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이 아닌 '우리' 방으로
우리 집은 작은 평수 대비 방이 세 개인 장점이 있다. 장점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집을 구할 때 방이 세 개라는 점이 우리에겐 큰 매력이었다. 가장 큰 방은 안방으로 그다음은 드레스룸, 가장 작은 방은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재가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공용 서재였지만 거의 내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내가 필요하고 사용할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요즘 들어 '정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공간 정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tvN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을 보면 정리, 공간의 재구성만으로 아예 다른 집을 만들어 버리더라. 우리 집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 안의 욕심들이 꿈틀.. 크게 손대지 않고 집 인테리어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우리 다이닝룸 만들까?' '오 좋지!' 나의 급 제안에 아내가 바로 응답했고 그 즉시 실행에 옮겼다. 서재에 있던 작은 책상과 책장, 운동기구를 빼고 거실에 있던 원형 테이블을 넣었다. 두 명에게는 좀 컸던 테이블이 방 안으로 들어가니 4명이 딱 앉을 수 있는 다이닝 테이블처럼 보였다. 거실에 있던 액자를 방으로 넣고 아늑한 분위기를 위해 이케아 조명을 갖다 놓으니 한 시간 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뚝딱 한 것 치고는 제법 그럴싸했다.
다이닝룸이 생겨 신난 우리는 일단 거실 청소는 뒤로한 채 기쁨의 맥주를 들이켰다. 분위기를 더해줄 넷플릭스까지. 전셋집이어서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욕구를 항상 참아왔는데 크게 손대지 않고 가구 배치만으로도 기분 전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서재에 있던 짐들은 꼭 필요한 것들만 두고 모두 버렸다. 이제 서재는 다이닝룸이자 내 작업실이 되었다.
어제는 와이프와 자기 전 다이닝룸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이닝룸에 초대할 친구들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 주말에는 여기 앉아 넷플릭스 어떤 걸 볼까, 어떤 소품을 더 갖다 놓을지. 이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는 우리. 매일매일 자기 전 다이닝 룸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하루 일과 중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록 나의 물품들로 채워졌던 서재가 없어졌지만 '내'방이 아닌 '우리'의 방이 생겼다는 것에 더 만족스럽다. 앞으로 이 방에서 많은 추억들이 생기겠지. 지금은 와이프 퇴근 중, 자기 전 다이닝룸 미팅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