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슬픔은 꿈에서도 계속된다_02

드디어 꿈에서 우리 아가의 얼굴을 보았다.

by 대수니

2020년 3월 12일. 유산 진행 7일째.

어제 자기 전 나의 꿈에 대한 글을 남편에게 보여줬다. 남편은 다 읽고는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남편도 나도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었다. 남편은 다시 아가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며 토닥여주었다.

오늘도 잘 자라고 하는 남편에게 팔베개를 해 달라고 했다.

요즘 들어 잠이 잘 오지 않는데 불면증이라기보다는 별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들어오는 남편은 보통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든다.

남편의 어깨에 기대서 심장 소리랑 썌근거리는 숨소리를 듣다 보면 늘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편안한 꿈을 꾸었다.

내 미련과 내 욕심이 가득했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해서 좋았다.


어딘가를 가냐고 분주하다. 나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진주 귀걸이를 했다. 힐을 신고 남편과 차를 탄다.

남편과 나는 공기 좋은 곳에 도착했다. 언덕 같은 곳 위에는 아늑한 주황색 벽돌의 건물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대나무 숲이 있다. 싱그럽고 초록 초록한 대나무 숲이라기보다는 싱싱하지만

성숙한 맑은 청록빛의 대나무 숲이었다. 얼마나 길쭉한지 하늘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나와 남편이 그 숲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어제 보지 못한 우리 아이가 오고 있었다. 달려와 나의 무릎을 안았다.

나와 남편은 아가의 손을 한쪽씩 잡고는 초록으로 가득 찬 숲길을 함께 걸었다.

꿈에서도 나는 너무 기쁘고 신기했다. 우리에게 아이가 있다니.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숲길을 나오니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눈을 따갑게 했다.

나는 눈을 가리면서 몸을 돌렸고 우리 아가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내가 늘 그려왔던 얼굴이었다.



일단 딸이다. 피부는 남편을 닮아서 하얗고 눈은 크고 쌍꺼풀이 있다.

속눈썹이 말려 올라가 있을 정도로 숱도 많고 길었다. 안타깝게도 코는 낮았다.

그리고 얇은 입술이 야무지게 있었다. 머리는 양갈래로 묶고 있었고 3~4살로 보였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남색의 라운드티를 입고 있었다. 코는 어쩔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이쁜 아가였다.

나는 학부모답게 작은 건물 안에 한가득 도넛 같은 간식거리를 양손 가득 들고 들어갔다.

그곳이 신천지는 아니겠지. 어째뜬 나는 분주하고 기쁘게 파티를 준비하다 일어났다.


어제의 꿈에 비하면 너무 행복했던 꿈이었다.

가상현실이란 게 우리의 생활에 흡수되면 이런 기분일까.

현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만족감이라는 걸 느꼈고 사라질 행복에 기뻤다.

그리고 용기 아닌 용기도 좀 생겼다.

정말 저렇게 이쁘게 생긴 아가가 그리고 딸이 와 줄 것 같다.

나는 나란 자아와 내 인생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인생만의 계획이 있으니 이런 시간도 준 것이겠지.

비록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분명한 건 내가 이 시간을 통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엄마가 되어 있을 것이란 거다.

그리고 이쁜 아가를 오늘 꿈처럼 만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유산의 슬픔은 꿈에서도 계속된다_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