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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대발 Aug 11. 2020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일'을 즐겁게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일에서 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최고의 행운이다. 일이라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원동력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아닐까.


박창선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중에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지금 내 능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들로 정말 힘든 나날을 보냈다. 잠도 못 잘 정도였으니.


나는 지금 회사에 다니기 전 광고대행사 AE로 일했다. 그 당시엔 중요한 업무는 팀장님이 진행했고, 나는 팀장님을 서브하는 일을 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경험했지만, 보통 일과 중 가장 많이 했던 일은 기획안을 위해 자료, 레퍼런스를 찾는 일이었다. 하찮은 일로 보일 수 있지만 내 첫 직장이었고, 하고 싶은 마케팅 일을 배운다는 것에 작은 일에도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철야 중 (그 당시) 팀장님 도촬. 아이디어야 나와라.


약 1년 반 정도가 지났을까. 항상 야근과 철야, 기본적인 일을 반복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1년이 넘게 일을 했는데 나에게 지금보다 큰 업무가 주어졌을 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아', '그동안 난 배운 게 뭘까. 너무 기본적인 것만 한 것 같아. 발전하지 못한 것 같아'


발전하지 못했다는 생각, 나와 같은 또래 마케터들과의 비교 등 여러 생각이 겹치면서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는 몇 달 뒤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하고 지금 회사에서 근무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 당시에 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팀장님은 나에게 기획안을 위한 레퍼런스를 찾는 임무를 주면서 '기획안에서 레퍼런스는 정말 중요해. 네가 좋은 레퍼런스를 찾아줘야 해. 진짜 레퍼런스가 다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이 일이 비중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때 팀장님 말에 100% 공감을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기획안, 제안서를 만들 때 남들보다 레퍼런스를 중요시하고, 좋은 레퍼런스를 찾는 능력이 있는 것에 감사한다.


매일 매일 이렇게 열정적으로 회의했었지


이 뿐만 아니라 그때 팀장님 옆에서 조금씩 배웠던 기획안, 보고서 작성법, 아이디어 회의 방식, 문서 정리 방법 등 사소한 경험들, 팀장님 옆에서 보며 터득했던 것들이 내 능력이 되어 지금 너무나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때 하찮았다고 생각했던 내 경험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열심히 해준 그때 나에게 정말 고맙다.


'지금 내가 성장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아주 많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지금은 별거 아닌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의 큰 능력, 자산으로 다가오는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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