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내 미래에 대한 불안
옷을 파는 매장의 마네킹 진열처럼 AF(Artificial Friend)를 판매한다. 조금 다른 점은 매니저가 AF에게 진열대에 올라갈 친구들을 선정하고 요청하면 알아서 이동한다. 이것(?)들은 하루 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AF의 에너지원인 태양으로부터 충전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데리고 갈 때까지.
어느 날 병약한 아이가 매장에 진열된 클라라에게 말을 건다.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클라라는 스쳐 지나가 듯 말한 이야기를 굳게 믿고 그 아이와 함께하길 기도했다. 시일은 걸렸지만 결국 그 아이(조시)는 클라라를 찾아와 자신의 친구가 되어달라 요청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AF인 클라라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표현한다. 그 표현이 마치 어린아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픈 조시를 보필하며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과 조시의 병을 태양과 소통(?)하여 나을 수 있게 한다고 믿고 있는 클라라의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클라라는 인공 지능 로봇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아픈 아이의 곁에 머물러주는 좋은 친구 이야기다.
요즘 세상에 나온 AI 제품들을 보면 예전에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들이 생각난다. 대표적으로,
알렉스 프로야스의 <아이, 로봇>(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AI>(2001년),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2023년)이다. 사실 그 시절에는 정말 영화(?) 같다는 느낌이 많았다. <스타트랙> 영화처럼 우주 공간을 빠르게 이동하는 비현실적인 기술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 로봇>의 "써니"는 인간처럼 꿈을 꾼다. <A.I>에서 "데이비드"는 감정을 가진 아들처럼 행동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마지막 <그녀>에 "사만다"는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들을 보는 시점에서는 SF 영화였다. 말 그대로 과학 소설(Scientific Fiction)이다.
그걸 감안하고 영화를 즐겼다.
작년(2024년) 5월에 인공지능과 굉장히 자연스러운 대화를 OpenAI(ChatGPT 회사)에서 시연을 보며 <그녀>라는 영화가 생각이 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감정적인 부분을 뺀다면 지금의 chatgpt는 "사만다"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 아니 몇 년 내에 사람들은 자신의 스마트 기기로 "사만다"와 대화하고 있을지 모르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젠 난 뭘 해야 할까?
AI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가 이 시점에 떠올랐다. 흑인이 차별받던 시절에 수학에 재능이 있던 흑인 여성들이 NASA에서 고군분투하는 영화인데, 극적인 연출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1960년대 NASA에서 수학 계산을 위한 IBM 메인프레임 컴퓨터를 사 들였다. 엄청난 계산 능력을 가진 기계는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며 더 이상 칠판에 써가며 계산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 흐름을 가진다. 하지만 그 "엄청난" 계산 능력을 위해 "인간"이 코딩이라는 것을 했어야 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오류로 배척받았던 흑인 수학자가 다시 업무로 복귀한다.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을 평소처럼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AI를 이용해 함께 발전하거나 계산에서 코딩으로 바뀐 것처럼 AI를 이용하는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
자동차가 개발되고 보급이 되는 시기에 말을 관리하던 마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도기의 마부는 어느 정도 필요는 했을 테지만 이제 막 마부가 되거나 앞으로 마부로 먹고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그 시기에 어떤 고민을 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일자리를 잃을 수는 없으니 자동차가 발전하지 않고 보급되지 않기를 기도하기만 했을까? 아니면 여태 준비하던 것을 버리고 다른 직업을 가지는 교육을 선택했을까?
지금 나도 이런저런 고민은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변화를 주고 있지는 않다.
지금 익숙해져 버린 하루에 가끔 주변을 둘러보며 걱정은 되는데, 안정 불감증처럼 변화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미래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기기등이 익숙해져 버린 세상에 또 다른 큰 변화가 오면 내가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절에 마부의 마음을 알고 싶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AI가 세상을 크게 바꾼 이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는 개발자의 마음을 알고 싶지 않을까?
ㅎㅎ
이 글은 <클라라와 태양>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긴 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것으로 인한 나의 불투명해진 미래에 심각해진 내 기분을 한번 써 보면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