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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폭력을 끊을 방법

국뽕체육회 04. 헤어 나오기 힘든 체육계 구조를 바꿔줘야

by 이대택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철인 3종 중학교 여학생 선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이었죠. 관련 내용은 오늘 자 언론보도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왜 끊이지 않을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문제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반복된 일입니다. 고쳐지지도 않습니다. 사실 고치려는 노력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습니다.


왜 체육계의 비리와 범죄 행위, 인권 유린은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요?



아마도 오래된 그들의 고립된 기형적 생존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만의 기형적 외딴 문화



체육계 선수와 지도자, 조직과 협회는 종으로 횡으로 하나의 가족과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죠. 마치 터지기 전 행복해 보이는 가족과 같죠. 이 분위기에서 그들은 경기장 안과 밖에서 서로 경쟁하거나 공생합니다.



평화로운 그들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깨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암묵적 관습을 깨거나, 반기를 들거나, 또는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에 문제를 제기할 때죠. 자신이 당한 피해를 고쳐 달라고 정당하게 말하는 순간이죠.



이럴 때 보통 내부에서 진압(?)되거나 묻힙니다. 없던 일처럼요.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그 바닥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가끔 언론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그들의 특수한 문화가 발동합니다.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똘똘 뭉치죠. 피해자 쪽에 서거나 응원하는 예도 종종 있지만, 항상 소수이고 많은 경우 후에 돌아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거나 사건에 물타기를 합니다. 전형적인 술수죠.



결국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살아나거나, 이해 안 되는 가벼운 징계를 받거나,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피해자가 그 바닥을 떠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피해자는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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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불가능 문화, 살아남기 위한 선택



이러한 기형적 문화를 체육계는 당연한 현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당신이 현장을 알아?’라는 말로 대신하면서요. 체육계는 이러한 일들이 외부로 드러나고 알려지는 것을 매우 창피해하거나 두려워합니다. 더욱 안으로 꼭꼭 숨기죠.



이런 문화가 지금도 견고한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선수들의 진학과 그 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죠. 한번 눈 밖에 나면 절대 살아 나갈 수 없는 일종의 카르텔 문화 때문입니다. 저항하는 순간 이기지도 못하지만, 결국 떠날 것을 결심해야만 하니까요.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주위 동료들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알지만 외면해야 자신이 살기 때문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지도자로부터 피해를 봐도 눈감는 학부모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심지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체육계 전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조용히 기다리죠.



이런 문화를 체육인도 진저리 칩니다. 동시에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 안 변해!’






모두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사실들



문체부와 정부도 이러한 체육계 생태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외면합니다. 건드려서 얻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대신 항상 책임자를 철저하게 색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간 많은 규정과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반복되죠.






구조적으로 바꾸어야 할 문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해결하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증명해서 가해자만 징계하거나 처벌하는 것이죠. 문제를 구조적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불법적, 비인권적 범죄 행위는 근본적으로 그들 모두가 함께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가해자만을 처벌하는 이유는 구조를 바꿀 용기가 우리 사회에 없기 때문입니다. 체육계 구조의 변혁은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죠. 특히 체육계는 구조 변혁이라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자신들이 가진 그 모든 것을 다 잃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죠.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방법 말고 없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체육계 집단 문화는 매우 기형적이고 반문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지금이 군부 독재 국가주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지금도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체육계만은 여전히 그곳에서 빠져나올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체육계 재앙의 시대를 바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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