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석 Nov 13. 2024

나는 겁쟁이랍니다~

밤에 귀신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겁쟁이

나는 겁이 많다.

어두운 길도, 잠들기 전 방안 구석 어둠도, 늦은 밤 건물 구석의 화장실도.. 나는 무섭다.

이 세상 어디에도 귀신은 없다고 굳게 믿고는 있어도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속 피 비릿네 날 것 같은 얼굴의 귀신들이 혼자 있으면 생각이 난다.


어두운 구석에서 날 지켜본다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 해가 빨리 지는 겨울에 학원을 갔다가 학원차에서 내리면 시골이라 정말 어두웠는데 집으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뛰어서 들어가곤 했을 정도다. 중학교 때까진 학교에서 달리기로 손꼽을 정도로 잘 뛴 게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복학해서 하숙집 같이 여러 방들이 따닥 붙어있고  공용 화장실이 있는 곳은 괜찮았는데 원룸으로 옮기고 나서는 한 동안 잠을 쉽게 들지 못했다.

어느 정도 까지냐면 너무 예민해서 어딘가에 물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불을 환하게 켜고 있으면 덜 무서운데 밝아서 잠을 못 자고 불을 끄면 무서워서 못 자고.


지금도 참 지랄 맞다고 생각한다.


보통 1 ~ 2주 정도 적응기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익숙해지면 좀 덜해지는데 그래도 예민한 건 어쩔 수 없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아내가 있으면 엄청 꿀잠을 자는데 가끔 없는 경우에는 정말 뜬눈으로 밤을 보낸다. 원룸은 내 시아에 모든 것이 다 들어오는데 방이 2개부터가 문제다. 다른 방에서는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웃긴 게 그래도 잠들어 보겠다고 눈을 감고 계속 누워는 있는다.


이 놈에 예민함 때문에 정말 힘들었던 적이 있다. 오래전에 출장으로 나주에 간 적이 있는데 이제 막 상권이 생기기 시작해서 호텔도 그렇고 주변이 조금 적막했다. 그날 밤에 정말 큰 호텔방에 혼자 자는데 이 야밤에 누가 공사를 조심스럽게 하는 듯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났다. 딱딱 소리도 나고.. 정말이다. 계속 소리가 나서 해가 뜰 때쯤에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일을 하고 저녁엔 출장 간 분들과 식사하고 술도 약간 마셨다.

이렇게 피곤하면 잠이 와서 오늘 꿀잠 자겠는데 하고 그 적막한 방에 들어와 누우면 또 눈이 감기질 않는다.

2박 3일 동안 2~3시간 정도 잔 것 같다. 그래도 체력이 좋았는지 일하면서 그리 졸리진 않았는데 다시 복귀하는 KTX에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정말 왜 그런 걸까..

나중엔 이런 내가 화가 났다. 피곤하게 해도 잠을 못 자니까 눈이라도 감고 있는 게 전부다.


그 뒤로도 예능만 나오는 채널을 소리가 조금 나게 볼륨 조정하고 자보기도 하고, 귀를 막기도 했다. ㅎㅎ

그래서 사실 집이 비어 혼자 있게 되는걸 그리 반기진 않는다.

잠을 못 자는 건 좋은 경험일 수 없다.


혼자만의 시간은 나에겐 양날의 검이다. 자기 전까진 너무 좋은데 잘 때가 되면 너무 무섭다.



작가의 이전글 이야기를 담은 사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