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체육회 09. 우리 도시는 스포츠 친화적인가?
러닝이 대세라는 것을 잘 아시죠? 정말 마라톤 인구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달리기 인구가 많아지니 천변이나 운동장은 물론 도시의 인도에서도 달리기 복장을 하고 뛰는 사람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달리기 인구는 젊은 층에서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레 달리기 용품이나 서비스의 시장도 커졌고요. 젊은 러너들을 위한 마케팅과 이벤트도 부지기수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제 또래의 참가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죠.
달리기 인구가 증가하면서 마라톤 대회도 덩달아 많아졌습니다. 유명한 마라톤 대회는 신청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어떤 대회는 신청을 먼저 받고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 추세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마라톤 대회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라톤 대회로 차 속에 갇힌 적 있으신가요?
달리기에 빠져서 운동도 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많은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마라톤 대회가 많아지면서 불편한 점도 많아졌습니다. 도로 통제가 대표적이죠. 대회에 참가해서 뛰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좋은 기분이겠지만 도로를 내준 자동차는 마라톤 참가자가 갖는 즐거움과 행복감에 정확하게 반비례적인 감정을 갖게 되니까요.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마라톤 대회를 만나면 짜증 짜증 왕짜증,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하고 화만 삼킵니다.
일전에 상암경기장에 마라톤을 뛰러 갔다가 의외의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암경기장 바로 옆의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대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 현수막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 놓았던 것입니다. 내용인즉슨 대회로 인해 상인들의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었죠.
자동차를 위한 도시 구조의 업보
마라톤 대회를 위한 도로 통제나 상인들의 반발은 간단하고 명료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바로 도시 자체가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대회를 위해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대 도시 구조가 자동차를 위해 창조되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에도 도로 통제 없이 마라톤 대회를 열 수 있는 도시는 없습니다.
게다가 마라톤 참가자들은 평소에 달릴 수 없는 대로를 자신의 두 발로 뛰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있다면 도로에서 계절을 만끽하는 여유로운 마라토너가 있는 것이죠.
교통 통제가 필요한 마라톤 대회는 정당한가?
마라톤 대회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저도 두 손 들고 찬성합니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들을 위해 불편한 사람들이 부득불 생긴다면 이것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답답하지만 현재로서 해결책이 뾰족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 구조의 문제니까요.
동시에 돌아볼 것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도시를 왜 어떻게 만들어 왔느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지 마라톤 대회가 아니라도 ‘도시는 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과 자동차가 어우러지고 서로에게 피해가 최소한으로 가해지는 도시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아마도 오래된 도시를 개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를 만들거나 재구조화할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마라톤이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구조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 번의 도시 구조화는 최소한 수십 년 동안 고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