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팀에 새로운 동료가 합류했다. 아니 '합류했었다'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아쉽게도 그분은 우리 회사에 있는 10주의 시용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팀장님도 우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한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팀원이 부족했던 우리는 인원이 충원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좋기도 했고, 면접 때 열정이 가득했다는 팀장님의 말에 새로운 팀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초반에 빠르게 친해지고 적응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같이 사내 카페에도 자주 가고, 매일 같이 밥도 같이 먹고 내가 회사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되뇌며 정말 열심히 알려줬다. 지방 출장을 같이 가게 되면서 조금 더 친해졌고, 이후 팀 내에 롤을 다시 짜면서 난 그 분과 같은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나보다 연차가 낮았기에 내가 자연스레 프로젝트를 리드하게 됐다. 근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분은 나에게 회사 일 외에 저녁과 주말에 다른 일을 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과거 이력도 대학생 때부터 쭉 크고 작은 사업을 했었고, 전 직장은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와 팀이 자기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투잡을 하기 좋은 구조였다고도 말했다.
물론 저녁에 항상 재테크 공부나 사업 구상을 하는 나는 그걸 이해했다. 요즘은 당연히 '부캐'의 시대니까. 투잡을 절대 안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막 회사에 들어와 적응하고 업무를 배울 시기에 그는 수시로 전화를 받으러 나가고, 회사 컴퓨터로는 본인의 사업과 관련된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이게 맞나?'라고 생각할 무렵 팀장님과 다른 팀원들에게도 그런 행동들이 느껴졌는지 나에게 그분이 어떤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대답했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행동들은 심해졌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분은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는 메일에 대한 회신도 나의 물음에 대한 회신도 한참이 늦었다. 도대체 뭘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의 빡침은 상승.. 지레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후에 알고 보니 본인의 사업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더라는..
결국 그분은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인성은 정말 좋은 분이었지만, 여기서 서로 헤어진 게 정말 다행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된 나만 일 독박을 쓸 뻔했다. 본인은 열심히 했는데 시용기간을 통과하지 못한 것에 굉장한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물론 열심히 한 것도 있지.. 회사를 다니며 투잡을 하는 건 너무 좋다. 회사를 더 오래 다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회사 월급만으로는 넉넉하게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나도 투잡을 할 때도 있었고, 누구보다 지지한다. 그래도 일단 투잡이라는 전제 조건은 본업에 대해 충실하고, 본업을 같이 하는 팀원들에게는 피해는 주지 않고 나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나도 항상 머니 파이프라인과 회사 외에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런 생각들은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