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영양학은 있을까?

음식과 건강 ep 04. 내가 먹어왔던 대로 먹는 것의 건강함

by 이대택



굳이 두둔하자면 영양학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거의 모든 과학이 그러하죠. 인간 과학은 진실에 가깝도록 해석을 찾아내고 일반화시키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개별 인간의 특성이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인간 과학이 장점을 가진 동시에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쉽게 사람의 얼굴을 예로 들어볼까요. 많은 수의 20대 남성 얼굴 수치를 재고, 그 수치를 기반으로 20대 남성의 얼굴 모습을 그렸다고 해보죠. 평균 얼굴입니다. 그러나 누구의 얼굴도 아니죠. 인간 과학의 평가 변인과 지표는 이렇게 제시됩니다. 평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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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학은 특정 영양소를 얼마나 먹어야 한다는 기준이나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해 줍니다. 옳은 말일 것이고 고마운 서비스입니다. 이 기준과 방법은 분명 과학적 연구와 결과를 근거로 했을 것이고요. 그럼에도 이 수치들은 모두 평균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것들은 아니죠. 마치 평균 얼굴처럼 말입니다.



영양학을 포함한 인간 과학의 한계를 설명드렸습니다. 과학자들도 이러한 한계를 모르지 않고 있으며 그 맹점을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죠. 그럼에도 많은 대상을 이용한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 과학의 연구 방법과 해설 능력의 한계이기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 잘 먹고 살기를 얘기합니다. 과학적 근거를 끌어들이고 전문가로서 그렇다고 강조합니다. 안타깝게도 20년 전 3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다양한 영양소나 음식이 언급될 뿐입니다.



영양학은 과학이고 증거이며, 현장 적용을 위해 평균량을 제시하는 지식입니다. 그럼에도 나만을 위한 정확한 지식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영양학에서 좋은 것이라 주장해도 내 몸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식이 주장하는 건강한 음식과 내 몸이 좋아하고 원하는 음식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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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비판만 하면 안 되겠기에 무엇인가 대안을 제시해야겠네요. 과연 영양학에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할까요? 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전제하죠. 일단 큰 병 없이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로 한정하죠. 그렇다면 답은 ‘굳이 영양학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입니다. 지금처럼 먹는 것에 덜 스트레스받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드시면 됩니다. 내가 먹고 있는 것과 방식이 내 건강 관리에 부합하는지 걱정하지 말고, 내가 먹고 있던 것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너무 간단하고 뻔하다고요? 아닙니다. 매우 고도의 기술입니다. 먹던 대로 먹었기에 지금 건강한 것이니까요. 건강하다면 영양학에 빠지지 않길 바랍니다. 지금 건강하게 드시고 계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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