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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꼽으라면
아이들 체육시간

국뽕체육회 03.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가장 필요한 정책

by 이대택



아이들의 학교 체육 시간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려 합니다.



체육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생리학자인 만큼 몸의 관점에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가장 오랜 유년기가 필요한 인간



갓 태어난 아이는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며칠, 늦어도 몇 주 이내에 눈을 맞추기 시작하죠.



갓 태어난 아이의 손가락뼈들은 서로 따로 놉니다. 관절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아 완벽한 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죠. 크면서 물건 집기나 손가락 놀이를 통해 관절이 고정됩니다.



인간은 신체적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태어나,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달하고 몸을 만들어 갑니다. 인간이 독립된 생명으로 완전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기까지 오랜 돌봄이 필요합니다. 동물 중에 돌봄과 유년기가 가장 긴 동물이 바로 인간입니다.



영아의 눈 맞추기, 손가락뼈 발달 과정은, 인간의 최종적 발달의 완성에 필요한 시간에 비하면 그나마 속성입니다. 더 오래 그리고 많은 훈련이 필요한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어릴 때 한번 만들어지면 바뀌지 않는 몸



어릴 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청년기부터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몸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하는 동안 모두 만들어지고 결정됩니다.



성장이 멈춘 이후 시도하는 신체적 변화는 주로 기능성 변화가 대부분이며 인체 조절적 능력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후 변화는 그래서 겉모양 변화에 국한되죠.



어릴 때 만들어지고 결정되는 몸은 주로 조절력과 감각기능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내성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절력이라 하면 신경세포의 발달을 주로 말하고, 감각기능이라 하면 균형감각이나 신체의 공간적 위치 감각이나 신체 부위 간의 협응 감지 능력을 말합니다. 내성이라면 아미도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에 대한 역치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말하겠죠.



물론 이 기능과 능력들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으나 명확한 사실 하나는 어릴 때 대부분 결정되고, 이후 변한다고 해도 그 변화의 폭은 상당히 적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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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과 운동을 통한 체득의 중요성



평생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습관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는 인식과 노력만으로 성취되지 못합니다. 움직임과 동반되는 고통을 몸이 수용하고 견디며 심지어 쾌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버릇처럼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까요? 네! 아이들을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방식으로 학교 체육 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체육 시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체육 시간은 단지 규격화된 교육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 시간도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충분한 체육 시간의 보장과 방과 후 일상에서 충분한 움직임의 기회는 그래서 너무 중요하고 아이들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 건강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국가 최우선 책무



스포츠기본법을 제안하면서 생명으로서 인간의 몸을 강조한 것처럼 학교에서 체육 시간만큼 중요한 시간이 더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체육은 나중에 배울 수 있거나 나중에 배워도 늦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체육의 사용성이 잘못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체육은 체력 향상의 시간이 아닌 평생 몸 사용의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와 정책 제안자들은 스포츠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어떤 일들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저도 동의하고요. 하지만 국가가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아이들이 몸을 사용하는 방법을 어릴 때 체득하고 몸의 움직임에 낯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림1.png https://www.youtube.com/watch?v=R4V9rBJO92A




스포츠권을 위한 한 가지 정책을 제안하라면, 나는 체육 시간이라 하겠어!



우리 사회의 체육 시간에 대한 인식은 역설적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면서도, 이를 바라는 학부모와 학교가 가장 뒤로 미루는 수업이 체육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지배하는 습관을 짧은 10년 동안에 확보하지 못하면, 이후 수십 년간 이들을 위한 사회적 비용과 고통은 더 크고 길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무지하게 외면하고 있죠.



그깟 체육 시간이 아니라 귀중한 체육 시간인 것입니다. 지금도 방기하고 있는 우리가 책임질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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