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대발 Aug 18. 2021

신규 입사자는 휴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보통의 회사들이 그렇듯 신규 입사자는 휴가가 없다. 한 달을 채우면 월차 하루가 생긴다. 난 7월 말에 입사를 했고 아직 한 달을 채우지 않아 월차가 없다. 그래서 따로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했다. 아쉬운 것도 있지만 코로나가 심해지는 시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바로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 내가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담당한 첫 번째 브랜드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고, 어떻게 바쁜 일상을 여행처럼 보낼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 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이 말을 3년 간 매일 쓰고 들으니, 나도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을 실천하며 살고 있었다.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책으로 최재원 작가님의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가 있다. 한 때는 나도 매일매일 업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던 날들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에너지가 방전돼 쉬기 바빴다. 이 책을 접하고 난 뒤부터 조금씩 마인드를 바꾸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여유롭게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심장이 터질 듯 러닝을 하며 땀을 흘리는 것도,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등 이 사소한 모든 것들이 '작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



P.14 한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퇴근할 때쯤 제 몸은 남은 에너지 10퍼센트 이하였습니다. 어느 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끌고 침대로 들어가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대로 잠들기엔 너무 아쉽다.' 이렇게 삭막한 하루들이 쌓인다면 10년 뒤 내 삶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몸에 남은 약간의 에너지를 써서라도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작은 여행을 떠나자. 집 근처 카페로, 공원으로 여행을 가는 거야. 아직 내 하루는 끝나지 않았어.'

P.16 특별한 일을 한 건 아니었어요. 걷고 싶은 곳을 걷거나, 신기해 보이는 곳을 구경하거나 커피 한잔하며 책을 읽는 등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습니다. 익숙한 동네였지만 낯선 곳으로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자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신기한 풍경들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투리 시간이 이상하게 달콤했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그 뒤로도 종종 이어졌습니다.

P.135 우리는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순간들을 능동적으로 만들고 기록해두세요. 취미 세계는 내가 직업을 떠나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는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프로가 아니고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지고 의미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유명한 휴양지처럼 온전한 여행을 즐길 순 없지만, 작은 여행을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에 대해 잘 안다면 그만큼 자신감도 생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알게 된다. 자연스레 스트레스도 줄게되고. 내가 몇 년 간 이 작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는데, 운동하는 습관,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모두 이 사소한 작은 여행에서부터 시작됐다.


올해 긴 여름휴가를 못 다녀오니, 확실히 현대인에게 특히 직장인에게 휴가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다로 산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거린다. 그래도 휴가를 못 가서 짜증 섞인 말을 뱉는 것보다 작은 여행으로 활력을 채우는 중이다. 언젠가는 떠나게 될 설렘 가득한 나의 긴 휴가를 기다리며.



P.166 여행지에서 나의 모습은 어땠나요? 자유롭고, 사랑이 넘치고, 크리에이티브했을 거예요.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그 모습들이 사라집니다. 다시 예전과 똑같이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게 되지요. 지금까지 우리에게 '여행의 끝'은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그 시간과 공간에 작은 여행의 활력을 채워보세요. 어제의 여행이 남긴 설렘이 사라지기 전에 또 다른 작은 여행을 시작하는 우리는 누구보다 멋진 삶의 여행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톡 생일 알람은 챙기는 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