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살찌지 않았습니다!
음식과 건강 ep 17. 살쪘다고 굴레 씌우는 사회
살찌셨나요? 혹시 과체중이세요?
과연 얼마나 살이 찌면 살찐 것일까요?
‘정상’ 체중은 있을까?
인간이라는 동물에게서 쪘다는 생물학적인 기준은 있을까요?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이 키라면 이 체중이어야 하는 표준은 있을까요? 예를 들어 키 176센티미터에 76킬로그램의 체중을 가진 남성이라면 이 사람은 정상일까요? 아니면 찐 것일까요? 아니면 마른 것일까요?
아니, 과연 인간에게는 특정한 키에 걸맞은 체중이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래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체중에 민감해진 우리 사회
체중계 위에서 조금은 긴장합니다. 내가 아는 체중이 몇 킬로그램인데, 혹시 변했을까? 혹시 늘어난 것은 아닐까? 하고요.
우리는 각자 자신의 체중을 압니다. 자주 재지 않아도 대략 어느 정도라는 것은 잘 알죠. 그리고 늘 그 체중을 자신의 체중으로 알고 싶어 합니다. 지난 한동안 크게 체중이 변했다고 느끼지 않는 바에야 그 체중이 변했을 리 만무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체중을 잴 때라면 똑같거나 찌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체중이라는 물리적 단위의 생물학적 의미
체중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생물학적으로 설명해 보죠.
체중은 몸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의 총체적 중량일 것입니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화학물질을 가진 것이고, 체중이 덜 나가는 것은 화학물질의 양이 적다는 것이죠.
체중은 증가하기도 감소하기도 합니다. 이는 화학물질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순환한다는 의미죠. 쉽게 말해 만약 체중에 변화가 없다면 이것은 몸 안에 화학물질이 그대로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없어지거나 바뀌는 화학물질의 양과 새롭게 보충되거나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양이 동등하다는 의미입니다.
체중은 내 몸을 최적화하기 위한 결과물
화학물질이 많다면, 즉 무게가 나간다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반대로 몸무게가 낮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거워서 좋은 것은, 몸이 가용할 대사물질이 많아 좋습니다. 반대로 움직일 때 더 많은 힘, 즉 에너지가 더 필요하게 됩니다. 거꾸로 체중이 안 나가면 움직일 때 에너지를 덜 쓰지만 몸에 가용할 대사물질이 적어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우리 몸이 신기한 것은, 그래서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어디쯤 자신을 조절하여 맞춘다는 것입니다. 이게 체중이죠. 그래서 많이 먹고 잘 움직이지 않으면 비축 쪽으로 천천히 균형을 맞추고, 많이 움직이면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위해 먹은 것을 고스란히 체중에 적재하지 않습니다. 비축하기보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사용 효율성이 좋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체중은 먹은 것과 움직인 것에 대한 개인만의 균형점 찾기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인 셈입니다. 그래서 먹은 것과 움직인 것이 같은 두 사람에게 서로 다른 체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살쪘다는 기준의 허망함
그래서 특정 시공간에 평균적 체중은 있지만, 정상적인 체중은 없습니다. 누가 더 찐 것으로 보인들 찐 것이라기보다 그 사람은 그렇게 먹고 움직였기에 그 몸이 그런 체중을 갖고자 결정한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균형점 찾기 능력을 보유합니다.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요. 그래서 인구 평균 대비 쪘다고 하는 것은 개인성을 무시하는 손가락질에 불과합니다. 먹은 것과 움직인 것의 균형점 찾기는 모두의 몸이 서로 다르게 결정함에도 말이죠.
찐 살과 건강은 무관합니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과체중과 비만을 규정하는 것의 문제점을 말하겠지만, 그래서 체중을 조절하고 자연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몸이라면, ‘쪘다’와 ‘말랐다’는 외모 평가에 불과합니다. 건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죠.
찌고 마른 것은 자연스러운 몸의 결정입니다. 그 체중이 자신에게 건강한 체중이고, 그 체중일 때 몸이 가장 좋아합니다. 사회에서 규정한 체중을 맞추기 위해 체중을 바꾸는 것은, 그래서 몸을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몸이 체중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런 체중을 유지할 때 여러분은 건강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