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더 먹게 해주는 반찬

음식과 건강 ep 22. 인간 DNA와 개인 선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by 이대택



반찬 예찬을 해볼까 합니다. 국뽕 아니고요. 한식이니까 자랑하거나 칭찬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인간에게 반찬이라는 식이 형식이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밥을 더 많이 먹게 해주는 반찬



‘밥도둑’이란 말이 있죠. 그 반찬만 있으면 나도 모르게 밥 몇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다는 반찬을 말합니다. 밥도둑은 하얀 밥과 잘 어울리면서 결국엔 그 반찬으로 더 많은 밥을 먹을 수 있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반찬은 다양한 맛으로 우리 입맛을 돋우어 밥을 더 먹을 수 있게 합니다. 반찬의 효과이지만 사실 반찬의 목적이고 기능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다양한 맛의 음식을 접했을 때 더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1].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한 가지 맛으로 음식을 많이 먹기는 쉽지 않죠. 질리기도 쉽습니다. 만약 한 가지 음식만을 주야장천 먹는다손 치더라도 입가심이 필수인 이유도 여기 있고요.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반찬



반찬은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것 외에 밥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두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편식이든, 고기만 먹든, 아니면 비벼 먹든 말아먹든 말이죠. 마치 바둑에서 가능한 모든 조합처럼 반찬은 그 가짓수와 먹는 자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음식의 양과 질을 무궁무진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반찬만이 가능하게 해주는 식이 선택 방식입니다. 선택이 있어야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음식에 궁합이 있다는 것도, 안전하게 더 많이 먹기 위함의 일환인데 이는 반찬이 가지는 또 다른 장점입니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이 대표적이지만, 꼭 새우젓의 화학적 기능이 아니고라도 우리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음식의 조합을 찾아 먹습니다. 개개인이 가장 익숙하고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죠. 반찬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식이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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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자극함으로써



우리는 음식을 맛으로만 먹지 않습니다. 오감을 만족하는, 그러니까 음식이 가진 맛, 냄새, 색깔, 온도, 식감, 소리까지를 포함한, 음식이 가진 총체적 특성으로 먹습니다. 반찬은 자연에서 나오는 것을 그대로 올리기도 하지만, 역시 그리고 여전히 조리라는 방법을 이용해 식재료가 가질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오감 자극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조미료와 조리 방법은 결국 오감 자극을 통해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미료와 조리는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변화시키거나 변형시켜 또 다른 맛을 만들어 내기 위함입니다. 반찬이 다양해질 수 있는 이유이고 여전히 새로운 반찬이 탄생하는 이유입니다.






더 많이 먹을 수만 있다면



동물은 더 많은 음식을 먹고자 합니다. 이는 모든 동물의 DNA 안에 확고하고 절실하게 새겨져 있죠.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야 하고 먹은 음식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아끼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결국 다양한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때 동물은 더 건강하고 더 커지며 더 오래 살면서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동물에게 먹는 것은 생명을 위한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였습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고 그렇게 진화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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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회와 문화가 바뀌면서 우리네 식문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집밥은 물론이고 백반과 반찬도 줄어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편의점 음식을 택하거나 배달 음식 또는 한 접시에 모두 담긴 식사에 더 익숙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 것에 우리는 민감해져 있습니다. 살이라도 찌는 날에는 자신이나 주위에서 난리부르스, 말도 못 하죠.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더 많이 먹기 위해 노력했고 진화했지만, 주위 음식들은 더 많이 먹을수록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반찬이 중요하고 효율적인 식이 방식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반찬이라는 형태와 식이 방식은 여전히 우리 몸에 남아 있는 매우 중요한 음식 섭취 기능에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만약 가공에 의한 고농도 열량의 음식이거나, 가공에 의한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유도하는 음식이 아니라면 여전히 반찬은 유효한 식이 방식이자 최고의 식이 방식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어릴 때 식사와 음식 버릇은 매우 중요한데 아이들이 충분하게 반찬 문화를 즐기지 못할까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편리해져도 먹는 것만큼은 우리 몸에게 정직해야 하니까요.






참고자료


[1]

Brondel et al. Variety enhances food intake in humans: role of sensory-specific satiety. Physiol Behav. 2009 Apr 20;97(1):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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