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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기본법 탄생 이야기

국뽕체육회 02. 스포츠가 기본권임을 인식하는 우리가 되길

by 이대택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의 한 명으로 참여했었습니다.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체육계 인권 침해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기였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겠고요. 여기서는 스포츠기본법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왜 체육계에 인권 침해가 끊임없을까?



유명 선수의 사건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위원회의 임무는 명확했습니다. 그 원인을 찾아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는 방법과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습니다. 모든 이유는 하나의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체육계의 사건들은 독립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서로 연결된 한 덩어리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강력한 구조는 다름 아닌 국가가 만들고, 유지하고, 강조한 제도에 기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운동선수, 수업을 들어가지 않아도, 심지어 안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문화. 소년체전, 전국체전을 통해 좋은 성적을 내면 대학까지 특기생으로 갈 수 있는 통로.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남자의 경우 군대까지 특례 받을 수 있는 제도. 그리고 연금 등이 그러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문화와 인식은 1963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제도적으로 지금까지 지속되었죠. 그사이 운동부는 폐쇄적으로 운영되었고, 체육계는 사회와 격리됩니다. 운동부는, 체육계는 원래 그렇게 운영되고 관리되는 것쯤으로 관례화되어 사회로부터 고립됩니다. 체육계에서 살아 남기는 사회 보통 사람의 시각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인권 유린이 그들에게는 일상 또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으니까요.






스포츠기본법이 필요했던 이유



국민체육진흥법은 스포츠기본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가장 강력한 체육 관련 법령이었습니다. 사실 들여다보면 이 법은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운동선수와 체육단체의 편의를 위한 법입니다. 지금까지 국가는 운동선수를 국가 홍보 수단으로 이용했고, 그러기 위해 체육계에 특혜를 베풀었고, 체육계는 이 특혜를 온전히 누렸으며, 그것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이 작동했던 것입니다. 즉 2020년까지 국민을 위한 스포츠 관련 법령은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포츠기본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극소수의 학자나 연구자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국회의원에 의해 입법 발의되기도 했지만 모두 무산되었죠.



스포츠혁신위원회의 임무였기도 했지만, 체육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는 체육계의 구조를 푸는 것이었고, 그 과정에서 법의 제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운동선수와 체육단체에 집중된 국민체육진흥법보다 더 포괄적인 모든 사람을 위한 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스포츠기본법 제정이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스포츠기본법은 기존의 법령을 확장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법이 아니었고 아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을 위한 스포츠 관련 법령은 없었으니까요. 새로운 눈높이와 미래를 위한 확장된 법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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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기본법 제정 필요성 권장문을 작성하면서



위원회는 몇 차례의 권고문을 작성하고 발표합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사람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한 ’스포츠기본법‘ 제정 권고]였습니다.



영광스럽게도 그 초안을 제가 작성하게 됩니다.



그때 작성한 권고문의 서문 두 문장을 소개할까 합니다.



‘스포츠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권리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모든 인간은 자신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행하는 신체활동의 자유를 차별 없이 누려야 하며, 스포츠와 신체활동의 가치와 효과 또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이 글 바로 전 글 제목이 ‘스포츠가 기본권인 이유 – 인트로’, 부제가 ‘몸을 가진 생명체로써 자연이 부여한 권리’인 이유를 이 두 문장에서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권고문의 첫 두 문장에 압축되어 있으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스포츠는 생물적인 권리로부터 출발하며 그래서 침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여태껏 한 번도 누구에 의해 주장되지 않았던 것이죠.






스포츠기본법으로 상상하고자 하는 것



왜 스포츠가 기본권인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몸’을 소유함으로써의 자연적 권리로 설명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설명할 수 있는 여지는 산재해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논리와 근거로 스포츠의 기본권이 설명되든,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 하나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개인적 관점과 입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집단과 국가가 아닌, 개인의 몸, 개인의 움직임, 개인의 스포츠가 공통분모로 놓여야 한다는 것이죠.



스포츠가 기본권임이 설명되고 인식된다면 모든 사람은 몸에 대한 고유적 가치와 존엄성을 알게 되고 스포츠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스포츠기본법 초안을 작성할 때의 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 사회에서 구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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