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들었던 생각들

너무 추웠고 우리 집은 너무 멀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by 홍대발

매 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이 두 시간이다. 보통은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곤 하지만,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스포츠 회사이다 보니 운동을 다들 좋아하긴 하는데, 모두가 자전거를 탄다는 게 참 신기하다. 팀워크가 참 좋단 말이지.



난 호기롭게 좋다고 했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니 경기도인 우리 집에서 회사가 있는 잠실까지는 지하철로 한 시간. 특히 아침 출근시간엔 지옥철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타는 신분당선과 2호선은 평일에도 브롬톤을 가지고 탈 수 있다는 것. 폴딩을 하니 부피가 작아 다행히 다리 사이에 끼고 탈 수 있었다. 위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의 아니게 출근길 민폐남이 된 기분. 혹여 누가 브롬톤으로 인해 다치거나 불편하지는 않을지 가는 내내 신경 쓰이고 눈치를 봤다. (휴- 출근길부터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무사히 도착했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나니 12시가 되었다. 드디어 자전거를 탈 시간. 연차인 팀원 둘을 제외하고, 셋이 롯데월드타워를 출발해 송파 둘레길로 향했다. 난 한강이 아닌 서울에서의 라이딩은 처음이었는데 역시 서울인 게 횡단보도에서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었고, 어딜 가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타는 내내 길에 대한 불편함이 없었다.

팀장님과 내 브롬톤, 회사 앞에서 브롬톤을 탈 줄이야


모두가 송파 둘레길은 처음이어서 정상적인(?) 루트로 둘레길을 돌지는 못했다. 중간에 길을 자주 잃었다. 그래도 나름 팀웍을 보이며 잘 헤쳐나갔다. 지도를 보며 중간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었고, 방황한 만큼 더 꿀맛 같은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길을 헤맬 때 해맑게 웃으며 동료가 했던 말이 있다. "저 이런 거 되게 좋아해요. 이렇게 모험하는 거!"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흘릴 수 있는 가벼운 말이었지만, 이렇게 긍정적이고 믿음직한 팀원들과 함께 한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소소한 생각을 했다.


송파 둘레길 21km, 점심에 다녀오기는 힘들긴 하다. ^^;;


다시 회사로 들어온 후 업무 미팅과 남은 일을 마무리했다. 퇴근을 해야 하는데 출근길보다 더 심한 금요일 퇴근 지옥철을 타는 게 너무 무서웠다.(진짜 공포스러웠달까!) 결국 난 집까지 자전거를 타는 것을 택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자전거로 30km.


'내일은 주말이니 천천히 즐기면서 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출발을 했다. 해가 져서 기온이 떨어진 탓에 너무 추웠는데, 다행히 탄천 자전거 도로에 접어들면서 속도를 낼 수 있어 그 추위가 상쾌함과 시원함으로 바뀌었다.


처음 가보는 길과 풍경. 신기했다. 불빛이 예쁜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가로등 하나도 없는 컴컴한 길에서는 집중을 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고, 뻥 뚫린 도로에선 신나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속도를 내보기도 하고.


공사장, 공장 지대, 군부대, 갈대밭, 농구 코트, 아파트 단지, 판교를 지날 때는 높은 오피스 빌딩의 야경들까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을 눈에 담을 수 있던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물론 퇴근 시간은 배 이상으로 들었지만.



점심에 팀원들과 20km, 퇴근길 30km 총 50km를 탔다. 너무너무 행복한 퇴근길이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집이 회사에서 조금 더 가까워진다면 다시 도전!)


자전거를 타는 것과 삶을 사는 것에는 여러 공통점이 있다. 힘든 언덕이 있으면 시원하고 편한 내리막도 있다는 것,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 목적지, 목표가 나온다는 것. 여기에 오늘 하나 더 느낀 것은 꾸준히 페달을 밟고 앞으로 가다보면 여러 풍경들을 볼 수 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많이 보고 느끼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짠- 하고 도착.


처음 경험한 길었던 출퇴근 라이딩을 통해 앞으로 내 브롬톤 라이프는 더욱 단단해질 것 같다.

Bravo, My brompton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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