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이유를 잘 못 짚은 미국

음식과 건강 ep 05. 아직 건강한 우리 음식문화를 지켜야 하는 이유

by 이대택



미국 사람들이 살찌고 있음을 사회적으로 인지한 때가 대략 70년대 중 후반쯤입니다. 미국 의회가 나섰고 살찌는 미국인을 통계적으로 살피기 시작한 때가 1986년입니다 [1]. 지금부터 40년 전이죠. 이후로 미국인의 비만율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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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균형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



전 세계 인구의 비만율이 해가 갈수록 쉬지 않고 증가한다는 사실은 보건 의료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모든 정부와 국제기구들도 비만을 퇴치하고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건강하고 적당한 식단과 함께 현재보다 더 많은 신체활동량을 제시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알맞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라는 것이죠. 사실 80년대부터 미국 학계와 정부가 제안해 왔던 것이고, 이는 에너지균형 energy balance, 즉 먹은 에너지와 사용한 에너지가 동등할 때 체중이 유지된다는 이론에 근거합니다. 이 논리는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는 비만 타개 방법의 기준이고요.



적지 않은 학자들은 비만이 에너지균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와 데이터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고요. 에너지균형이라는 이론이 체중조절을 유도하는 주요한 방식이자 요인일지라도 유일한 방법이나 원인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학자들 사이에 무리 없이 공유되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학자들과 연구자들은 운동이 아니고 먹는 것으로 인해 비만이 증가하고 있음에 점차 더 강한 확신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2]. 그리고 문제의 그 먹는 것이란 바로 가공식품이라는 것이죠.



그림1.png 2023년 미국 각 주의 비만율 (BRFSS)





미국이 정작 비만을 퇴치하기 어려운 이유



문제는 에너지균형 이론 외의 다른 방법으로 비만을 퇴치하고 건강을 되찾자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보다는 먹는 것이 문제이니 앞으로 가공식품을 덜 드세요’라고 한다면 그 많은 식품회사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살찌는 이유가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의 균형에 있다면 그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지만, 만약 살찌는 이유가 가공식품에 있다면 이는 식품업계와 정부의 책임이 되니까요.





미국의 딜레마



미국인이 살찌기 시작한 이후에 건강하다는 가공식품의 판매가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공식품을 더 많이 섭취하면서 살찌기 시작했는데, 당시 살찌는 이유를 미처 정확히 찾지 못한 상태에서 에너지균형 이론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정작 가공식품을 때려잡지 못하고 애꿎게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죠.



그사이 더 많은 가공 음식이 만들어지고 미국인들은 그 음식들을 더 많이 먹었으며 결국 더 많은 사람이 비만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영양학자들과 정부 정책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덜 먹고 운동해야 함을 믿도록 했죠. 그 바로 뒤에서 식품업계는 절대 먹는 것의 문제가 아님을 위해 적극 노력했고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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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직 건강한 우리의 식문화이지만.



미국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건강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가공식품의 익숙함과 확장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식품 마트에서, 편의점에서, 먹방에서, 요리사의 도마 위에서, 아이들의 손아귀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가공식품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가 가공식품이 무서움을 알려주고 있는데 말이죠. 좋다는, 영양적이라는 가공 음식이 우리가 가졌던 식문화를 이겨 먹고 있습니다.



단지 비만의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공식품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잃게 합니다. 건강은 물론이고 식문화까지 파괴합니다. 영양학과 가공식품의 역사는 겨우 100여 년에 불과하고 인간의 식문화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을 거쳐왔지만,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공식품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음식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고 경험이며 몸이 기억하는 체득의 결과입니다. 나와 우리 미래를 위해 가공 음식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참고자료]

1.

CDC Adult Obesity Prevalence Maps

https://www.cdc.gov/obesity/data-and-statistics/adult-obesity-prevalence-maps.html


2.

McGrosky et al. Energy expenditure and obesity across the economic spectrum. PNAS July 14, 2025. 122 (29) e2420902122

https://doi.org/10.1073/pnas.2420902122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209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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