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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학과 영양전문가의 사회적 책무

음식과 건강 ep 11. 영양학에 대한 나의 애증

by 이대택



저는 사람의 몸을 연구합니다. 그중에서도 운동이 사람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합니다. 몸을 연구하다 보면 운동 말고도 몸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되죠. 그것들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먹는 것입니다.



지난 거의 40년 동안 운동하는 것과 먹는 것을 함께 공부하고 연구해 왔습니다. 관련해서 번역도 많이 했고 책도 많이 썼고, 기회가 될 때 이런저런 연구도 해보았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운동도 그렇지만 먹는 것이 몸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설명과 해석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가끔은 이걸 왜 하나 하는 생각도 하죠.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일 테고요.






과학을 하는 신념



여전히 과학에 기대어 그 이름을 빌어먹고 있지만, 과학을 하면서 그래도 최소한 한 가지는 지키고자 했습니다. 과학이란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하거나 타인을 무시해선 안 되며, 과학의 지향점은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그 결과를 평등하고 행복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들고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변함없고요.


과학은 우리에게 생산된 질문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힘을 갖습니다. 과학이 해답을 찾을 때 우리 모두 더 쉽고 편하고 안전한 세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믿고 있죠. 먹는 것에 관한 질문이라면 영양학은 더 싸고 편하고 안전하게 누구나 먹을 수 있고 건강해지도록 하는 것이 지향점이어야 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세상은 저의 이러한 신념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우리는 건강한 음식을 찾아야 하고, 찾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때론 전문가의 조언과 가르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혹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싸게 구할 수 있고 먹어도, 그것들이 모두 건강한 음식이라면 어떠할까요?






과학과 과학자가 알았으면 하는 책임



영양과학과 과학자는 분명 이 지점에서 실패한 듯합니다. 아니 실패라기보다 무지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영양학만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요.



분명 과학자도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영양학자와 영양전문가를 위해 건강한 음식이 구하기 어렵고 더 비싸진다면, 이는 옳지 않습니다.



먹는 것이 갈수록 어렵고 복잡해지는 것은 단지 과학자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사회적 시스템 전체의 문제죠. 그러나 영양학이 일조하는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영양학을 공부하기 전에 사회와 사람들을 바라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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