남들이 보기에 이 과정이 별거 아닌 것으로 느낄지 모르겠다. 곁에서 나를 위한(?) 잔소리를 오랜 기간동안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배부른 소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다른 사람의 삶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바꿀 생각이 없다. 그 사람만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 내가 끼어든다는 느낌이라서 말이다. 그래서 잔소리가 마음에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다. 가끔은 상대가 나를 정말 위한단 느낌보다는 그저 나에 대한 불편함을 들어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냥 꼴 보기 싫었던게 아닐까..?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어떤 좋은 일도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답답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건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뿐이니까.


지금은 나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켜준 잔소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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