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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스포츠음료는 필요할까?

#5. 웬만해선 필요치 않은 스포츠음료

by 이대택



스포츠 과학 성공 사례 하나를 들라면 저는 크게 부담 없이 스포츠음료를 꼽을 것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죠.



먼저 우연히 만들어졌다거나, 기존에 있는 것을 약간 변경했다거나, 자연 생산물을 제품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음료가 탄생하기 전까지 인류 역사에서 이러한 마실 거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스포츠음료는 오롯이 과학적 사고와 논리적 가설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어 가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했고 실제적 효과도 입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제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스포츠 현장에서 많은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제품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인간에게 선한 이득을 선사한 대표적 사례로 꼽은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입니다.






운동선수를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음료



이름이 그러하듯, 이 음료는 스포츠 현장에서 운동선수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방금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라 했지만, 사실 엄밀하게는 운동선수에게 가장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죠. 물론 보통 사람들도 효과를 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선수만큼 힘들게 운동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최초의 스포츠음료라고 일컬어지는 음료는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University of Florida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미식축구 훈련장에서죠. 당시 미식축구부 조교를 담당하던 몇몇 신장학 nephrology 전공 의대 대학원생은 선수들이 훈련 중에 물을 마시지 않고 훈련 후에 소변 색깔이 진노랑인 것을 알게 됩니다. 콩팥을 전공하는 이들이니 이 현상이 건강상에 어떠한 문제를 유발할지는 잘 알고 있었죠.



당시, 그러니까 1960년대까지만 해도(사실, 그 이후로도 상당 기간) 운동선수가 운동 중에 물을 마신다는 것은 정신력 빠진 나약한 모습으로 여겨졌습니다. 운동 중에 물 마시기는 터부시 되었죠. 그러나 이 조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운동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을 만들었고 결국 코치를 설득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관철시킵니다 [1]. 선수들은 훈련과 시합에서 계속 물을 마셔댔죠. 이후 이 팀은 전미대학스포츠협회 NCAA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우승 후 이 대학교의 선수들이 훈련 중에 마신다는 ‘물’은 다른 학교 선수와 팀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그 물은 바로 식품회사에 팔리게 됩니다. 그 제품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게토레이 Gatorade입니다.



Gator-ade는 alligator-aid를 줄여 발음대로 표기한 단어입니다. 악어, alligator는 풀로리다대학교의 상징인데 줄여서 gator라고 합니다. 그러니 gator-ade는 ‘플로리다대학교 선수를 지원하다’라는 말입니다. 플로리다대학교는 지적 재산권을 팔면서 상품명도 취하고 판매 수익의 일부, 사실 1년에 수백억씩 지금까지 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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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가진 과학자였던 때가 있었고, 지금은 과학이 사회적으로 착하게 쓰이기를 바라며 활동합니다. 음식, 운동, 스포츠, 도시가 인간에게 더 편하고 쉽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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