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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섭취기준은 옳은가?

음식과 건강 ep 21. 그게 무슨 상관! 나는 먹던 대로 먹을 테야

by 이대택



몸에 좋다면 뭐라도 넣죠. 에너지바는 물론이고 심지어 생수에까지.



단백질 얘기입니다.



단백질에 대한 사회적 집착이 존재합니다.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트렌드까지 형성되어 있죠. 성장하는 아이들과 근육이 빠지는 노인들은 물론, 운동하는 사람들과 근육을 강화하려는 사람들은 더더욱 필요한 것으로 여깁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식품회사들은 앞다투어 단백질 함유 식품을 출시합니다. 동시에 단백질을 더 먹어야 한다고 식품회사들은 광고합니다.






트렌드와 달리 여전히 논쟁 중인 단백질 섭취량



단백질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 시장도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은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동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부분 지침은 체중 1kg당 하루 최소 약 1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합니다. 체중이 70kg이라면 닭고기 약 250g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약 68g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현재의 기준에 두 배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기준보다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학자와 연구자에 반박하는 연구자들은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다고 더 좋은 건강상의 이득을 얻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단백질 필요량은 사람마다 다르고 평생을 살면서 지속해서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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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개정되는 단백질 섭취량 기준에 식품회사가 민감한 이유



오늘 단백질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올해 말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이 발표되면서 단백질 섭취량 기준이 개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2005년에 개정되어 이어져 온 것인데 [1], 새로운 개정판에 단백질 섭취량이 바뀌면 그 영향이 단지 미국이 아닌 전 세계로 퍼질 것이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이번 개정은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체중 1kg 당 0.8 그램 또는 이를 약간 웃도는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기준이 통용됩니다. 그런데 이 최소한의 필요량이라는 공식적인 지침을 고수하려는 연구자가 있는가 하면, 1.2, 1.6, 심지어 2그램 이상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들은 서로 상대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0.8 그램은 결핍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양을 섭취하면 도움 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현재보다 더 많은 양의 섭취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추가적인 섭취가 모든 사람에게 더 좋은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은 고단백 식품이나 단백질 보충제를 공격적으로 선전하는 식품업계의 전략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식품회사의 광고와 홍보는 단백질을 더 먹음으로써 우리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까지 연결되었죠.



이번 개정은 연구자들은 연구자대로, 식품회사는 식품회사대로 서로 자존심과 기업의 매출이 달린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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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이 아니고 아미노산의 종류와 비율을 봐야 한다는 주장



엎친 데 덮친다고, 단백질 논쟁에 아미노산이 끼어들었습니다. 논쟁의 구도와 지형이 더 복잡해졌죠. 아미노산이 모여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때 어떤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었는가로 단백질의 성질이 결정됩니다. 그러니 단백질의 양도 중요하지만, 섭취한 단백질이 어떤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약 20가지의 아미노산이 필요합니다. 그중 9가지는 우리 몸이 만들지 못해 섭취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말합니다. 아미노산의 종류와 비율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은 인간이 동물이기에 그리고 식물과 다른 아미노산 비율을 가지고 있기에 채식보다 육식으로 단백질을 공급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동물 단백질 10그램 섭취와 식물 단백질 10그램 섭취는 질적으로 다른 단백질 섭취라고 말하는 것이죠 [2].



심지어 여기에 단백질의 소화율을 고려하여 단백질의 섭취량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식품 가공이 단백질 함량과 달리 소화되고 흡수되는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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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뭐라든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을 테야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이 논쟁에 관심이 없으실 겁니다. 사실 여기까지 읽어 내려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거죠.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고 틀리지 않도록 쓰려고 주의하지만, 실상 제가 오늘 점심과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고 고민하는 과정에는 제가 쓴 글의 내용이 전혀 관여하지 못합니다.



결정적으로는 우리는 누구나 단백질을 알맞게 먹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에 소개된 연구자와 과학자들도 이는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모든 공공데이터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3]. 어찌 보면 이런 논쟁은 매우 극소수의 영양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자와 과학자,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의 노고도 알겠고, 음식과 영양소 섭취기준을 면밀하고 합리적으로 합의하자는 것도 알겠지만, 여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먹고 건강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현재의 단백질 섭취량이 옳은지 그른지와 무관하게 편하게 먹고 즐기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잘 먹고 계십니다.






참고자료


[1]

NIH

Nutrient Recommendations and Databases

https://ods.od.nih.gov/HealthInformation/nutrientrecommendations.aspx


[2]

Park et al. Metabolic Evaluation of the Dietary Guidelines' Ounce Equivalents of Protein Food Sources in Young Adult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 Nutr. 2021 May 11;151(5):1190-1196.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112772/pdf/nxaa401.pdf


[3]

Abramovay et al. The protein deficit myth. Rev Saude Publica. 2025 Jun 27:59:e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204648/pdf/1518-8787-rsp-59-e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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