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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건의 다른 시선

환경에 따른 가격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기본 1시간이나 훌쩍 지나버리는 쇼츠 영상보는 것을 떨쳐내 보려고 애를 부단이 쓰고 있는데, 정말 간헐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30초짜리의 영상에 뭐가 그리 대단한 게 있겠냐만은 마음을 움직이는 대사 같은 것이 있다.

(그래도 나에겐 득 보단 실이 많은 쇼츠 콘텐츠이다.)


에픽하이 멤버들이 방송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타블로가 컵라면을 끓이다 어디서 들은 말을 전한다.


"물이 편의점에서 사면 1달러인데, 체육관에서는 3불, 비행기 안에서는 5불. 똑같은 물인데도 환경에 따라 가격이 바뀌잖아. 만약에 자신이 자기의 가치대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 땐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타블로가 전해 들은 말

듣자마자 반전의 영화 결말을 본 듯했다.



나는 이직을 2번 했다.

첫 번째 직장은 좋은 사람들과 괜찮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만족했다.

뼈를 묻어 오래 다닐 생각을 하던 터에 아무런 논의 없이 한 팀을 통째로 다른 지역으로 보내버렸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데 이놈에 신경성 대장 증후군이 아침마다 날 괴롭혔다.

전날 저녁을 안 먹어보기도 했고 더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미리 가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사실 이런 일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사를 가는 것도 어려웠다.

뼈를 묻고 싶었던 이 회사는 더 이상 나에게 좋은 환경이 되질 않았다.

함께 일하던 좋은 분들과 헤어짐이 아쉽긴 했지만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다.



두 번째 이직은 상대적으로 결정하기가 쉬웠다.

내가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던하게 사람들과 지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그 나름 경계를 지키며 잘 지냈다.


이직한 곳은 규모가 작았고 내가 일할 팀은 나를 포함에 두 명 뿐이었다.

그 사람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끝날 때까지 함께하는 좋은 사람이다.


다만 너무 부지런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느 정도는 나에게 맡겨도 되는데 모든 일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회의를 했다.

어느 순간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비효율적이다.


동료가 한 명만 더 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혼자서 그 추가되는 일을 하다 보니 많이 지쳤다.


다시 이직 준비를 했고 시간이 걸렸지만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이직을 준비하면서 많이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앞선 회사 경험으로 지금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들, 환경 모두 만족한다.


자신의 환경을 가치에 맞게 바꾼다기보다는 자신이 만족하는 환경을 찾아본다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흔히들 찾아지는 편의점 물이라도 누군가에겐 필요한 것이니까.

내가 그 환경이 좋다면 누군가 정한 가격은 그리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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