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쳐 울분한 날의 기록

2025년 8월 11일 어느 날 아침의 일기

짜증이 났다. 아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차 정비를 하고 돌아왔다. 어지럽게 올려진 식기 건조대의 그릇들을 찬장에 정리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이게 뭐 하는 일인가 싶다. 애들 방학이라 아침에 식사를 준비하고 일 나가야 하는 시점에 큰 애가 학원 가야 하는데 가방이 없다고 한다.


별일 아닌데..


짜증이 났다. 갈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가방을 찾는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찾는 것도 아니다. 가기 싫어 그런 줄 안다. 나도 그랬었으니까.


오늘따라 지친다. 하기 싫은 건 아닌데 잠시 지친 거라 해두자. 결국 가방을 찾지 못하고 집을 나선 아이 뒤로 갑자기 되지도 않을 성질을 부린다. 점심 재료 손질을 하려던 대리석 싱크대를 세게 내리쳤다.


쾅.


처음엔 손이 아픈 줄도 몰랐다. 분한 마음에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은 마음에..


갑자기 몰려온 아픔에 정신을 차렸다. 왜 화가 났을까.. 별일도 아닌데..

둘째가 방에 있는데도 그렇게 행동한 내가 못났단 생각을 문득 했다.


힘든다는 것과는 다른 지침이 느껴진다. 아무런 동기도 없고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계속해야 하는 일을 한다.


그냥.. 넘어가지 말고 오늘을 기억하자.

더 이상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 않도록 준비하자.



이렇게 적어 저장해 둔 뒤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한번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브런치 앱을 켜 노트해둔 리스트를 보다가 까마득하게 잊고 지낸 이날의 내 마음을 다시 기억나게 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마음이 차분히 해서 울분 터지지 않고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

그깟 아들의 가방 잃어버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그릇이 깨져 내용물이 흘러 내려와 어지럽혀진 주변으로 화가 났었을 것이다.


기록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