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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대발 Sep 15. 2021

카톡 생일 알람은 챙기는 편입니다.

그래도 내 축하 메시지를 못받았다면... 미안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인들을 챙기는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다. 내 휴대폰 요금제는 한 달에 무료 통화 300분이지만, 친구들에게 몇 분의 통화를 할당했을까. 물론 이는 내 핑계일 수도 있다.


20대 초중반에는 연락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제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결혼을 하고 고향인 인천을 떠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나 또한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도 전혀 섭섭하지 않다. 그들이 정말 열심히 바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바쁜 와중에 카카오톡 생일 알람은 그나마 소홀했던 친구들과 연락을 하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짧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것 조차 일을 하다 보면 바빠서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웬만하면 늦게라도 꼭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함 봐야하는데!


고향 찐친들과 하고 있는 생일계가 있다. 친구 열명 중에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고 평일, 주말 밤낮없이 일하는 친구도 있고 이제는 개개인의 사정으로 모두 모이기 어렵지만 그래도 생일에는 웬만하면 다 모였다. 물론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 생일 파티를 하고 생일 곗돈을 주는 나름 재밌는 의식이 있었는데,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글의 목적이 뭘까. 친구들에게 연락을 소홀히 했던 나를 반성하며, 먹고살기 바빠서 어쩔 수 없다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함인가.

그냥 그립다. 생일이면 당연히 만나서 생일파티를 해야 했고, 친구들 모두 모여 축하를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다.


생일 곗돈 주던게 재밌었는게 말이야.


종종 연락하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이 있었다. 잊을만하면 둘 중 한 명이 연락을 하면서 계속 소식을 전했다. 3년 전쯤에는 직업 군인이 된 친구의 부탁으로 그 부대로 예비군 훈련을 가기도 했다. 얼마 전 다른 지인으로부터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의식불명이 된 지 2년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분명 연락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의 결혼도 축하해줬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락을 안 한 지가 2년이 넘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생일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겼을까.


그 뒤로 카톡에 생일 알람이 오면 꼭 메시지를 보낸다. 나름 이모티콘도 꼭 포함해서! 바쁘고 각박한 삶이지만 짧은 축하 메시지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게 좋은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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